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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티비 함부로 보면 안 된다

by 창가의 토토


요즘 살이 너무 찐다.

나이가 나이니만큼, 기초대사량은 점점 낮아지고, 움직임은 점점 없어지니 뭐 당연한 결과겠지.

나도 한 때는 먹어도 살이 안 쪘는데(?) …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먹은 거에 비해서 살이 덜 쪘다.

그런데 요즘은 살이 쉽게 찌고 미운 부위에 살이 붙는다.

브라 라인 위아래로 살이 툭튀하고, 등살과 뱃살에 지방이 많이 붙으니 바지 허리사이즈가 점점 늘어난다.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그런데 운동은 하기 싫다!

그래서 나름 꾀를 낸 게 식단 조절이었다.



아침: 토마토, 아보카도, 삶은 달걀 1-2개, 아메리카노

점심: 잡곡밥, 양배추 쌈, 삼색피망 + 쌈장, 메인 반찬

저녁 : 오트밀, 우유, 바나나나 고구마


이렇게 3월 1일부터 나름 잘 조절했는데, 결과는 단 1KG도 시원스럽게 빠지지 않았다.

좀 빠지는가 싶다가 다시 제자리 다시 제자리걸음이었다.

어떨 때는 그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해 화장실을 다녀온 후에 다시 재어보는데 별 차이가 없다.

인체의 신비다

분명 나간 게 있는데 왜 줄지 않지??



뭐가 잘못된 걸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 간 과일을 브레이크 없이 너무 먹어댄 것이다.

과일을 먹을 때는 식사 후에 바로 먹는 것보단 식간에 먹는 게 좋고, 과일도 어차피 당이기 때문에 많이 먹으면 살이 찐다는 것이다.

난 요즘 복숭아 사랑에 빠졌다.

복숭아를 하루에 기본 1개, 많게는 2개 먹었다.

나의 사랑 납작 복숭아


거기에 좀 더 땡기는 날은 포도까지 먹었다.

뭐 소주잔 한 잔 정도가 적량이라던데, 난 보통 20-30개??? 개수를 파악하지 않고 그릇 통째로 먹었다.

결국 물만 먹고 살찌는 사람은 없는 거였다.

그 말은 모두 거짓말!







어제도 아침, 점심은 식단에 맞춰 잘 먹었다.

점심에 양배추를 너무 많이 먹었는지 저녁을 먹을 시간인데도 배가 안 고팠다

진짜 하나도 안 고파서 저녁을 거를 생각이었다.

저녁을 안 먹으니 시간 여유가 생겨서 티비를 틀었다.

나의 뱃살을 쿠션 삼아 뭐를 볼까나.. 채널을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고.. 하다가 ‘나혼산’을 틀었다.

이장우가 그릇을 빗는 장면을 보면서

“어머 어머, 손재주 좋네~”

감탄을 하는데 왜 자꾸 그릇 만드는 장면에 쓸데없이 음식 사진을 끼워 넣는지..

짬뽕, 라면 이런 게 자꾸 나온다.

이후에 이장우가 유명한 셰프형에게 찾아갔다.

형이 별의별 음식을 다 해주는데 솔직히 하나도 안 땡겼다.

왜냐면 상상이 전혀 안되는 맛이었다.

그리고 같이 보던 딸에게 말했다.


“ 저런 거 먹잖아?

그럼 집에 가면 꼭 라면 먹고 싶다니까~~ “


그런데 이장우가 내 말을 들은 것도 아닌데, 진짜로 그 셰프에게 라면을 끓려 달라고 말한다.

이장우가 라면을 맛있게 먹는다.

아는 맛!! 얼마나 맛있는지 내가 아는 그 맛!!!




분명 뇌는 위보다 우위에 있다.

뇌가 위에게 명령한다.



너 지금 배고프지?

너 지금 배고프잖아!

너 지금 라면 먹고 싶지?



어라? 갑자기 배가 막 고파진다.

지금 막 라면이 마구마구 먹고 싶어진다.

방에 있는 남편에게 전화한다


“ 라면 끓여줘~ 계란이랑 파랑 넣어서 라면 끓여줘~”


남편이 안된다고! 말려주기를 바랬는데,

통화하면서 바로 나온다.

그 소리를 듣고 큰딸 작은딸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숟가락을 얻는다.

넷이서 계란과 파를 넣은 라면과 깍두기를 맛있게 먹었다.

행복한 시간이었다

sticker sticker






자려고 누웠는데 남편은 속이 더부룩하고, 잠이 안 온다고 찡찡댔다.

오늘 아침에 몸무게를 재보니 정확하게 1.1KG이 올랐다.

빠지는 건 100그램도 허용하지 않더니 찌는 건 역시 쉽다.

나의 결정에 후회는 없다.

너무 맛있었다. 행복했다


그런데 이제 밤에는 티비를 가려봐야 할 것 같다.

이제 밤에는 식욕을 억제할 다큐나 시사프로만 보는 걸로~~



티브이의 무서운 영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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