brunch

첫 운영회의에 임하기 전에

by 천둥

대부분의 학교에서 학부모 총회를 마칠 시기이다. 올해는 코로나 19 때문에 아직 개학도 못하고 있지만. 학부모 운영위원으로 선출된 사람들은 4월 첫 주 첫 운영회의에 참석하게 된다. 그전에 준비해야 할 것들이 있다.


우선, 임시회의를 통해 지역위원을 선출하므로, 학부모들도 지역위원을 추천해야 한다. 학부모 위원, 교사 위원들이 각각 지역위원을 추천해서 첫 회의를 함께 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학부모들이 잘 모르기 때문에 학교에서 알아서 추천하고 그냥 그 자리에서 지역위원으로 소개되는 경우도 많다. 학부모들도 지역에 아는 분들이 없으므로 그냥 받아들이기도 한다. 그러나 알고 받아들이는 것과 모르고 진행되는 것은 엄연히 차이가 있다. 더구나 지역위원은 졸업한 학부모나 현재 학부모들도 자격이 되니 꼭 지역위원에 대한 고민을 하기 바란다.


두 번째, 첫 회의에서 운영위원장과 부위원장 선출을 한다. <학교운영위원회 업무편람>을 보면 운영위원장의 역할이 자세히 나와있다. 운영위원장은 회의를 주재한다. 이 또한 업무편람에 회의 순서와 발언 방식과 내용이 자세히 나와있다.

운영위원장은 가급적 학부모가 하는 것이 좋다. 지역위원으로 모셔왔으니 운영위원장으로 추대해야 한다는 식의 낡은 사고는 이제 버리자.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학교에 가장 관심 있는 사람은 지역위원이 아니라 당사자인 학부모이다. 많은 경우 지역위원은 회의 참석도 어려워한다. 지역에 산적한 많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 말이다.

<학교운영위원회 업무편람>은 학교에 보관용으로 비치되어 있으니 빌려서 꼭 정독해주었으면 한다. 학교에서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교육청에 요청하면 된다. 또는 검색창에 검색해도 찾을 수 있다.


세 번째, 회의 안건과 회의 일자는 7일 전 통보되어야 한다. 회의 일자와 시간은 논의해서 조절할 수 있다. 학교 측에서 일방적으로 일시를 못 박았다는 불평이 있기도 한데, 충분히 조정 가능하다. 학교에서는 교사들의 편의상 4시경으로 정해놓고 직장인 학부모들의 참여를 막기도 한다. 그러나 협의해서 조정 가능하니 직장인 학부모들도 포기하지 마시기 바란다(교사들도 본인 자녀들의 학부모이기도 하다. 그들도 자녀 학교에 기여할 기회를 주었으면 한다).

원하는 회의 안건이 있을 시 운영위원들의 동의를 받아 제안할 수 있고, 학생들도 학생회를 통해 회의 안건을 제안할 수 있다.


네 번째, 업무편람을 보면 알 수 있지만, 학교 일정에 따라 회의 안건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첫 회의에서는 한해의 예산 심의를 한다. 여기서 반드시 작년 예산 심의 안을 먼저 검토하길 바란다. 대체로 작년 운영위원들이 3월에 이미 심의를 끝낸 안건이기는 하다. 그러나 작년 심의 안을 토대로 올해 예산을 심의해야,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 더구나 올해 학교가 어떤 부분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지 확인할 수 있다. 올해 학교교육계획안을 같이 검토하면 좋다. 총회 때 학부모들에게 나눠주는 올해 학습계획서 등을 토대로 올해는 어떤 곳에 집중하고(그 말은 곧 학생들에게 무엇이 부족하고 무엇이 더 필요하다고 파악한 것인가를 알 수 있는 기준이 된다), 그에 맞게 예산을 잘 세웠는지를 봐야 한다.

예산안은 전문적인 분야라 잘 모를 수 있다. 미리 행정실장님께 요청해서 예산안을 보는 방법을 배우는 것도 도움이 된다. 교육청에서 간단한 교육이 있기도 하지만, 본 학교 행정실장만큼 학교 예산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줄 사람은 없다. 무턱대로 예산안만 들여다보면 운영위원으로서 학교의 방향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될만한 질문이나 발언을 하기 어렵다.

그 외 다른 안건, 그리니까 교육계획안이나, 체험학습, 앨범, 교복 등의 안건에 대해서도 미리 담당 교사에게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고 가면 회의를 빨리 진행할 수 있어서 좋다. 단순히 모르는 것들을 물어보는 질문은 미리 해결하고, 쟁점을 가지고 논의할 사항은 정리해서 회의자리로 가져가야 한다.


다섯째, 회의자료가 나오는 대로 학부모위원들과의 사전모임을 꼭 하기를 적극 권한다. 서로 어떤 곳에 관심이 있는지 알아가는 과정이 될 수도 있고, 역할 분담을 할 수도 있으며, 마음을 모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함께 작년 예산 심의안을 검토하고 올해 교육계획을 살펴보면서 학부모로서 어떤 점을 자세히 들여다볼 것인지 논의하고 학부모회를 통해 학부모 의견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도 확인한다.


여섯째, 각종 소위원회에 운영위원이 배치된다. 이 또한 미리 공부해두어야 한다. 우리 학교 소위원회가 무엇 무엇이 있고, 운영위원으로서 참여해야 하는 소위원회는 무엇인지 알고 내가 올해 관심을 가질 것을 미리 정하면 좋다. 학부모위원들과의 사전모임에서 교감해두는 것도 필요하다.

