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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낮잠을 허용하지 않았던 이유 part 2

by 창가의 토토


https://brunch.co.kr/@todobien/109



나는 낮잠을 잘 자지 않는다.

아니.. 좋아하지 않는 걸까?

왜 그럴까 생각해 보았다.






두 번째 이유는 낮잠을 자다 깼을 때의 안 좋았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그때 난 초등학교 저학년이었고 나이차가 있는 언니 오빠들은 모두 학교에서 늦게 끝나거나 이미 취직을 한 상태였다.

그 당시엔 아빠가 나름 열심히 사셨던 때였는지 학교에서 집에 오면 아무도 없었다.

우리 집엔 고요한 적막만이 채우고 있었다.

어려서부터 내성적인 성격이기도 했고, 남의 집에 세 들어 살면서 누가 봐도 누추한 집에 친구들을 초대하고 싶지도 않았다.

너무 조용해서 누군가와 말이라도 하고 싶어서 그 당시 내가 자주 하던 놀이는 ‘선생님 놀이’였다.

당시 우리 집 문은 나무에 니스칠을 가볍게 한 문이라 분필로 글씨를 쓰면 잘 써졌다.

학교에서 몽당 분필을 주워다가 혼자 선생님인 양 문에다 필기를 해가며 설명을 하는 놀이를 하곤 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나의 어릴 적 꿈은 ‘선생님’이 되었나 싶다.


어떤 때는 학교에서 오는 길에 작은 돌멩이들을 주워다가 우리 집으로 올라오는 외부 계단에서 아무 데나 툭툭 던지고 놀았다.

우리 집은 당시 2층에 세 들어 살았는데, 1층 주인집을 통과해서 집 안의 계단으로 올라올 수도 있었지만, 그러려면 주인집 마루와 주방을 통과해야 해서 어린 마음에도 꽤 눈치가 보이고 불편했다.

우리는 주로 외부에 설치된 계단을 이용했는데, 아무도 없을 때 그 계단 꼭대기 모서리에서 허공에 대고 작은 돌멩이를 던지고 놀았다.

그러다가 옆집 꼬마 애 근처로 돌이 떨어졌나 보다.

물론 돌에 맞지는 않았다.

전혀 의도치 않았고, 예상치도 못한 일이 발생했다.

그 꼬마 할머니가 당장 우리 집으로 쫓아오셔서 누가 그랬냐며.. 집엔 이미 나 밖에 없는 걸 보셨으면서.. 엄청 무서운 얼굴로 큰소리로 엄청 혼을 내셨다.

이미 할머니가 쫓아오신 것만으로도 집에 홀로 있던 나에게는 엄청난 공포를 안겨줬지만, 그 할머니에게는 나 따위 어린 여자애의 공포 따위보다 자기 손자가 다칠 뻔한 일에 이미 이성을 잃으셨다.

할머니는 우리 엄마에게 이를 것이라며 겁을 잔뜩 주고 가셨고, 난 엄마한테 혼날 생각에 겁에 질렸다.

두렵고 놀랬던 마음에 혼자 한 참을 울고 나서 급 피곤이 몰려왔고 나도 모르게 까무룩 잠이 들어버렸다.

몇 시간을 잤는지 몇 분을 잤는지 모르겠지만 눈을 떠보니 해가 어슴프레 지고 있는 중이었다.

어두움이 살짝 몰려오는 중이었는데, 그때 그 방 안으로 들어오는 빛의 색이 너무 슬펐다.

자고 일어났는데 여전히 난 혼자였다.

나를 위해 싸워줄 사람도, 날 지켜줄 사람도 내 곁엔 아무도 없었다.

혼자… 빈 방에 역시나 나 혼자 있었다.

어둠 속에 혼자 갇히게 될 것 같은 공포도 몰려왔다.

그날 그 할머니가 정말 우리 엄마에게 나를 일러줬는지는 모르겠다.

엄마에게 혼난 기억은 없다.

우리 엄마라면 듣고도 그냥 넘어가 주셨을 테도 있고, 아님 할머니는 이미 나의 겁에 질린 표정을 봤기에 딱히 일러주지 않아도 더 이상 내가 하지 않을 것이란 걸 이미 알았을 수도 있겠다.



나에게 낮잠은 쓸쓸함과 공포와 공허였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것으로부터 나를 놓아주고 싶다.

내 안에 안 좋은 기억들을 좋은 기억들로 채우고 싶다.

나도 이제 졸리면 침대에 몸을 누이고 푹신한 이불을 목까지 끌어당겨 편안하게 낮잠을 청하고,

잘 자고 일어나서 개운하고 가벼워진 몸을 일으키며

“우와~ 잘 잤다.”

외치고 싶다.




나를 짓누르던 알 수 없는 강박을 한 껍질 한 껍질씩 벗겨 내 보려고 노력해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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