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사막 어드벤처??
페루 여행 1편에 이어…
빵빵해진 배를 부여잡고 아무래도 너무 무리했다며 후회하면서 다시 차를 타고 사막 투어하는 곳으로 향했다.
이민 생활이 거의 20년이 다 되다 보니, 이제 나는 한국 사람도 아니고 외국 사람도 아니고 그냥 ‘끼인’ 사람, 이곳에서도 외쿡인 저곳에서도 외쿡인 같다.
내가 기억하는 한국 사람들은 약속과 시간에 굉장히 엄하다. 내가 학교 다닐 때는 개근상도 있었다. 그만큼 출석과 책임감에 의미를 많이 준 것인데 지금은 부모 동의하게 수업을 빠질 수도 있고, 개근거지라는 말이 있다고도 들어서 심히 충격이었다.
아무튼 난 그런 한국의 분위기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외국 특히 지금 내가 세 번째 이민해 살고 있는 이곳과 두 번째 살았던 곳에서 시간을 안 지키는 것에 대해 실망을 했다.
한 번은 큰아이 반 엄마들 모임이 있었다.
어떤 집에서 모여서 엄마들끼리 술 마시는 사적 모임이었는데 분명 7시까지 모이라고 했는데, 7시에 도착하니 나밖에 없었다. 더욱 나를 당황시킨 일은 호스트가 정시에 도착한 나를 보고 너무 당황스러워했다는 점.
문을 열어주는데 분명 “어서 오라”며 반겨주며 인사했지만, 표정에서는 “어머낫! 왜 벌써 온 거야?”가 다 느껴졌다.
결국 8시가 넘으니까 한 명 한 명 모여들었다.
7시에 약속이면 … 8시에 모이는 거였다.
은행이나 공공기관에서도 마찬가지다.
급하게 일 처리를 해야 해서 아침 문 여는 시간에 딱 맞춰가도 일 처리를 바라는 사람 줄이 아무리 길어도 그들은 급할 게 없다.
차도 마시고, 옆 동료와 수다도 떨면서 여유만만이다.
어떤 은행직원은 자기 이름을 한국말로 적어주라며 종이와 펜을 건네기도 했다. 오히려 내가 뒤에 있는 사람들에게 눈치가 보였다.
이런 일들이 처음에는 어이없었지만, 차츰 그러려니~익숙해지고 또 한편으로는 그렇게 사는 게 꼭 나쁘지만은 않다는 생각도 든다. 다 그렇게 살면 그게 당연한 줄 알면 아무도 스트레스 안 받는 거다.
그래서 나의 경험상 이 페루인들도 4시에 투어가 시작될 거라고 10분 전까지 오라고 했지만, 콧방귀도 안 뀌고 최소 30분은 늦게 출발하겠지 하고 4시에 거의 딱 맞춰 도착했는데 우리에게 표를 팔았던 사람이 우릴 기다리고 있다가 빨리 오라고 재촉했다.
표 파는 사람과 인솔하는 사람이 따로 있었다.
판매원은 우리에게 인솔자 아줌마를 소개하고 아줌마에게 우리를 인계했다.
인솔자가 우리를 포함해서 여러 명을 한 번에 데리고 사막까지 데려갔다.
생각해 보니 이런 상품은 현지인이 주가 아니고 외국인들이 대부분이다 보니까 또 이러 때는 시간엄수인가 보다.
하~ 어디에 장단을 맞춰야 하는지 어렵다~
나는 아직도 외쿡 생활 적응 중..
bogie 투어를 예약할 때
“좀 깎아줘~ “
이러니까 안 깎아주는 대신, 제일 앞자리를 주겠다고 했다. 그 사람 말로는 그게 원래 더 비싼 자리인데 그냥 같은 가격으로 그 자리 주겠다고 하면서 선심을 썼고, 실제로 티켓에도 ‘앞자리 vip석이라고 적어주었다.
(웃으면서 “깎아줘~ ” 이런 ‘밑져야 본전’ 멘트를 던지면 가끔 이런 행운도 낚인다!!!)
차량은 총 3열, 10명 정원이었다.
인솔자가 자리를 배정할 때 재빨리 “우리는 앞 좌석!!”이라고 외쳤더니 앞에 앉으라고 했다.
분명 티켓 판매원이 제일 앞자석은 운전자 빼고 두 명만 탈 수 있다고 했다. 나와 남편이 앞자리에 앉으려고 가니 덩치가 엄청 큰 외국인이 앞 좌석에 타려고 한다.
