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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녜스 Oct 10. 2020

새삼스러운 10년의 인연

하늘은 시린 물기를 머금은 듯 청명하다.

느린 햇살 아래 나뭇잎들의 살랑거림이 보인다.

시간마다 변하는 햇살이 티 없이 맑다.

휴일에도 우리 집의 두 남자는 휑하고 사라졌다.

운동을 챙기는 그들은 바쁘고 나는 한가하다.

나가는 그들에게 집은 내가 지킨다고 생색을 낸다.

정적이 깔린다. 익숙한 조용함이다.

혼자가 되는 순간 보이지 않는 규칙에서 벗어난 듯 시간도 자유로워진다.

날마다 잡다한 일만으로도 하루가 채워지지만 오래간만에 컴퓨터와 마주하며 할 일을 챙긴다.

참여하고 있는 단체에서 10주년을 맞은 소감을 적어 보내라 한다.

원년멤버라는 자격이 미안하지만 10년이 어제 같은 소중한 인연이다.

과거 기자생활을 했던 직장경험이 인연의 동기가 되었지만 프로보노(공익을 위해 자신의 재능을 기부하는 것)란 모토가 먼저 마음에 와 닿았다.

게다가 은퇴한 시니어들이 함께 모여 전문성과 경험을 사회와 나눈다는 취지도 좋았다.

돌아보니 지난 10년은 녹록지 않은 여정이었고 변화도 많았다.

길다 하면 길고 짧다면 짧은 세월이지만 이곳을 거쳐 간 많은 회원들의 선한 영향력과 업적들을

모아 모아서 기념한다고 하니 그간 보냈던 시간들이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거대 담론이 아닌 사회참여와 경험을 활용해서 재능 나눔을 지속 가능하게 하는 플랫폼으로 함께한 값진 시간들이 쌓여있다.  

은퇴가 곧 주류에서 밀렸다는 사고의 틀을 바꿔주고, 변화된 삶을 인정하고 변화된 만큼 살아가는 방식도 달리해야 했던 즈음에서의 만남은 모든 게 새로웠고 또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머릿속에 채우는 것이 앎이라고 여겼던 관점에서 벗어나는 발상의 전환이 절실했고, 인생의 후반부를 채워가기 위해 스스로 역량을 키우며 변화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준 고마운 곳이다.

그사이에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시간의 빠름을 실감하게 한다.


'바람처럼 스쳐 지나가는 작은 인연이라 할지라도 하나도 헛된 것은 없다'는 글귀가 떠오른다.

인연이란 말은 원래 불가에서 유래된 말이다.

불자는 아니지만 인과 연으로 이어지는 관계를 만남과 헤어짐의 인연의 끈으로 연결해보니 새삼 모든 게 달리 느껴진다. 내가 숨 쉬고 있는 공간의 느낌마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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