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보니 꼭 말뚝박기하는 것 같아서 한참을
웃었다.
가족들과 여행을 가는 중에 체크인 시간이 어중간하게 남았다.
작년에 한국에 갔을 때 같이 쑥을 뜯고 싶다고 했는데, 시기가 잘 안 맞아 많이 뜯지는 못하고 맛만 봐서 살짝 아쉬웠는데..
이번해에는 시간이 좀 남았으니 아예 쑥이 있을만한 곳으로 가보자고 했다.
엄마는 쑥이며 고사리 캐는 일을 아주 좋아하신다.
엄마는 “쑥이 있어도 쑥을 캘 장비와 캔 쑥을 넣을 봉투가 필요한데..? ” 하며 약간 근심(?) 섞인 톤으로 말씀하셨다.
나도 나름 준비성이 강한 편이라 생각했는데, 역시 한국에서 사회생활 오래 한 언니나 오빠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오빠 차에는 차에서 나올 쓰레기에 대비해서 항상 넉넉한 검은 비닐이 준비되어 있었고, 어떠한 용도 때문인지 작은 칼도 하나 있었다.
언니의 작은 백은 만물상인지 그 작은 백 안에 없는게 없었다.
역시나 그 백 안에는 작은 가위와 칼이 항시 준비돼 있다고 했다.
빠르게 스캔 후 쑥이 있을만한 곳으로 이동했다.
와우!!! 쑥대밭 아니고 쑥밭이다 ㅎㅎ
엄마와 딸 셋이 허리가 아픈지도 모르고 쑥을 캤다.
서로 “이제 그만~ 가자.”는 말만 계속하고 어느 누구 하나 멈추질 않았다.
봉지에 쌓여가는 쑥을 보니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었다.
멀리서 오빠가 찍은 사진을 보니 흡사 말뚝박기 하는 모습 같다.ㅎㅎ
다음 날 아침 엄마는 눈 뜨자마자 허리가 아프시다고 해서 괜한 걸 했나 싶었지만, 어제 너무 재밌어하셨으니 그만큼 좋은 에너지도 얻으셨겠지.
부지런한 우리 언니는 그 귀한 쑥으로 쑥향 진한 쑥국을 끓여줬다.
청양 고추까지 더해 딱 맛있는 매콤함까지 더해졌다.
아침 식사라고 하기엔 너무나 진수성찬이었던 밥상
두릅나물, 취나물, 새송이 버섯볶음, 불고기, 총각김치, 파김치, 상추겉절이 그리고 쑥국.
이렇게 브레이크 없이 먹었으니 한국 다녀온 후 4킬로가 쪄버렸다. 불과 한 달 만에..
나에게 쑥은 한국에 대한 그리움과 봄의 상징이었다.
해마다 봄이 오면 쑥국이 그립고 쑥떡이 그리웠는데
이제 나에게 쑥은 사랑과 행복한 추억이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하 호호 웃으며 쑥을 캐던 그날을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남들 자는데 새벽부터 일어나 밥상을 준비하는 언니의 사랑이다.
밥은 사랑이고 쑥도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