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를 받은 사람이 잘못인가?
상처를 준 사람이 잘못인가 상처를 받은 사람이 잘못인가?
헷갈린다.
내가 잘못인가?
그깟!(?) 일에 상처받은 내가 잘못인가?
상대방은 상처 주려는 의도가 없었는데 내가 유리멘털을 갖고 있기 때문에 상처받았다고?
시아버지와의 껄끄러운 통화를 끝내고 기분이 영찝찝해진 나는 남편에게 원망과 화풀이를 했다.
시아버지는 어떠한 일로 나에게 오해를 하고 계셨다.
언제부턴가 시어른들과 소통을 안 하고 살았다.
통화를 할수록 기분이 나빠지고, 기운이 빠져나가는 느낌이라 내 에너지를 그렇게 소모시키고 싶지 않았다.
결혼 얘기가 오갈 때 매일 아침 문안인사를 하는 것이 효도라며 매일 아침 문안 전화를 드리라고 했다.
하루의 시작을 시어머님과 통화로 시작하는 것이 끔찍하리만큼 싫었다.
결혼하면 일을 그만두고 살림과 육아에 전념하리라 마음먹은 상태였고 남편도 동의한 상태였다.
시에서 주관하는 컴퓨터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신청해서 매일 아침 그곳으로 가면서 전화를 드리면, 항상 같은 말을 하셨다.
“오늘은 뭐 하니?”
“네 교육받으러 가고 있어요”
그다음 돌아오는 말은 정말 사람을 미치게 하는 반복적인 말
“왜 일을 안 해? 내가 어디다 말해서 일자리 구해줘?”
난 일을 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아무리 말을 해도 귀에 못을 박으셨는지 전혀 듣지를 않으시고, 나를 집에서 노는 놈팽이 정도로 여기면서
“요즘은 혼자 벌어서 먹고살기 힘들어. 빨리 일을 구해. “
라고 계속 말씀하셨다.
어머님 당신도 전업 주부로 사시면서..
두 분에게 돈 달라고 손 벌린 적 없이 남편이 벌어오는
돈으로 적금고 붓고 예금도 하며 야무지게 살림하고 있는데 왜 자꾸 경제적인 참견을 하시려는지..
전화를 끊고 나면..
‘난 왜 이 전화를 매일 해서 듣기 싫은 잔소리를 계속 들어야 하지? 왜 이 기운 빠지는 통화를 매일 해야 하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화를 끊고 나면 나는 한없이 작은 사람이 되고, 무능한 사람같이 느껴졌다.
그 당시 시부모님 연세가 50대 초반과 60세셨는데, 연로하신 부모님도 아니신데 매일 전화드려 밤새 안녕하셨는지 건강을 살피시라던 시부모님.
댁의 아들은 우리 부모님께 인사드리라고 한 번이라도 가르쳐보셨나요?
왜 남의 딸에게 효를 강요하기 전에 당신 아들에게는
효에 대한 가르침을 한 번도 하지 않았나요?
남편은 우리 부모님께 자기 손으로 전화 한 번 하는 법이 없다.
내가 부모님 생신 때나 명절 때 전화하면서 옆에 있으면 바꿔주는 정도지 자진해서 전화하는 법이 없다.
그러한 불평등한 관계가 싫었다.
그런 일들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나는 자연스레 남편에게 불만을 토로했고, 남편은 자기 부모님께 매일 전화하는 일을 그만두라고 했다.
그 후에 남편이 자기 부모님께 간간히 전화드리는 것 같았다.
난 솔직히 홀가분했다.
그렇게 나는 ‘전화하기’ 압박에서 벗어나 살고 있었는데, 희한하게도.. 뭔 일이 잘못되면 나에게 전화를 하신다.
칭찬할 일 고마운 일은 남편과 통화를 하면서 일이 꼬여서 화가 나면 나에게 전화하시는 심리는 무엇일까?
나는 그저 만만한 며느리인가?
남편은 나에게 말했다.
“아버지가 딱히 뭐라 하신 것도 아닌데, 당신은 왜 그렇게 예민해?”
글쎄.. 남편은 워낙 무디고 눈치가 없는 사람이라 정말 모르는 것일까?
내가 말하는 중에 말을 툭툭 끊고 들어오시는 것, 말끝마다 “진짜냐?” “ 그랬냐?” “내가 그걸 모르냐?”시며 끝을 기분 나쁘게 올리시며 비아냥 거리시는 말투에서 남편은 정말 아무것도 못 느끼는 걸까?
꼭! 꼭 집어서
“네가 잘못했어, 네 잘못이야. 네 탓이야.”라고 말해야 그게 나에게 뭐라고 한다고 느껴지는 걸까?
신혼 초부터 갈등에 생기면 시아버님은 꼭 남편 말고 나에게 설명해 보라셨다.
지금까지도 그게 이어진다.
뭔가 일이 어그러지면 나에게 설명을 해보라 신다.
그 심리가 참으로 궁금했다.
챗gpt에게 물어보니..
원망의 대상을 나에게 돌리고 싶은 심리와
당신들은 나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을 과시하고 싶은 심리,
그리고 아들 포함 시부모님까지 세명은 한 팀이고 나는 다른 팀이라는 은근 선긋기까지 포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말이 꼭 맞을지 틀릴지는 모르겠다.
난 그간의 쌓인 감정들을 이곳에서의 글쓰기를 통해 다 흘려보내고 그분들과 잘 지내고 싶었다.
쓰다 보면 내 마음의 짐이 좀 가벼워지지 않을까 싶었다.
잘 지내보고 싶었다.
나도 시부모님 사랑 한 번 받아보고 싶었다.
어찌 보면 처음부터 그런 마음이 있었기에 상처를 받았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처음부터 그분들에게 아무런 기대가 없었다면, 그분들이 나에게 했던 말과 행동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겠지.
그런데 처음부터 지금까지 난 여전히 그분들의 사랑과 인정을 받고 싶은 욕구가 있었나 보다.
그런데 그분들에게 여전히 난 가족이라는 울타리 속에 있지만, 뭔가 불편한 마음이 생기면 그 감정을 소모시킬 사람으로 보이는가 보다.
최근 몇 년 간 한국을 방문하며 시부모님과 친해지려고 노력을 했고, 어느 정도 가까워졌다고 생각했다.
처음보다 나를 귀히 여기신다 생각했다.
그런데 며칠 전 아버님과의 통화에서 예전에 나를 아프게 하시던 기억들이 다시 다 일어났다.
그 말투 그 얼굴 표정이 다시 다 기억이 났다.
이젠 노력하고 싶지 않다.
그냥
다시
거리 두기를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