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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녜스 Feb 06. 2020

안될 이유가 없어요

- 꺼낸  카드가 그림

새치름한 겨울이 오는 꽃샘바람마저 시샘한 듯 까칠하다.

구겨진 종이처럼 시간이 쌓여간다.

할 일을 챙겨보지만 뭉그적거림에 눌려 일관성이 없다. 복잡하지 않는 일상이 그나마 다행이다.

심기일전하여 새판 짜기를 시도한다.

그렇다고 새로운 걸 찾거나 시도하는 것은 버겁다.

예전에 하다가 포기한 것 중에 지속 가능한 것을 나열해본다.

시작하면 일단 맘이 편해지고 몰입도가 높은 것을 선택해야 한다.

그래서 커낸 카드가 그림이다.


개성도, 재능도 눈곱만큼도 없음에 절감하고 내팽개친 그림 그리기.

한동안 외면했던 미술도구들을 다시 챙겨본다. 물감, 스케치북, 붓, 색연필, 드로잉 펜, 먼지 쌓인 이젤까지.

취미로 시작했던 수채화, 유화, 드로잉, 여행 다니면서 스케치하는 모습이 너무 부러워서 손만 대다가 끝난 펜 드로잉.

비록 기초실력에 머물렀어도 바쁜 와중에도 열심히 배우러 다닌 것은 그림이었다.

결국 진득함이 부족하여 번번이 도중하차. 인내와 끈기 이런 단어는 나와 거리가 멀어서 중도포기는 거의 주 특기쯤 된다.

그래도 여전히 흥미가 남았다면? 못할 것도 없다. 남들과 비교하지 않으면 해결될 문제다.

남보다 잘하고 싶다는 과다 의욕은 젊었을 때야 가능했지. 이젠 남아있는 게 신기할 정도다.

그것보다 느닷없는 맥 빠짐? 의욕상실 이런 걸 경계해야 할 판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처럼 이젠 나의 약점보다 장점을 챙겨야 한다.

새로운 사람을 사귀고 만나는 것보다 나 자신과 잘 지내는 것이 우선이다.

토를 달듯 시간이 단조롭고 빠르다고 탓할 것이 아니다.

그림이 주는 매력이 나만의 즐거운 시간을 늘리는 동기가 되고 정신적 평화와 안락감을 줄지도 모른다.

성급한 진단은 금물이지만 선택에 대한 다짐을 미리 세뇌시켜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앞뒤 서두가 너무 길었다.

고개만 삐딱해도 선도 엉망으로 그리는 얕은 실력으로 원색의 화려함만을 원하는 발칙한 체질을 벗어던지면 희망적이란 것이다.

그렇다고 스스로 엄격한 기준을 들이대서 힘들어하지 않기로 한다. 내 역량은 내가 잘 안다.


유난히 따뜻하다 싶었던 이번 겨울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삭풍으로 휘몰아친 통에 전 세계가 떨고 있다. 이상 기후도 이변이고, 바이러스도 이변이다.

이 혹독함이 빨리 사라지고 따사로운 봄 햇살의 싱그러운 기운이 퍼지길 원한다.


손때가 묻어서 더 친숙한 도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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