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몇 주 동안 해외로 출장 겸 개인적인 일로 자리를 비우게 됐다.
비행기 티켓을 구매한 날부터 스트레스를 엄청 받았다.
나는 아직 혼자 뭘 해 본 적이 없는 ‘어른아이’였다.
둘이 해내던 일들이 혼자 하려니 마음에 부담이 컸다.
무엇보다 장롱면허자인 나에게 운전을 하는 일이란 큰 도전이었다.
남편이 운전을 하다가 크고 작은 사고를 내기도, 당하기도 해서 난 운전 트라우마가 있었다.
핸들만 잡으면 심장이 두근두근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주차도 당연히 잘 못한다.
남편도 내가 운전하는 걸 워낙 싫어하기 때문에 나에게 운전하란 말도 한 적도 없고, 가끔 나에게 운전 좀 배우라고 말하면
“아이~ 할 때 되면 다해~”
이러면서 두 말도 못 하게 했다.
첫날 출근을 할 때 역시나 심장이 요동을 쳤다.
남편 운전으론 20분짜리 운행을 난 30분 걸렸다.
난 남편처럼 노란불일 때 건너는 법이 없었고, 차선변경도 하지 않았고 누가 끼어들고 싶어 하면 다 껴줬다.
그러니 당연히 남편보다 오래 걸릴 수밖에.
이제 남편 없이 출퇴근한 지 2주가 돼 간다.
이제는 첫날 같은 긴장감이 없다.
아직도 남편보다 시간이 더 걸리지만, 이제는 (겁도 없이) 차선 변경도 하고, 노란불에도 아슬아슬하게 건너도 보았고, 얌체같이 중간에 끼려는 사람과 눈치게임도 하면서 양보도 안 해준다.
살면서 내가 제일 두려워했던 것 중에 하나가 운전이었는데 많이 극복된 것 같다.
사실 두려움이란 막상 그 소용돌이 안에 들어가면 별 것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밖에서 볼 때가 훨씬 두렵다.
남편 옆 보조석에 앉아 있을 때 ‘혹시 누가 와서 박는 거 아니야?’라는 엉뚱한 두려움이 있었지만, 내가 운전하니 운전 이거 뭐 별거 아니네?
지금까지는 출퇴근 위주로만 운전했는데 주말에 딸들이 백화점을 가자고 한다.
난 타고난 길치인데, 그래서 초행길은 어버버 할 수 있지만..
주차는 백화점 정문에서 가장 먼 구석탱이에 아무도 주차하지 않을 곳에 가서 해야 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나에게 이건 엄청난 발전이다.
도전해보지도 않고, 무턱대고 ‘난 못해’ 하고 말했던 내가 한 껍질 깨고 나왔다.
어려워만 보이는 것들이 막상 해보면, 별 것도 아닌 것일 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