운영위원으로 참여하게 되면서 운영위원에 대해 알지 못하고 시작하듯이 소위원들도 그런 경우가 많다. 소위원회 첫 모임에서 반드시 각 소위원회의 역할과 위상에 대해 학부모들에게 자세히 설명해달라고 부탁해두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소위원회 회의를 하지도 않고 교사들이 만든 회의록에 서명만 하는 관례를 벗어날 필요가 있다.


흔히 첫 운영회의가 끝나면 보통 회식을 한다. 서로를 알아가는 필요한 시간이다. 회식에 대한 비용은 학교 예산에 책정되어 있으니 촌스럽게 운영위원장이나 부위원장이 한턱내는 식은 삼가기로 하자. 참, 더불어 교육청 등에서 요청한 학부모 참여도 출장비가 책정되어 있다. 잊지 말고 신청하도록 하자.

회의가 끝나면 학교에서 회의록을 정리해서 올릴 것이다. 학교 홈페이지에 올라온 회의록을 확인하고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수정 요청하면 된다. 학부모 밴드 등에도 운영회의 결과를 따로 올리는 것도 좋다. 알아야 할 것과 의견 수렴할 것 등을 구분하여 학부모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요청하자.


학부모들이 운영위원이 누군지, 필요할 경우 어떻게 연락할 수 있는지 미리 알려줄 필요가 있다. 학부모 총회가 끝난 직후, 밴드나 학부모 게시판에 공개적으로 운영위원들이 스스로 자신을 소개하고 응원과 지지, 또는 연락처를 공유하면 신뢰감을 더 높일 수 있다. 총회에 참여하지 못한 학부모들도 우리 학교 운영위원이 누군지 알 수 있게 하자. 요즘은 특히 개인정보보호법에 의거, 학교에서도 함부로 연락처를 줄 수 없어서 급하게 도움이 필요한 학부모들이 애를 태우기도 한다.

가장 좋은 것은 학급, 학년 학부모회의가 원활히 이루어져 운영위원들이 학부모회를 통해 학부모와 소통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학부모회도 자리를 잡아야 가능하기 때문에 아쉬운 대로 밴드 등 SNS를 통한 의견수렴과 정보공개를 할 필요가 있다.

참, 밴드에서 미리 소위원회를 소개하고 소위원들을 추천받는 것도 필요하다. (각 소위원회에 대한 안내는 학교에 요청할 수 있다.) 아직 소위원회를 몰랐던 이들에게 참여할 기회를 줄 수도 있고, 학부모 모두에게 학교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대부분은 학부모 회장이 주변 지인들에게 요청해서 소위원 자리를 채운다.


이 모든 것을 다 할 수 없다면, 작년 교육계획과 올해 교육계획만이라도 검토하자. 작년에 검토한 내용이 제대로 반영되었는지, 작년 교육목표와 올해 교육목표가 어떻게 정해졌는지, 그에 맞게 예산안을 짰는지 확인하자. (예를 들어 독서가 작년 목표였고 영어가 올해 목표라면 작년에는 독서 관련 예산이, 올해는 영어 관련 예산이 잡혀야 한다.) 학년별로도 확인해서 교육계획만 있고 예산은 없는 운영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방과 후나 체험학습 등도 마찬가지다. 4학년에 지역을 아는 교육계획이 있다면 체험학습 중 지역에 관한 활동과 예산이 잡혀야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왜 그런지도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


이왕 운영위원이 된 김에 정확히 역할을 알고 조금만 미리 공부해두면 사실상 어려울 것은 없다. 이 과정을 게을리하면 1년 내내 허수아비가 되는 기분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운영위원을 경험하는 많은 학부모들이 하는 일 없이 앉아있느라고 힘들기만 했고 학부모 운영위원이라는 자리가 아무 의미가 없다고 느껴진다고 한다).

회의 중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이 들면, 잠시 휴회를 요청하는 것도 방법이다. 잠시 휴회를 요청할 수 있다는 사실만 알아도 굉장히 힘이 된다. 이대로 끝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는데 마땅히 설명할 수 없을 때, 잠시 쉬면서 시간을 벌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지점을 발견할 수 있다. 필요하면 이전에 운영위원을 했던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거나 교육청에 문의할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지역별로 운영위원 멘토가 있으면 좋다. 지역 운영위원 협의회 등이 그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


익숙지 않은 교육계 용어와 교사 앞이라는 압박감이 크다. 나만 모른다는 생각에 위축되어 물어보아야 할 것을 물어보지 못하고, 내가 괜히 복잡하고 힘들게 하지 않나 하는 부담감을 갖게 한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처음인 이들에게 친절하고 알아듣도록 알려주고 함께 해나가도록 돕는 것이 '학교'이다. 학교가 학교답게 운영되도록 운영위원회부터 혁신되어야 한다.

사실은 교사들도 잘 모른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관례대로 해온 것을 그대로 따라 할 뿐이다. 학부모의 객관적 시선으로 그런 관례를 깨 주는 것이 학부모 운영위원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주눅 들지 말고 당당하게 도움을 요청하고, 천천히 변화를 이끌어가는, 그러나 미리 공부하는 운영위원이 되자.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첫 번째 학급 학부모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