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아는 맛인데?
사막에서의 일몰은 예뻤지만, 기다린 시간에 비해 참 짧았다. 해가 순식간에 사막 언덕 밑으로 사라져 버려서 어두워지기 전에 빨리 내려왔다.
혹시 이런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에게 꿀팁!
물과 bandana 꼭 챙기세요.
사막 어드벤처를 하기 전 매표소에서 물과 bandana를 파는데 물은 이미 챙겼고, bandana는 ‘한 번 쓰고 말껀데 ’, 하는 마음으로 구입하지 않았다.
근데.. 구입했어야 했다.
바람에 날리는 모래가 눈이고 입에 사정없이 들어왔다.
눈은 그나마 선글라스가 있어서 다행이었는데, 입으로 들어오려는 모래는 피할 길이 없었다.
만약 저런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이 있다면 적극 권장한다.
온몸과 얼굴에 미세 모래가 덕지덕지 붙어있었기 때문이 호텔로 가서 우선 샤워를 하고 산책 겸 간단한 칵테일 한잔을 하러 나갔다. 저녁이라 호텔 밖은 위험할 거란 생각에 호텔 식당으로 갔다.
점심을 너무 과하게 먹어서 사실 배가 하나도 고프진 않았지만 paracas에서 마지막 밤이라 그냥 자긴 아쉬웠다.
간단하게 칵테일 하고 호텔에서 산책을 했다.
달빛과 호수에 부딪히는 물살 소리, 풀벌레 소리, 바람 모든 것이 좋았다.
근데 항상 그렇게 모든 것이 완벽하게 좋은 순간에는 아빠가 떠올랐다.
살아 계실 때 그렇게 잘 챙기는 딸도 아니었는데, 아빠가 살아계신다 한들 한국에서 페루까지 여행을 오실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그냥 좋은 순간마다 아빠가 떠올랐다. 아빠한테 잘해드릴걸 하는 후회와 안타까움이 밀려와서 눈물이 났다.
다음 날 아침은 배를 타고 섬 구경을 하는 일정이었다. 운 좋으면 펭귄을 볼 수 있다고 해서 기대기대!
관광객이 많아서 혼잡할까 봐 시간을 좀 일찍, 8시 반 예약을 했고, 또 하필 날씨가 흐렸어서 생각보다 많이 추웠다. 바닷바람이 매섭기도 했고, 이곳 선장도 젊어서 그런지 야생의 속도감을 맛보게 해 주었다. 파도에 배가 출렁일 때 배가 뒤집히지 않을까 조금 무섭기도 했다.
lima로 출발 전에 또 배를 좀 채워줘야 해서 local 식당 중에 평이 좋은 곳으로 갔다.
맛은 그저 그랬고, 양이 엄청 많았다.
보통 장기 여행 중인 젊은이들이 자주 이용하는 곳 같았다.
배를 채우고 lima로 출발.
그나마 paracas는 지방이라 운전하는 게 최악은 아닌데, lima에서는 운전하는 게 그 어떤 어드벤처보다 스릴 있었다.
얘네들은 무슨 생각인 건지, 보통 중간 차선으로 가다가 꼴리는 차선으로 갑자기 (깜빡이는 켜지 않고 들어오는 게 무슨 이나라 법인 것 같았다.) 훅 들어온다. 운전 중 시종일관 긴장했다. 원래 남편은 긴장하는 스타일이 아닌데 리마 운전은 다시는 안 하고 싶다면서 다음에 여행 가면 그냥 택시 타고 다니자고 할 정도였으니. 실제로 리마에서 좀 살다 온 친구도 사는 동안 운전 안 하고 택시나 우버를 이용해서 이동했다고 한다.
솔직히 우리 차라면 사고가 나면 화는 나겠지만, 이게 렌터카라서 부담이 더 컸다. 보증금을 한국돈 100만 원(그게 기본)을 잡아놓은 상태라서 잘못하면 뒤통수 제대로 얻어맞을 것 같았다.
조심조심 아슬아슬 , 남편과 나 둘 다 긴장감에 감탄사 같은 욕을 계속 내뱉으며 호텔 도착
대충 짐 풀고, 저녁 먹으러 갔다.
근처 식당 top1 이래서 잔뜩 기대하고 갔다.
원래 대충 사진 보고 메뉴를 고르는 편인데, 이 날은 리뷰까지 꼼꼼히 읽었다.
고기는 왠지 부담스러웠고, 가볍지만 맛있고 특이한 걸 먹고 싶었다.
리뷰에서 조개 요리에 대한 평이 좋았고, 그중 소스의 매운맛이 ‘킥’이라는 리뷰에 끌려서 시킨 요리.
근데 이게 이게 딱 먹어보니 아는 맛이었다.
뭐지 뭐지???? 생각해 보니 딱 꼬막무침 소스 맛이었다.
어릴 때 엄마가 꼬막 잔뜩 사다가 삶아서 간장, 고춧가루, 파, 마늘, 참기름 섞어서 올려주던 바로 그 맛
응답하라 1988에서 보라 아빠가 그렇게 간절히 원하던 그 꼬막무침 ㅋ
사람들 평이 좋은 만큼, 역시 맛도 좋았다.
저녁 먹고 소화 좀 시킬 겸 산책 후 호텔로 와서 다시 나의 현실로 갈 준비를 했다.
담날 아침 첫날 맛있게 먹은 샌드위치 집에 가서 다시 그 샌드위치를 먹고 다행히 아무 흠이 없는 차를 반납하고, 비행기 타고 우리 아이들이 기다리는 곳으로…
안녕 lima야
다음에 또 올 일 있겠지.
그때는 lima 거쳐서 machu picchu 갈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