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딸이 둘이 있다.
첫째 딸은 여러면으로 감각이 예민했다. 물론 지금도 좀 그런 편이지만, 어릴 때는 그게 훨씬 강했다.
한 예로 어느 날 아침에 유치원 갈 시간이 임박했는데, 양말이 맘에 안 든다고 바꿔야 한다고 때를 쓴 적이 있었다.
아이가 말한 이유는 양말 안쪽에 매듭 부분이 불편하다는 거였다.
난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지금 같으면 양말을 뒤집어서 신겨도 되는 건데, 그때는 다른 사람의 시선을 지금보다 더! 신경 쓸 때라서 내가 양말을 뒤집어 신겨 보내면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를 먼저 생각했던 것 같다.
특히 외국인에 대한 편견이나 내가 유치원 선생님들과 소통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니라서 괜히 나를 오해할까 싶었던 것 같다. 또한 지금보다 생각이 유연하지 않았던 때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나도 엄마가 처음이라 첫 애를 키울 때는 실수투성이었고, 내 마음의 여유도 없었고 경험도 부족이라서 잘 키우고 싶은 마음은 정말 굴뚝같았지만, 방법이 너무 서툴렀다.
임신했을 때부터 육아에 도움 되는 책을 끼고 살았지만, 내 아이는 책에 나오는 아이가 아니었다.
세상에 얼마나 다양한 아이들이 있는데, 책에 담을 수 있는 내용은 한정적이었겠지.
지금은 우리의 육아 대통령 오은영 박사님도 있고, 아님 여기저기 클릭만 해도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이라 쉽게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는 세상인데 아무튼 그때는 난 몰랐다.
그저 아이가 유치원을 가기 싫어서 떼쓰는 건가? 정도로 생각했는데 나중에 ‘금쪽이’를 보면서 무릎을 탁 쳤다. 우리 아이는 기질이 예민한 아이였구나. 내가 그걸 몰랐구나. 모든 걸 내 기준에 맞췄구나. 내가 안 불편하니까 아이도 당연히 불편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고, 또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또 다른 나 정도로만 인식했던 것 같다.
그 방송을 보면서 아이에게 참 미안했다.
기질적으로 그렇게 태어난 아이가 있구나!!!
아이는 촉각만 예민한 게 아니었다.
미각도 후각도 예민했다.
맛에 예민하고, 식감도 예민했다.
새로운 음식을 해 주면 우선 먹어보려는 둘째와 다르게 첫째는 냄새부터 맡아보고, 때로는 둘째한테 먹여보고, 반응을 보고 괜찮으면 먹기도 한다.
한 번은 그런 일도 있었다.
아이들 어릴 적에 한국에 데려갔을 때 엄마가 집에서 낙지 탕탕이를 해줬다.
비주얼 적으로 좀 충격적이었을 것 같긴 하다.
살아있는 애들이 막 꿈틀꿈틀 대니까.
첫째는 당연히 먹어보려는 생각이 전혀 없고, 둘째는 호기심으로 접근했다. 둘째는 생각보다 너무 잘 먹었다. 첫째는 자기는 먹기 싫고 그걸 빨리 없애고 싶었던 건지 아님 넙죽넙죽 잘 받아먹는 둘째가 신기해서인지 끊임없이 둘째 입에 넣어주었다. 둘 다 내 배에서 난 애들인데 어찌 이리 다를까 … 참 달라서 신기했다.
이렇게 편식을 하는 것도 아이가 예민해서 그런 건지 모르고, 참 많이 윽박지르고 때로는 절대 하면 안 되는 ‘비교하기’까지 하면서 나의 수고를 헛되게 하지 않으려고 했다. 표면적으로는 ‘골고루 먹어야 건강하다’라는 명분이었지만, 솔직한 내 속마음은 그냥 나를 좀 덜 힘들게 해 줬으면~ 걍 주는 대로 다 잘 먹어줬으면 했던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
오늘 아침에 아이와 대화 중에 언니 두 아들 중에 큰애가 우리 큰애랑 식성이 많이 닮았다는 말과 함께 둘 다 편식이 심하다는 말을 했더니 딸아이 대답이 “엄마랑 이모가 큰 애들을 그렇게 키웠는가 보네?”였다.
(오잉??? 내가 생각한 반응이 아닌데???)
물론 그 말도 또 틀린 말은 아니다. 큰 애를 키울 때는 둘째에 비해 뭔가 더 신경을 쓰면서 책도 더 들쳐보고 더 정성 들여 키운 거 같은데, 우리 집뿐 아니라 대부분 첫째들이 쫌 더 까칠한 것 같다. (물론 우리 집 첫째는 세상에 둘도 없이 착한 딸인데, 둘째가 성격이 워낙 좋아버린다.)
암튼 그러한 대화 중에 ‘편식’이라는 단어가 갑자기 귀에 꽂히면서 우리가 흔히 말하는 ‘편’을 가르다와 같은 ‘편’ 자인지 궁금했다.
잊어버리기 전에 네이버를 검색해 보니, 어머나 역시나 같은 글자구나.
엄마 말씀대로 사람은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한다더니, 나는 아직까지 이런 기본도 모르는 일자무식쟁이였지만, 이제 뭐 배웠으니 됐다.
우리 아이도 어느덧 스무 살이 돼가니 편갈라서 먹는 편식은 차차 덜하고, 점점 다양하게 먹는다.
이제 애들 이만큼 키우고 나니 얻은 지혜는 때 되면 다 한다~
엄마가 좀 느긋하게 기다려주면 , 결국은 다 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