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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티뷴 Aug 22. 2022

남다르게 살고 싶으면 남다른 선택을

책 "고비 사막 밖으로(Out of the Gobi)"

책을 읽었다. "고비 사막 밖으로" 원제 Out of the Gobi다. 아쉽게도 번역은 안되어 있다. 저자는 중국인 "웨이지안 샨"이다. 누구일까? 나도 책을 읽기 전에는 몰랐던 인물이다. 그는 1997년 IMF 외환위기와도 관련이 있다. 1999년 당시 뉴브리지캐피탈의 아시아 본부장이었다. 뉴브리지캐피탈? 당시 외환위기의 역사 속으로 사라진 제일은행을 인수한 미국 자본이다. 전대미문 금융위기의 태풍 속에 있던 우리나라로서는 마땅한 인수자 자체가 없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제일은행의 레거시로서 SC제일은행은 지금도 건재하고 있다. 저자에 대한 일화는 이헌재 당시 장관의 회고록에서도 등장한다.   

웨이지안 샨은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1960년대 중국 문화혁명 때 고비사막으로 하방(下放·농촌 추방)됐다던가. 배가 고파 인분을 씻어 남은 곡식 알갱이를 먹은 적도 있다고 했다. 그는 도미(渡美) 후 철저히 미국화한 듯했다. 화려한 학벌에 완벽한 영어를 구사했다. 내가 그를 만난 건 98년 12월 30일. 미국계 투자펀드 뉴브리지캐피털에 제일은행을 팔기로 확정한 날이었다. 그는 뉴브리지의 아시아 본부장이었다. 눈매가 날카로웠다. 이미 제일은행 매각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로 한 상황. 무슨 말이 더 필요하랴. 악수를 건네며 딱 한마디 했다.

“제일은행을 정상화시켜 주시오. 꼭 세계적인 최고경영자(CEO)를 영입해야 합니다.”

“걱정 마십시오.”

외환위기 당시 최첨병 부서에서 신입으로 일했던 이 팀장이 찾아왔다. 유학시절 같은 학교에서 비슷한 시기에 나는 로스쿨, 그는 MBA를 마친 특별한 인연이 있기도 하다. 그가 책 "고비 사막 밖으로"를 권했다. 저자가 마오쩌둥의 문화대혁명 시절 고비 사막으로 끌려가 강제로 노동했던 경험 때문에 그리고 마침내 그 고비를 탈출하여 도미한 후 큰 성공을 이루었기에 지은 제목이다. 샨은 중국 베이징 출신이다. 아버지는 세관원으로, 어머니는 비서로 일했고 평범한 중산층 가정이었다. 중국에서의 그의 정식 학교 교육은 1966년 마오쩌둥 주석이 문화대혁명을 시작한 12세에 끝났다. 문화대혁명으로 학교 교육 자체가 십 년 가까이 와해된 탓이다. 커서 도미할 때까지 그의 학력은 초등학교 졸업이 전부였다. 20세기의 분서갱유라고 하는 문화대혁명은 지금 우리들의 눈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집단적 자기 파괴이자 반달리즘이었다. 책에는 엄혹한 그 시절 고비 사막에서 산전수전 다 겪는 그의 십 대 시절이 자세하게 그리고 흥미진진하게 소개된다. 

홍위병이라는 말은 문화대혁명의 유산이다. 문화대혁명이 아닌 문화대숙청이었다.


Kang과 관련한 일화가 흥미로워서 소개한다. 고비 사막은 만리장성을 넘어 몽골 접경의 북쪽에 위치한다. 당시 중국인들에게 이런 곳은 본토라고 볼 수 없는 그런 땅이었다. 우리 말로야 Kang은 강 씨 성이지만, 중국어로는 방 한쪽에 벽돌을 쌓아 만든 돌침대 같은 난방 시설을 말한다. 돌침대 밑에 군불을 지펴서 난방을 한다. 고비 사막이 얼마나 추웠겠는가? 거기다 방은 비좁아 적정 수용인원을 훨씬 넘어서 잘 수밖에 없었다. 온기를 조금이라도 나누어야 하니 등을 지지며 천장을 보고 자는 건 언감생심 불가능했다.고육지책으로 모두가 옆으로 포개어 꼼짝 않고 잤다. 샨은 차라리 깨어있는 게 나았다는 푸념을 한다.


