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막바지
그렇게 힘들게 출발한 우리 bogie는 누구보다 빠르게 달려줬다.
사막을 굽이 굽이 오르락내리락하는 재미가 이제껏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할 아찔한 스릴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사실 나는 놀이공원이라면 질색이다.
결혼 전 남편이 남친 시절, 나름 나에게 잘 보이려고 고생해서 알바한 돈을 아낌없이 플렉스 하고자 서울랜드 자유이용권을 구매했다. 나는 정말 가고싶지 않았는데, 그래도 그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았고, 또 자유이용권이니 나름 무섭지 않은 기구만 타면 될 것 같았다.
회전목마부터 시작해서, 다람쥐통 그리고 바이킹을 탔는데, 난 다람쥐통을 타고 너무너무 무서워서 더 이상 아무것도 타고 싶지 않았지만, 그만 타기에는 돈이 너무 아까웠다.
지금은 얼마인지, 또 서울랜드가 아직까지 존재하는지도 모르겠지만 그 당시 자유이용권은 정말 비싸게 느껴졌다.
근데 안경태(남친)가 계속 졸랐다.
바이킹을 꼭 같이 타고 싶다고 했다.
혼자 타라고 하기도 뭐 하고 해서 큰맘 먹고 타기로 했다. 줄이 점점 가까워질수록, 긴장해서 배가 너무 아팠다. 예나 지금이나 민감한 나의 장기들이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도망치고 싶었지만, 버텨냈다.
드디어 탔을 때.. 재미는 하나도 없고, 너무 긴장한 나머지 숨도 못 쉴 지경이었고, 소리도 지르지 못했다. 그저 빨리 끝나기만 바랄 뿐이었다.
드디어 몇 분의 (실제로 한 1-2분 정도 소요됐겠지만, 나에게는 체감 10분 이상이었다.)
바이킹을 타고 내려왔을 때, 나는 눈물이 범벅이 되었다. 그때는 워터프루프가 없었던 건지, 내가 안 썼던 건지 마스카라랑 아이라이너가 다 번져서 정말 최악이었다. 그땐 둘이 사랑이 넘쳤으니 안경태는 그 모습도 좋아했었다.
흡사 이런 모습…
그 이후로 난 never !!! 놀이 공원은 가지 않았다.
안경태도 굳이 가잔 말을 하지 않았고, 내가 정말 겁이 많다는 걸 제대로 깨우친 것 같았다.
그렇게 겁이 많은 나에게 어드벤처 여행은 내 취향이 아니었기에 지금까지의 모든 여행은 관광과 휴양 중심이었는데, 여행 계획을 짜던 남편이 무심코 던진
“당신은 못 할 것 같애.”
한 마디가 나를 자극했다.
이제껏 내 인생은 지극히 수동적이었고, 누구보다 빨리 포기하는 나였는데, 이제는 그렇게 살기 싫었다.
남들 다 하는데 나만 못하리란 법이 없었다.
나 자신에게도 , 남편에게도 그리고 애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었다.
도전!!! 하는 엄마의 모습을
그런데 예상외로 정말 너무 신났다!
엄청 재미있었다!!
오히려 남편이 자기는 무섭다고 그만 멈췄으면 좋겠다 했는데, 나는 그 스릴과 바람과 온도 모든 것이 좋았다.
그리고 왜들 그렇게 앞자리를 고집했는지 알았다.
눈앞으로 펼쳐지는 모래언덕의 경사를 보면서 타는
것은 그 재미를 훨씬 배가시켰다!!
혹시 다음에 나와 같은 경험을 할 계획이 있다면 반드시 앞 좌석을 사수하라! 고 말하고 싶다!
그다음 코스는 사막의 정상에서 보드 타고 온몸으로 미끄럼 타기!
처음에는 비교적 낮은 봉우리에서 시작한다.
어릴 적에 쌀포대 타고 눈에서 미끄럼 타는 추억이 떠올랐다.
내려갈 땐 재미있는데 올라갈 때는 내가 탔던 보드를 끌고 올라가야한다.
모래에서 발이 자꾸 빠지는 바람에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가는 게 쉽지 않았다.
두 번 타고 bogie로 좀 더 높은 사막으로 봉우리로 이동해서 한 번 더 미끄럼 타고, 다시 bogie 타고 일몰이 잘 보이는 곳으로 이동했다.
여기저기 흩어졌던 여행객들이 각각 운전자가 내려주는 곳으로 가 일몰을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