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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녜스 Sep 06. 2020

시간 보내기

감정이 엉킨다.

엉킨 감정이 불편하다.

외면한다. 회피가 아닌 나름 대안이다.

엉킨 이유가 단지 그냥이다.

그냥이란 게 정체불명의 막연함이라서

무뎌질 시간이 조금 필요할 뿐이다.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가 오늘따라 선명하다. 

 

책장에 꽂아진 여행 책을 꺼내본다.

짙푸른 바다에 하얀 배가 멀리 떠있다.

파도는 하얀 포말의 물거품을 토해내며 검붉은 바위에 안긴다.  

연한 하늘빛과 섞인 넓은 하늘은 오른쪽이 더 진한 빛을 띠고 있다.

수평선이 보이건만 어디가 하늘이고 바다인지 구분조차 의미 없다.

내 눈은 나무 한그루 없는 끝없이 펼쳐진 초원에 꽂힌다.

그곳의 하늘은 초원과 맞닿아 있고 떠있는 구름은 구릉에 얹혀 머물러 있다.

시간이 멈춰 있는 듯하다.

융단처럼 깔린 평원에 차가 달린 자리는 길이 되어 황토 빛을 드러내고 아득하게 이어진다.

바람과 초원, 사막의 모래 먼지, 쏟아져 내리는 밤하늘 별들을 보러 가리라 했던 몽골을 이렇게 책에서 만난다.

검푸른 초록빛 호수는 눈이 시리다.

초지위엔 몽골 유목민들이 사는 전통가옥 게르가 군데군데 보인다.

기둥과 서까래를 연결해 세우고 둥글게 나무 벽을 친 다음 천막을 씌우면 끝. 완성하는데 세 시간이면 충분하다는 그들의 간편한 주거 공간인 게르.

내게 몽골을 떠올려보라면 초원의 유목과 게르가 먼저였다.

올해는 꼭 갈 거라고 계획했던 몽골 여행. 광활하고 아름다운 석양의 노을을 품고 대자연의 품에 사는 그들의 순수한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고 싶었다.

지금은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기약을 할 수 없다.


장마와 태풍의 위력 앞에 인간의 힘은 나약하고 코로나 감염병 위기상황은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의료공백까지.

여전히 사회 전반에 걸쳐 힘든 시간연속이다.

모두가 어려운 시기를 견뎌낼 수 있기를 바라며 힘내세요.라는 말밖에.

한 템포 긴 호흡을 내쉬며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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