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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티뷴 Nov 13. 2023

드립 커피로 즐기는 특별한 홈카페

사진: 펠트 커피 청계천점


1999년 스타벅스 이대 1호점이 생기면서 시작된 커피 프랜차이즈의 열풍이 몇십 년째 불고 있다. 이제 밀집지역에 가면 한 집 건너 카페가 보일 정도다.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라는 말도 생겼다.


이제는 새로울 것도 없는 스타벅스의 커피다. 사실 스벅의 커피가 맛있지는 않다. 내가 커피를 좋아하다 보니 아주 조금 지식과 경험이 많은 탓이겠다. 연초에는 유럽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기도 했다. 스벅 커피는 강배전 커피다. 즉 커피를 볶는 로스팅을 강하게 했다는 뜻이다. 검은색이 짙고 중후한 맛이 나지만 반대로 쓴 맛이 강하고, 산미와 복합적인 맛은 떨어진다. 그래도 프랜차이즈 커피집은 여럿이서 커피를 마시는 경우가 많아 브랜드와 장소를 소비하기 위해서라도 종종 간다.


집에서 커피를 맛있게 마시는 방법이 없을까? 커피를 좋아하는 이라면 한 번쯤 고민했을 것이다.


홈카페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1. 커피믹스: 설명이 필요 없다. 자판기 커피로 대표되는, 자랑스럽게도 한국이 개발한 커피. 인스턴트 커피+프리머+설탕의 삼박자. 여전히 많이 소비되는 대표 커피다. 사무실의 탕비실에 필수품으로 놓여있다. 그러나 믹스커피로 홈카페를 즐기기에는 우리의 입맛이 너무나 멀리 와버렸다.


요즘은 물에 타먹는 인스턴트 아메리카노도 있다. 스벅 via가 그 예. 그러나 아직은 만족스럽지 못하다.


2. 가정용 에스프레소 머신: 카페에 있는 에스프레소 머신은 사이즈가 크다. 집에 가져다 놓았다가는 등짝 후려 맞기 십상이다. 가격 이슈도 있다. 좋은 기계는 3천만 원을 호가한다. 몇십만 원으로도 자그마한 에스프레소 머신을 장만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런 작은 기계로는 에스프레소를 내리는 데 필요한 적정 기압을 확보하기도 어렵다. 몇 번 마셔본 경험으로는 역시나 대형기계에 비해 맛이 없다.


3. 캡슐커피: 다국적 커피 대기업 네슬레의 네스프레소. 캡슐 커피 특허 25년이 종료되면서 여러 회사에서 내놓고 있다. 간편하면서도 위생적이다. 그러나 드립 커피에 비하면 맛은 2% 부족해 보인다.


4. 모카 포트 커피: 이태리에서는 모카 포트 한 대쯤 없는 집이 없다. 진하게 우려먹는 커피다. 바리스타 출신인 알베르토가 모카 포트로 커피 내려먹는 법을 소개하는 영상도 유투브에 있다. 나도 가끔 집에서 해 먹는다. 드립 커피와는 다른 맛을 즐길 수 있다.


5. 드립(pour-over) 커피: 홈카페는 드립이 베스트다. 위에 여러 가지를 다 시도해 봤지만 역시나 드립커피가 가장 맛이 좋다. 뭔가를 소비할 때 나의 가장 우선적인 기준, 바로 “가성비” 측면에서도 드립커피가 가장 낫다.


집에서 내려먹는 드립 커피에 대하여 설명해보려 한다.


멜리타 벤츠 여사가 백 년 전 추출방법을 처음 고안한 것이 드립커피의 시초였다. 깔때기 모양의 드리퍼에 커피를 담고, 중력의 힘으로 뜨거운 물을 커피에 투과시켜 아래로 커피를 내리는 방식이다.


