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이에 정말 괜찮을까?

망설임과 포기 사이에서...

by 청연

프리다이빙을 시작하기 전에 가장 망설여진 이유 중에 하나는 나이였다. 마흔이 넘은 나이에 시작해도 정말 괜찮은 걸까? 똑같이 동네 수영장에서 처럼 수영복을 입고 풀장에 들어 갔지만, 동네 수영장에서 어머니 수영을 하는 때와는 달리 몸이 쭈뼜 거렸다. 혹자는 ‘젊은 게 벼슬이냐?’ 라고 했지만, 나이는 벼슬이었다. 자격지심이 스스로를 위축시켰다. 지인이 수영장에서 겪은 일이 불현듯 떠올랐기 때문이다. 나보다도 나이가 한참 위인 그녀는 2년 동안 동네 수영장에 다니셨다. 젊은 남자 강사는 그녀의 수영 실력을 항상 아낌 없이 칭찬해 주었고, 그녀는 신이 나서 특별한 날이 아니고서는 하루도 안 빠지고 열심히 수영을 배웠다. 그런데, 문제는 남자 강사님이 그만두면서 부터였다. 새로운 여자 강사님이 오셨고, 그녀는 강사님 앞에서 자신만만하게 자신의 수영실력을 아낌없이 보여주었다. 그러자, 여자 강사님의 얼굴이 굳어지며, 도대체 수영을 어디서 어떻게 이렇게 엉망으로 배우신 거냐고 묻더란다. 충격에 휩싸인 지인은 여자 강사님에게 처음부터 다시 꼼꼼히 수영을 배우며, 과거의 수영 강습 시간을 떠올렸다. 젊은 남자 강사는 가장 나이가 많은 그녀에게 항상 “잘하고 계세요! 세바퀴 돌고 오세요!” 라고 하고는 그녀가 수영장을 도는 동안 다른 젊은 회원들을 열심히 지도하고 있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던가. 그녀는 그 이유가 자신이 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착각하고, 자신이 엉망으로 수영하고 있다고는 추호도 생각지 못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프리다이빙을 배우면서 의외로 프리다이빙을 꾸준히 하는 사람들이 40대 이상이 상당히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와 같이 바쁜 육아기를 지나고 여유가 생긴 사십대 내 또래의 친구들도 많았으며, 그 이상도 많았다. 그들 중에는 아이들을 돌보고, 직장을 다니면서 퇴근 후와 주말에 꾸준히 훈련하며, 대회에 나가 매번 자신의 기록을 스스로 갱신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았다. 프리다이빙은 다른 운동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이와 크게 상관이 없는 듯 했다. 현역 최고령 프리다이빙 선수는 독일의 81세 하넬로어 베케이다. 그는 81세의 나이에 세계선수권에서 3개의 금메달을 획득했다. 영국의 데이비드 밀러는 60세에 수심 100미터 기록을 달성했다고 한다. 프리다이빙에는 오로지 꾸준한 훈련과 노력이 필요할 뿐이다. 내가 프리다이빙에 빠지게 된 이유 중 하나다. 지난 4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프리다이빙을 하면서 느낀 것은 다이빙 실력은 내가 노력하는 만큼, 바로 딱 그만큼 성장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거저 쉽게 얻어지는 것은 절대 없었다.


작년, 처음엔 생각지도 않던 마스터 과정을 시작 하면서 2-3레벨 과정과는 다르게 계속 한계에 부딪혔다. 2-3개월이면 달성했던 2-3레벨과는 달리 마스터 레벨 기준을 3개월이 넘도록 달성 하지 못하고 있었다. 점점 조바심이 났다. 때로는 고통스럽게 숨이 차오르고, 폐가 조여올 때 마다, 내가 왜 이러고 있지? 무엇을 위해서? 하는 생각과 함께 그만 포기하고 싶어졌다. 주위 사람들은 너무 위험한 것 아니냐며, 걱정을 해주며 만류했다. 나는 위도 작고, 장도 짧고(?), 방광(?)도 작으니, 폐도 너무 작은 게 아닐까? 심지어 자궁 공간도 작아, 아이 둘다 조산기에 입원하며, 출산 전 한 달씩 누워만 있었어야만 했던 나는 별의별 상상의 나래와 함께 내가 수심 28미터 이상 내려갈 수 없는 이유들을 생각해 내려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마스터 과정을 포기 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내가 노력할 때 마다, 무호흡으로 갈 수 있는 수심의 깊이가 아주 조금씩이라도 늘어나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렇게 노력해오던 어느 날, 나는 수심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나의 폐를 조여오던 무거운 물의 무게와 가빠오르는 숨과, 깊고 까만 홀에 대한 공포감을 느낄 새도 없이, 나도 모르는 사이 여유있게 35미터 딥탱크 바닦에 손이 닿았음을 느꼈다. 그 날, 물 속에서 딥탱크의 바닥이 점점 가까이 옴을 느꼈을 때, 나는 순간 갑자기 주위가 환하게 밝아오는 것을 느꼈다. 위에서 내려다 봤을 때의 모습과는 달리, 오히려 깊이 내려가면 갈 수록 은색의 바닥 무늬가 주위를 환하게 비춰 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의 기분과 짜릿함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포기하지 않고 조금씩 앞으로 발을 내딛어 도달한 그 곳은 생각만큼 어둡고 무서운 곳이 아니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존감과 자신감은 점점 떨어졌고, 쉽게 포기 하는 것이 더욱 많아졌다. '나이 때문에', '체력 때문에', '시간 때문에', '돈 때문에' 라는 이런저런 핑계로 항상 무언가의 앞에서 많은 것을 점점 더 빠르게 포기해왔다. 하지만 망설임 끝에 도달한 그곳은 생각보다 깊지 않았고, 두려운 곳도 아니었으며, 오히려 편안했고, 앞이 내다 보이지 않는 어두운 곳도 아니었다. 나는 그 끝에서 생각지 못한 환하고 밝은 빛을 만날 수 있었다.




월, 수, 금, 일 연재
이전 02화귀 옆의 흰머리는 찐이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