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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호텔에서 영업을 당했다 2

by 창가의 토토

비싼 호텔에서 영업을 당했다​에 이어서….


순진한 우리는 알겠다고 내일 아침에 만나자고 약속하고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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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그 직원 1을 만난 건 지하 1층이었고, 내일 아침에 보자는 인사와 함께 헤어졌는데, 로비에 오니 그 직원 1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고 자연스럽게 직원 2에게 우리를 소개했다.

잠시 후 직원 2가 또 직원 3을 데려와서 다시 인사를 나눴다. (직원 1이 낚아서 좀 더 직급이 높은 직원한테 전달되는 느낌?)

직원 3에게 우리의 신상 정보가 좀 털렸다.

이름과 생년월일 이런 거.

그런 걸 그냥 좀 가짜로 써도 되는데 우리는 또 서류를 내밀면 왠지 순한 양이 되는 서류 트라우마가 있다.

너무나도 진실되게 정보를 기입했다.

이후에 내일 아침 식사를 몇 시에 할 건지 물었다.

우리가 아침 식사할 때 우리에게 그 혜택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겠단다.

이게… 무슨….????

아니 식사는 마음 편하게 해야 하는데, 우리는 식사를 하고 자기는 우리 밥 먹는데서 설명을 하겠다고?

이건 좀 아니다 싶었다.

우리가 아침을 일찍 먹을 테니 식사 후에 만나자고 합의를 했다.

왠지 모를 찝찝함이 엄습했다.

그 혜택을 설명하는데 얼마나 걸리니?”

“원래 90분짜리인데, 너네는 여기 머무는 시간이 짧으니까 60분 만에 끝내줄게.”

“?????? 60분??????”


그때 직감했다.

이거 뭐가 잘못됐다는 걸

그런데 이미 우리의 개인정보가 좀 넘어간 상태라는 것, 호텔 측에 3시간 후에 체크아웃한다는 것이 조율이 된 상태라는 것, 또 그들의 desk는 정확하게 로비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바로 앞에 있어서 그들을 피할 수는 없어 보였다.




다음 날 아침 이른 아침을 먹고 그들과 만나기로 한 시간에 로비로 가니 그들이 우리를 매우 반갑게 맞아주었다.

직원 3이 아주 단정한 옷차림과 여유 있는 말로 우리에게 친근감을 쌓더니, 우리를 털었다(?).

1년 평균 여행 횟수, 경비, 주로 여행하는 곳, 직업…

현재 우리가 머무는 객실과 예약 가격 등등

그러더니, 그 가격이면 그 객실의 두 배가 되는 객실을 얻을 수 있다고 하면서 그곳을 보여주겠다고 같이 가자고 했다.

그곳은 정말 우리가 머무는 곳보다 두 배 아니 거의 세 배 정도 넓었다.

화장실도 2개였고, 야외 테라스도 두 배 이상 넓고, 작게나마 요리할 수 있는 공간도 있었고, 미니 거실도 있었다.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는 우리에게 제안했다.

지금 너네가 머물고 있는 객실을 반가격으로 얻을래 아니면 이 객실을 지금 머무는 가격과 같은 가격으로 얻을래?

남편은 작은 돈에는 굉장히 아끼는데 큰돈에는 약간 개념이 없어지고 또 약간 흥분하면 판단력이 떨어지고 게다가 팔랑귀다.

표정을 보아하니 이미 90프로 정도 넘어갔다.

외국에 살아서 좋은 장점, 제일 크고 제일 좋은 장점이 뭐냐면,

나는 그들의 말을 알아듣는 데, 그들은 우리말을 전혀 못 알아듣는다는 거다.

(그런데 최근에 한류열풍이 얼마나 어마어마한지 어떤 젊은 애들은 한국 말을 띄엄띄엄 알아듣기도 해서 좀 조심해야 한다.)

그 장점을 살려서 나는 한국말로 남편에게 제발 정신 차리고 이성을 챙기라고 채찍질을 했다.

여기까지 하니까 거의 1시간이 지났다.

이제 그들의 카드를 보여 줄 시간.. 그런데 거기서 카드를 보여주지 않고 갑자기 사무실로 들어가잔다.

거절할 타이밍이 없다.

헉…

이끌리어 따라 들어가니 안에 사무실이 제법 크고 직원이 상당히 많다..

사무실 문이 닫혔고, 다른 여직원이 잠시 우리를 맡았다

또다시 개인 정보를 묻고 컴퓨터에 저장했다.

이게 분명 잘못 흘러가고 있는 건 맞는데 끊을 타이밍을 못 찾겠다.

다시 직원 3에게 인계된다.

사무실 더더 구석진 곳으로 데려간다.

뭐를 마실 건지 묻고 제공한다.(우리를 릴랙스 시키려는 전략?)

이제부터 그들의 혜택을 설명했다.

멤버십을 구매하면 이제부터 top5 호텔을 반값 또는 그 이상의 할인가로 이용할 수 있고, 최대 3시간 연장 무료 체크 아웃, vip 식당 이용가능 등등

이곳에서 관리하는 호텔은 모두 바닷가 앞에 있는 별 다섯 개 호텔들이었다.