고비 사막에서 끝날 것만 같던 그의 여정은 대전환을 맞는다. 미국이라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재빠르게 잡았던 것이다. 마오쩌둥이 물러가고 중국은 덩샤오핑 휘하에서 미국과 유대관계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1980년 미국 입학 장학금을 따낸 샨은 샌프란시스코 대학을 선택했다. 여기도 재밌는 일화가 있는데 세군데에서 합격 통지를 받았다. 명문 스탠포드와 버클리, 그리고 샌프란시스코 대학이었던 것이다. 우리들이야 이들 학교 중 당연히 스탠포드를 고르겠으나 샨은 그때만해도 세상물정에 한참이나 어두운 유학생이었다. 스탠포드는 처음 들어보는 학교라서 제일 먼저 제껴버렸다, 버클리는 캘리포니아 주립대의 버클리 분교 같은 느낌이 들어 제외했다.북경대처럼 지명이 들어간 학교가 명문대 아니겠는가 하며 고른 대학이 샌프란시스코 대학이었다. MBA를 취득한 샨은 1982년 버클리대학 박사과정에 입학했는데, 그곳에서 운명의 재닛 옐런(Janet Yellen)을 만난다. 훗날 연준 의장에 올랐고 지금 바이든 행정부의 재무부 장관인 그 옐런이다. 옐런은 샨에게 두 번 놀란다. 먼저 입학 인터뷰 과정에서 그가 제대로 된 수학 수업을 받은 적이 없다는 사실에 놀란다. 문화대혁명으로 수학 공부를 할 기회 자체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 그는 한 학기에 계량을 두 과목이나 수강하면서 속성으로 마스터한다. 옐런은 그 열성에 그리고 끝내 이루어내는 모습에 다시 한번 놀란다.


샨은 졸업과 함께 세계은행에서 잠시 일했고, 그 후 경영대학원으로 유명한 유펜의 워튼에서 교수가 되었다. MIT로부터도 교수직 제의를 받는데 유펜을 두고 선택하는 과정에서 치밀한 그의 성격을 엿볼 수 있다. 한편 최종선택은 동전 던지기로 하는 모습에서 소탈함도 보인다. 


그는 또한 중국이 시장 주도형 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생긴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1993년 투자은행으로 유명한 J.P. 모건에 합류해 홍콩에서 투자은행가로 활동했고, 5년 후에는 뉴브리지캐피털로 옮겼다. 샨은 전설적인 거래 해결사 데이비드 본더먼과 손을 잡고 제일은행을 인수했고, 큰 차익을 남겼다. 샨은 지금 PAG라는 아시아 최대 사모펀드 회사를 이끌고 있다.




그의 성공의 비결은 무엇일까 책에서 찾아본다. 


그가 얼마나 노력파였는지는 수학과 계량과목에 관한 에피소드에서 소개한 바 있다. 노력이라는 변수는 당연한 상수라고 본다. 


더욱 중요한 비결은 기회가 생겼을 때 이를 포착해서 행동으로 옮기는 기민함이다. 미중관계가 데탕트로 유화되는 국면에서 과감히 미국을 찾았고, 엘리트 중국인이 부족했던 당시 미국 사회에서 그는 돋보일 수밖에 없었다. 책의 마지막은 그가 삼십 년 만에 고비 사막을 방문하는 장면이다. 문화대혁명의 흔적은 찾을 수 없고 여전히 황량한 사막일 뿐이었다. 샨이 기회를 잡지 않고 수많은 중국인들처럼 고비 사막에 머물러 있었다면, 샨의 이 책은 세상에 나오지도 못했을 것이고, 그가 누구인지도 우리는 몰랐을 것이다.


다음으로, 사람과의 관계이다. 물론 그가 미국의 엘리트 아카데미아인 버클리와 유펜에 입성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쌓은 네트워크다. 자넷 옐런을 만난 것 자체가 그에겐 행운이었다. 그러나 책을 보면 그가 만난 무수한 미국의 경제 엘리트와 정치인들이 그를 위해 도움을 아끼지 않는다. 겸손하고 깊이 있게 관계를 만들어 갔다는 점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빠트릴 수 없는 것이 있다. 그의 유투브 강연을 보면 유머를 겸비하고 있다. 유머는 미국 생활에서 간과하기 쉬운 그러면서도 매우 중요한 덕목이다.

책을 소개하는 그의 강연


그는 한마디로 아메리칸 드림의 화신이다. 스스로를 미국인들에게 세일즈 하는데도 능력이 뛰어나 보인다.

 

"남다르게 살고 싶으면 나 자신이 남다른 선택을 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주는 책이다. 우리의 하루는 끊임없는 선택의 연속이다. 시간이 흘러 그 선택들이 모여서 현재의 나를 이룬다. 안전하고 평범한 선택만을 하면서 남다른 삶을 꿈꾸는 것은 이율배반임을 웅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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