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는 싸움......
여름이 지나고있다. 한 여름 보다 더 모기들이 기승이다. 뜨거운 햇볕이 가시자, 살판이 났다보다. 여름이 싫은 이유는 뜨거운 햇빛보다 '모기' 때문이다. 나는 어려서부터 모기를 잘 탔다. 모기 알레르기까지 있어서 모기를 물린 자리가 어마어마하게 부어오르기까지 했다. 긁고 긁다가, 피가 나고 딱지가 지기도 해서 모기로 흉진 다리 때문에 한 여름 예쁜 치마를 입기가 꺼려지기까지 했다. 모기가 방 안에 들어온 줄도 모르고, 한 여름 밤, 잠에 취해 잠이 들어 깨지 못 할 때면, 아침에 수십 군데를 물린 내 다리와 팔이 마치 문둥병 환자인 양 보일 때도 있었다. 한 참 광우병이 유행일 때에는 이대로 학교에 가자 광우병에 걸린거 아니냐며 친구들이 놀려댔다. 나는 아에 포기 하고, 그래! 나 광우병 걸렸다 하고 다녔다.
이런 탓에 엄마는 내가 모기에 물리는 것을 참 안타까워 하셨다. 밤마다 모기장을 치거나, 전자 모기향을 꼭 피우고 잤더랬다. 그러나, 어른이 된 후 몸 독성 검사를 한 적이 있었는데, 내 몸에 농약 성분이 많이 쌓였단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먹었던 과일과 채소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았다. 그렇다. 모기를 죽이는 액상 전자 모기향 성분은 모기라는 곤충을 죽이는 것이니, 약한 농약 성분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독 주택으로 이사 온 뒤로도, 주변의 풀과 산 때문에 모기와의 싸움은 계속 되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아파트에 살 때 모기에 물리던 것 보다도, 대문을 열어 놓지 않는 한 집 안에서 모기에 물리는 날은 드물다. 아무래도 지금 생각하니, 10년 이상 된 아파트 특성상 창호의 문제가 아니었나 싶다. 누군가가 창호를 전부 바꾸고 나니 모기가 없더라는 얘기를 들은적이 있다. 그 전에는 지능적인 모기가 사람을 따라 엘레베이터를 타고 함께 우리 집으로 들어오는게 아닌가 생각했었다. 그러고 보니, 창호를 통해 들어온다면 아파트 20층까지 모기가 날 수 있다는 것인데 놀라울 따름이다.
우리 아이들은 모기를 빛과 이산화탄소를 유인해 타죽게 만드는 할로겐 램프를 쓴다. 낮에 방문을 닫고 틀어놨다가 밤에 끄고 잔다. 밤에 켜고 잤다가는 램프의 그 밝은 불 빛에 밤새 잠을 못 자, 내가 다 죽게 생겼다. 아이들과 집 앞 진관사 계곡이나 둘레길에 갈 때면, 천연 모기 기피제를 몸에 뿌린다. 천연 모기 기피제는 천연 성분이 강할 수록 지속되는 효과는 약하지만, 시간마다 꾸준히 몸과 옷에 살포하면 신기하게도 모기가 다가오지 않는다. 단독 주택으로 이사 온 뒤로는 현관 앞 마당에 계피를 잔뜩 사서 나무 바크와 함께 섞어 놓았다. 이렇게 나는 모기 퇴치의 달인이 되어가는 듯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는 모기에 물린다. 나는 한 여름밤 옥상 테라스에 나가, 남편과 맥주 한잔과 쥐포와 땅콩을 나눠먹는 것을 좋아한다. 모기향까지 다리 아래 피워 뒀지만, 간사한 산모기는 이번엔 내 얇은 여름 옷을 뚫고 내 등을 다섯 군데는 물어놨다. 희안하게 막 물렸을 때는 모르다가 한 두 시간 쯤 지나 모기 독이 내 혈관을 따라 퍼질 때면, 간지러워서 참을 수가 없다. 모기가 '땀을 좋아한다', '술 마시면 더 많이 문다', '향수를 좋아한다', 'b형 혈액형을 좋아한다', '깨끗한 피를 좋아한다' 등등 수 많은 속설이 있지만 무엇하나 검증된 것은 없다고 하니 나로써는 답답할 따름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나는 내가 믿고 있는 신까지 원망스럽다. 도대체 모기는 왜 창조하신 걸까. 아니, 얼마든지 내 피를 나누어 줄 용의는 있는데, 왜 간지럽게 만든걸까. 벌이 꽃에서 꿀을 빼가듯이 소리 소문없이 조용히 내 피를 가져갈 순 없을까. 그렇다면 아름답게 공생할 수 있을 텐데......
모기에 물리게 되면,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알칼리 비누에 그 부위를 긁기 전에 문질러 씻어내는 것이다. 바로 씻어내면 정말 신기하게도 자국도 없이 사라질 때가 있다. 근래 새롭게 안 사실이지만, 이미 긁어서 독이 퍼져 부어버렸다면 파스보다는 바세린을 바르면 된다고 한다. 바세린은 시원하지 않아 바로 간지러움의 고통을 감소시켜줄 순 없지만, 조금만 지나면 간지러움이 사라져 손이 가지 않게 되고 긁지 않는 한, 부은 자리는 빠르게 사그라든다. 아, 이러다가 나는 곧 모기 박사가 되려나 보다.
다행히도 나의 모기 알레르기는 나이가 들수록 줄어들고 있다. 예전엔 모기에 물리는 것이 두려울 정도였는데, 알레르기가 덜하니 '약 바르지 머' 하게 된다. 나이가 들어 가니, 이런게 좋구나! 그러다가 갑자기 혼자 서글퍼진다. '아, 이젠 혈액 순환도 잘 안 되서 모기 독이 퍼지지도 않나보다.' 왠지 쓸모 없는 사람이 되어버리 듯한 착각까지 빠진다. 모기 퇴치 방법 궁리에서 조금 자유로워지려고 하니, 이제는 이 아이러니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 지 궁리해야 할 때가 왔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