컴퓨터 화면을 열어서 그 호텔들 사진을 보여주고, 일반적인 호텔 예약 사이트 가격과 자기네 멤버십 가격을 비교해서 막 보여주면서 혼을 뺐다.

우리가 흔들리는 것 같았나 보다.

직원 3이 긴급히 직원 4를 불렀다.

자기를 도와서 우리에게 설명을 더 잘해줄 수 있냐고 물었다.

“of course”를 외치며 계산기를 막 막 두들겼다.

종이에 계산을 해가며 우리가 얼마나 이득을 얻을 수 있는지 미친 듯이 설명을 했다.

(설득이 거의 다 됐다 싶으면 직원 4가 와서 더 정신을 빼서 정신을 빼는 다음 단계 작전에 들어갔다.)

그런데 제일 중요한 멤버십 가격을 안 알려준다.

우선 한 달에 300불은 무조건 내야 한단다. 그건 멤버십 비용이 아니고, 우리의 예약을 도와주는 전용 직에게 무조건 줘야 한단다.

멤버십은 10년짜리 20년짜리가 있는데 얼마짜리를 원하냐고 물었다.

20년짜리는 대략 2만 불 , 10년짜리는 1만 불이란다.

이런 미친..!!!!

그걸 우리가 지금 왜 내냐고!!

돈이 튀냐!!!!


때마침 딸에게서 전화가 온다.

언제 오냐고!

시간을 보니 세상에나 벌써 2시간 반이 지났다.

맥이 좀 끊기니 정신이 차려졌다.

이건 아니다 싶었고 어떻게 이곳을 빠져나갈지 방법을 찾아야 한다.


“너무 좋은 조건인데, 작은 돈이 아니고, 우리의 계획하에 있던 일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 부부가 대화를 더 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너의 설명이 완벽하게 이해되지 않았으니 메모한 종이를 주면 우리가 계산을 다시 해보고 결정하겠다. “

라고 말하자 직원 4의 표정이 눈에 띄게 달라진다.

웃음기가 쏙 빠지고 눈에서 살기가 느껴진다.

어느 부분이 이해가 안 되는지 정확히 말하란다.

그리고 그 메모지는 원본(?)이라 줄 수 없단다.

그럼 사진을 찍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그것도 절대 안 된단다.

뭐가 그렇게 켕기는 게 있는지??!

‘아 얘네가 오늘 우리 사인받기 전에는 우리를 보내줄 마음이 없구나!’ 싶었다.

방법을 바꿔야 했다.

지금 우리 애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우리가 1시간 후에 갈 거라고 했는데 지금 시간을 봐라 이미 2시간 반을 지나 3시간이 돼 가려고 한다. 애들한테 가봐야 한다.”라고 했는데도

너네가 지금 어느 부분에서 확신이 안 서는지를 설명하라. “ 고 했다

이렇게 나오니 진짜 화가 났다.

‘좋게 말하니까 우습니? ’ 싶어서 진심으로 화를 내며 말했다.

우리 애들이 지금 불안해한다.”라고

그러니까 직원 4가 알겠다고, 그럼 너네 체크아웃하기 전에 반드시 할지 안 할지 자기한테 와서 알려주고 가란다.

자기가 우리한테 쓴 시간을 보상하라고

자기는 판매자로서 일을 한 것뿐인데 뭘 보상하라는 건지???

그것을 거절한 것이 그들에게 잘못한 것인가?


그렇게 거기서 가까스로 나왔고 우리는 애들한테 갔다.

잠시 후 남편은 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말하러 가겠다고 했다.

나는 가면 다시 잡히니까 가지 말라고 했지만, 남편은 좀 고지식한 편이라 약속했으니 가야 한다며 갔다.

힌참 후 남편이 왔다.

거절 의사를 밝히니 직원 3이 누구를 또 부르더란다.

그 회사의 최고 대빵의 포스가 물씬 풍기는..

남편은 단호히 말했단다.

“설명은 이미 들을 만큼 들었으니 더 이상 필요 없고, 너는 너의 일을 하기 위해 3시간을 썼지만 나는 황금 같은 휴가에 3시간을 썼다. 내가 너에게 미안할 이유는 없다. 혹시 마음이 바뀌면 연락할 테니 너의 연락처를 주라.”라고

그들은 그들의 연락처도 줄 수 없다고 그리고 나중은 없다고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면서 남편을 또 설득하려 했다고 한다.

남편은 강경하게 거절하고 나왔단다.


그들이 우리에게 준 3시간

득: 우리 아이들이 3시간 더 놀 수 있었고, 우리는 호텔에서 점심까지 먹을 수 있었고( 하지만 배가 불러서 거의 다 남겼다) 비행기 타기 전까지 애매했던 시간을 잘 때웠다

실: 3시간 동안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설명 들으면서 기 빨린 것과 약간의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계약을 억지로 성사시키려는데서 받았던 스트레스


과연 이게 득인지 실인지 정확한 계산은 안된다.

그런데 확실히 알았다.

옛말 틀린 거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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