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전 시간.
내가 제일로 좋아하는 시간.
아침잠이 없는 남편이 부재중이라 옆에서 뒤척이지도 않으니 8시까지 잠을 잘 잤다.
침대에서 브런치도 읽고 유튜브도 보고 한껏 게으름을 피우다가 슬슬 출출해지자 테라스로 나가서 치즈크림을 잔뜩 바른 베이글에 커피 한잔을 마셨다.
몸에 안 좋은 것만 먹었나 싶은 생각이 들어 바나나도 하나 먹었다.
배가 든든하니 초록이들에게도 눈길이 갔다.
잔병치레 없이 잘들 크고 있다.
개중에 물이 부족해 보이는 애들에게 물을 주고 딸내미들 방으로 가보았더니 애들은 아직도 꿈나라다.
어쩜 저렇게 잘들 자는지 부럽기까지 하다.
늦은 아점을 먹은 둘째 딸이 컨디션이 영 별로라고 했다.
머리도 좀 아프고 목도 아프다며 침대로 다시 가서 쉬고 싶다고 했다.
시간이 12시를 향하고 있다.
별 달리 할 일도 없던 나도 둘째 딸 방으로 가서 침대에 같이 누웠다.
싱글 침대라 꼭 붙어있을 수밖에 없으니 오히려 좋았다.
남편이 있을 때는 애들이랑 이렇게 꼭 붙어 누워 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딸내미 옆에서 누워만 있으려고 했는데 까무룩 잠이 들어버렸다.
일어나 보니 딸은 없고 나 혼자 딸 침대에서 거의 3시간을 잤다.
그간 남편 없이 집안일 바깥일 하느라 나름 피곤했나 보다.
사실 몸은 좀 더 피곤한 것 같았지만, 정신은 덜 피곤하다 느꼈고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는 ‘침대에서의 내 시간’이 그렇게 달콤했다.
남편에게는 미안했지만, 그의 부재로 인한 외로움은 아직까지는 못 느꼈다.
그랬는데 내 속으론 피로가 많이 쌓였었나 보다.
잘 자고 일어나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간 내가 이렇게까지 피곤하지 않았었나 보다.
진짜 피곤하다면 이 생각 저 생각 없이 그냥 잠이 들어버리는 거 구나.‘
예전에 쉬는 날만 되면 그렇게 잠만 주무시던 엄마도 생각이 났다.
그때는 그런 엄마가 원망스러웠다.
쉬는 날이라도 나랑 좀 놀아주지.. 하면서 자는 엄마가 밉기까지 했다.
그때는 몰랐다.
그때 우리 엄마는 베개에 머리만 붙이시면 잠이 들어버리실 정도의 피곤함이 몸에 찌들어 계신 거였다.
어찌 됐든, 딸 덕에 그리고 피곤함 덕에 꿀맛 같은 낮잠을 자고 일어나니 컨디션도 좋다.
오늘 하루 참 보람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