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2025.1.17 롯데콘서트 홀
2025년 올 한 해도 여러 기대되는 클래식 공연 들이 예정되어 있다. 나 역시 예매해 놓은 공연들이 몇 된다. 츠베덴이 지휘하는 서울시향의 말러 2번과 7번 교향곡, 12월은 되어야 만날 수 있는 베토벤 9번 합창, 한 번쯤은 보고 싶었던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 연주, 정명훈이 지휘하는 KBS 교향악단의 브람스 교향곡 전곡 시리즈 등을 예매해 놓았다.
올해 가장 기대가 되는 공연은 이 중에서도 단연 말러 2번이었다. 바로 어제 그 공연을 직접 보았다. 잠실 롯데콘서트홀 8시였다. 손이 빠르지 않아서 최고의 자리를 예매하는 데는 실패했으나, 그래도 앞에서 4번째 줄에 아내와 앉았다.
어제 서울시향의 공연은 섬세함과 웅장함이 조화된 대서사시였고, 지휘자 츠베덴의 놀라운 실력을 목도한 80분이었다. 그 중에서도 소프라노들과의 합이 너무나 좋았다.
말러 2번은 4악장과 마지막 5악장에서 소프라노의 독창이 등장한다. 말러 전문가 김문경 씨가 교향곡 별로 음반을 추천해 주는 영상이 있다. 그는 말러 2번의 경우 무려 1975년 주빈 메타의 빈 필 버전을 추천한다. 녹음 상태도 좋지 않은 이런 케케묵은 음반을 왜? 주빈 메타는 로마 월드컵에서의 쓰리 테너 지휘로 많이들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정작 말러 연주로는 크게 각광받는 지휘자는 아니다. 김문경 씨가 추천하는 이유는 바로 성악가 때문이다. 크리스타 루트비히가 메조 소프라노, 엘레나 코트루바스가 소프라노로 나온다. 연식 오래된 분들이긴 하지만 실력은 끝내주는 성악가들이다. 특히나 메조 소프라노 루트비히의 역할이 음반에서 대단하다.
나 역시 공연을 앞두고, 여러 음반을 들어보았다. 공통적인 느낌이 하나 있었는데, 소프라노의 실력이 생각보다 별로거나, 음색이 탁하거나 해서 내 취향이 아니거나 하면 음반 자체가 싫어지기 일쑤였다.
공연장에서는 3악장이 시작될 무렵 소프라노 2명이 들어와서 앉는다. 지휘자 옆에 앉는 경우도 있고, 합창단 석에 앉는 경우도 있다. 어제의 경우 메조 소프라노 “태머라 멈포드”와 소프라노 “한나 엘리자베트 뮐러”가 근사한 드레스를 입고 걸어 들어와 하프 옆 자리에 앉았다.
4악장 태초의 빛(Urlicht)이 시작되면, 메조 소프라노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윽한 목소리로 "오 붉은 장미여~"로 시작하는 독창을 한다. 악장 제목처럼 철학적인 심오함을 공연장에 울려 퍼지게 해야 하는데 im Himmel sein(천국에 있고 싶어라)을 읊조리는 부분은 가사와도 같이 천상의 소리를 끄집어내야 한다.
서울시향은 캐나다 출신의 태머라 멈포드(Tamara Mumford) 메조 소프라노를 섭외했다. 그녀는 이미 구스타보 두다멜과 말러 2번 연주 호흡을 맞춘 적이 있는 전문가다.
그녀의 목소리가 공연장에 울려 퍼지는 순간 나는 생각했다.
"끝났네... 이걸로"
네덜란드 출신의 지휘자 츠베덴은 말러 전곡 사이클 연주와 실황 녹음이라는 또 다른 대서사시를 시작했다. 말러 1번 실황은 애플뮤직에 올라와있고, 어제의 실황은 편집 작업을 거쳐 연내 공개될 예정이다. 실황녹음만이 주는 타이트한 연주와 공연장의 남다른 공기가 주는 긴장감이 있다. 어제가 그랬다.
츠베덴이 서울시향과 5년 계약을 한 것으로 안다. 이제 일 년 지났다. 남은 4년이 너무나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