“여기 우리 자리야. 너는 뒤에 앉아야 돼. 여긴 운전자 포함 셋 밖에 못 앉아”
“아니!!! 너희 둘, 그리고 나!! 우리 셋이 여기 앉을 거야!!!”
“????!” @.@
그 사람이 하도 세게? 나오길래 으잉??? 하면서 이해는 안 됐지만, 그렇게 셋이 앞에 앉아보니, 그렇게 앉으면 운전자가 운전하기에 엄청 불편할 것 같았다. 기어를 바꾸는 것조차도 쉽지 않아 보였다.
인솔자 아줌마가 그걸 보았다. 그 덩치아저씨에게 말했다.
“넌 여기 못 앉아. 네가 여기 앉으면 운전자가 운전을 못해. 넌 뒤에 앉아야 돼 “
“왜에??? 난 앞에 앉을 거야. 우리 셋이 앞에 앉을 거야!!! 난 앞에 앉을 거야!!! “
(덩치아저씨는 어느 나라 사람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영어권 사람이었고 에스파뇰을 아주아주 서투르게 하면서 같은 말만 계속했다.
” 난 앞에 앉을 거야!!! 뒤로 안 갈 거야!!!! “)
그런 와중에 두둥!! 운전자 등장!
“너 뒤로 가!!”
“ 싫어!!! 나 뒤로 안 갈 거야!!!! 난 앞에 탈 거야!!! “
계속 싸우고, 싸우고 이런 중에 어디선가 남자 두 명이 나타났다.
그 사람들도 앞좌석표란다.
우리의 인솔자 아줌마는 완전 멘붕이 와버렸다.
티켓 파는 사람이 여럿이고, 인솔자는 그 사람들을 한데 모아서 차와 자리를 배정하다 보니 이런저런 혼동을 초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남자 둘은 자기네는 앞자리에 앉으려고 웃돈까지 주고 샀다고 앞자리에 못 앉으면 자기네는 승차를 안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아줌마가 우리에게 도움을 청했다.
“갈 때는 너네가 앞에 타고 올 때는 뒤로 타라”라고 했다.
아줌마가 너무 딱하기도 하고 이렇게 계속 싸우다 언제 출발할까 싶어서 알겠다고 했다.
그래서 아줌마가 그 남자들에게 올 때 앞에 앉으라고 했더니 절대로 절대로 싫다고 또 화를 엄청 냈다. 자기네는 웃돈을 주고 샀다고 절대 양보 못한다고 했다. ( 그 사람들도 억울하기는 했을 듯…)
아줌마랑 한참 동안 실랑이를 하고, 티켓 판매원과 통화를 한다. 아줌마와 대충 합의를 한 것 같다.
아줌마가 다시 우리에게 제안했다.
“너네가 올 때 앞에 앉아. 갈 때는 쟤네가 앞에 타고 간대.”
“(으잉???? @.@) 싫은데??? 우리도 vip라고 티켓에 딱 쓰여 있는데? 우리도 원래 올 때 갈 때 다 앞 좌석이지만 싸우기 싫어서 올 때는 뒤에 탄다고 양보했잖아. 더 이상은 양보 못해!!! “
머쓱해진 아줌마가 그 남자 둘에게 다시 말한다.
“쟤네도 양보했으니까 너네도 좀 양보해. 갈 때는 너네가 뒤에 타고 올 때 앞에 타”
“싫다고!! 우리는 웃돈까지 냈다고!!! 봐봐 티켓“
그 시점에 남편은 덩치 아저씨한테 뒤로 가서 앉으라고 다시 말하고 있었고, 아저씨한테 티켓 볼 수 있냐고 너도 티켓에 앞 좌석이라고 쓰여 있냐고 소심하게 싸우고 있었다.
난 남편에게 가만있으라고 이건 운전자나 인솔자가 조정할 일이지 우리가 할 일 아니라고 말렸다. 즐기자고 온 여행에서 얼굴 붉히고 싶지 않았다.
보다 못한 운전자가 카리스마 있게 한마디 했다.
“너 여기 앉으면 우리 모두 위험해져. 우리 출발 못 해!!! 안 갈꺼야!”
결국 덩치 아저씨는 뒤로 가서 앉았고, 앞 좌석을 고집했던 두 남자는 계속 싸우다가 승차거부하고 가버렸다..
뒤통수에 대고 인솔자 아줌마가 소리친다.
“난 환불에 책임 안져. 너네가 승차거부한 거야!! “
결국 우리는 정시에 사막을 향해 출발했지만, 싸우다가 20분 이상 지체됐다.
다른 차들 다 출발하고 우리만 남았다 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