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간의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여정을 끝내시고 시부모님이 귀국하시는 날이었다.
솔직히 아직 서운한 감정이 많이 있었다.
속상하고 서운하고 때론 야속하고 원망스러웠던 순간들이 많았다.
어머님 아버님도 하실 말씀이 많으시겠지.
감정이란 게 손바닥 앞면 뒷면과 같다 생각한다.
내가 그런 감정이 들었다면 그분들도 나에게 그런 감정을 느끼셨을 것이다.
막상 가시는 날이 되니 3개월 간의 불편했던 감정을 갖고 가시는 것도 싫었고 나도 그 감정으로 보내기가 싫었다.
공항에서 어머님께 말씀드렸다.
“어머님, 죄송해요.
잘해드리고 싶었는데 속상하게 해 드려 죄송해요. “
난 진심이었다.
서로 맞춰가는 과정 중에 생채기를 낼 수 있다.
생전 모르는 남남을 하루아침에 부모 자식으로 묶으려고 하니 잘 묶이지 않는 것은 당연했다.
이 감정은 이대로 흘려보내고, 대신 다음엔 한 번 해봤으니 좀 더 수월하겠지.
이 감정을 잘 흘려보내자. 그런 마음이 컸다.
나중에 다시 만나면 미운 감정 없이 새롭게 잘해보고 싶은 마음이었다.
내가 예상했던 어머님의 대답은
“아니다 너도 그간 수고 많았다.”
이거였다.
이 짧은 말이면 족했다.
그런데 돌아오는 답변은 반전이었다.
“응, 그래.”
응.. 그래?
더 이상의 화해의 대화나 제스처가 이어지지 않았다.
어머님이 말로 표현하시기 힘드셨다면, 손이라도 한 번 잡아주셨다면 좋았을 텐데.
때론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스킨십으로 감정이 다 전달되니까
그런데 어머님은 꼿꼿한 자세와 무표정한 얼굴로
“응. 그래.”라고 말씀하셨다.
역시나 ‘나는 잘한 게 하나 없고 어머님은 잘못한 게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시나? ’싶은 마음에 꺼져가던 미움의 불씨가 다시 피어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