나는 일본의 하리오 v60 드리퍼를 쓴다. v는 깔때기 모양을 본따 붙인 것 아닐까 싶다. 하리오는 이름 그대로 60도의 각도를 이루는 드리퍼다. 추출구 안쪽까지 원뿔 끝 리브가 길고 깊게 파여있다. 그래서 드리퍼와 필터의 밀착 정도가 낮고 추출이 빠른 편이다. 여러 드립 방법 중 가장 짧은 시간에 커피를 내려먹을 수 있다. 길어야 2분에서 2분 30초 내외이니까 말이다.


드리퍼의 재질은 플라스틱, 도자기, 스테인리스 등 여러 가지가 있다. 나는 스테인리스를 쓰고 있다. 뭐가 베스트라고는 할 수는 없는 것 같다. 나는 그저 세척의 용이성, 깨질 염려 없는 관리 편의성 측면을 중시해서 금속 드리퍼를 쓴다.


(대만의 "클레버 드리퍼"라는 것도 있다. 당신이 완전 초보자라면 추천할 만하다.  드립커피의 물리학적 원리를 드리퍼에 접목한 “클레버 한” 드립방법이라고 보면 되겠다.)


드립 커피를 마시려면 드리퍼가 필수지만 다른 장비가 필요하다. 거창한 에스프레소 머신이 아니기에 손쉽게 구할 수 있으므로 사는 것을 추천한다. 종이 필터, 드리퍼 밑에 커피를 내려받는 서버(없어도 됨), 가는 물줄기가 나오게 하는 주전자 포트. 그라인더.


당장 10만 원 내외로 구비가 가능하다. (물론 특정 브랜드의 독일 핸드밀 그라인더는 20만 원도 넘지만, 써보니 전동 그라인더도 충분히 좋다.)


3천만 원짜리 에스프레소 머신에 비하면 껌 값 아닌가? 투자해 보자.


드립커피의 가장 핵심은 원두다. 원두만 좋으면 다른 모든 게 싸구려라도 커버가 가능하다. 반대로 저 독일 그라인더를 쓰더라도 원두가 별로면 맛은 절대 좋을 수 없다.


스벅이나 프랜차이즈의 원두는 비추다. 수입한 원두는 로스팅된 지 너무 오래된 경우가 많다. 로스팅 날짜는 가까울수록 좋다. 열흘만 넘어가도 맛이 변하기 시작한다고 본다. 원두는 무조건 홀빈, 즉 분쇄하지 않은 원두를 써야 한다. 분쇄된 그 즉시 산화가 시작되어 맛이 변하기 때문이다.


요즘은 일회용 드립커피도 소포장되어 나온다. 종이컵 위에 올려놓고 그 위에 물을 부으면 되니 편리하다. 그러나 이미 분쇄가 되어 있다는 약점이 있다. 포장을 잘했더라도 즉석에서 갈아먹는 커피에 비해 풍미가 떨어진다.


강하게 볶은 원두는 기름기가 많아서 너무 가늘게 갈면 커피 추출을 할 수가 없을 정도로 뭉친다. 약하게 볶은 원두는 그렇지 않으니 가늘게 갈아도 괜찮다. 약배전 원두의 장점은 이외에도 많다. 향미가 복합적이고 풍부하다. 신맛으로 대표되는 약배전 원두에서는 맛의 층위도 다양하지만, 플레이버도 꽃향기, 과일향, 초콜릿향 등 여러 즐거움을 준다.


집에서 커피 드립은 어떻게 해야 할까? 


유투브로 "커피 드립"이라고 치고 나오는 것을 따라해보면 된다. 드리핑에도 정말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는 것에 놀라게 된다. 예전에는 물을 붓는 것도 원칙과 룰이 있어서 이를 고집하는 경향이 있었으나, 요즘은 중간에 숟가락을 넣어 휘저으라고 추천하는 바리스타까지 있다. 여러 번 하다 보면 익숙해지면서 내가 찾는 맛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집에서 드립 하는 방법은 위의 영상을 참고해 보자.


다시 강조하면 꼭 갓 볶은 좋은 홀빈 원두를 구해서 시작해보자. 커피 맛의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뜰 것이라고 확신한다.


원두를 사는 방법은 다음 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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