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침형 인간이 아니다.
보통 12시 넘어서 자는 게 기본인데 저녁에 미리 도시락 준비를 안 해 놓으면 6시 20분에는 일어나야 하고 아니면 6시 50분이 마지노선이다.
그래서 아침엔 머리를 감을 시간이 없다.
항상 머리는 저녁에 감는다.
보통은 샤워를 하고 머리를 감고, 수건으로 대충 머리를 말려놓고 머리칼이 더 뽀송하게 잘 마를 때까지 핸드폰을 한다. 사실 그 핑계로 핸드폰을 밤늦게까지 한다.
왜 밤이 되면 브런치 글들에 더 집중이 잘되고, 평소에 보지도 않던 shorts 영상들이 더욱 재밌게 느껴지는지 아무 생각 없이 넋 놓고 보다 보면 12시다.
드라이기로 머리칼을 말리면 좀 더 빨리 마르지만, 그것마저도 귀찮다.
그랬는데 어느 날 너무 피곤해서 빨리 잠을 자고 싶어서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렸다.
거울 앞에서 머리칼을 말리는데 낯선 그림이다.
왠 새 머리카락들이 이렇게 삐죽삐죽 올라오는지?
나… 회춘하는 건가? ㅋ
언제부턴가 탈모가 너무 심해서 스트레스를 엄청 받았었다.
그나마 내가 한 노력은 탈모샴푸를 써서 예방이나 해 볼까 싶었는데, 이게 웬일?
새 머리카락이 반백살에 마구마구 올라온다.
챗 GPT에게 물어보았다.
양심상 회춘은 아닌 것 같아서 대신 ‘털갈이’인가 물어보았다.ㅋ
아! 사람도 털갈이를 하는구나!
이유가 궁금해서 찾아보니 역시나.. 회춘보다는 폐경기 전후의 호르몬 변화 쪽으로 저울이 기운다.
곧 폐경이 오려나보다.
폐경이 오면 혹시 우울해질까 봐 머리카락이라도 더 선물해 주는 걸까? ㅎ
스트레스 감소도 한몫할 것 같다.
사실 남편이 출장 중인 이 상황에서 운전하는 건 여전히 긴장되고 스트레스를 주지만 그 외에 다른 부분은 오히려 맘이 편하다.
남편이 없는 이 상황이 생각보다 안 불편하다.
이러다 운전까지 잘하면 남편이 진짜 안 그리워질지도.
영양 개선도 또 다른 이유가 된다
요즘 엄청 잘 먹는다.
마구마구 먹는다.
지난달에 내가 부재중이었기 때문에 애들을 잘 챙기지 못했다는 미안함과 아빠가 없어서 살짝 불편함(?)을 겪는 아이들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맛있는 음식으로 배를 채워주는 일 밖에 없어서 매일 메뉴를 바꿔가며 정성스레 밥을 준비했다.
애들만 주면 좋은데 꼭 내 몫까지 빠짐없이 챙겼다.
하루 세끼를 잘 먹었으니 영양 상태가 안 좋아졌다면 그게 이상하지.
오랜만에 새롭게 나온 나의 소중한 머리카락들이 부디 오래 버텨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