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렛검 Aug 06. 2021

미움받아도 괜찮다.

권면을 버리는 이유

나랑 한번 같이 일해보자


여러 이력서에도 불구하고 취업이라는 결과를 손에 쥐지 못했을 때, 이만큼 달콤한 제안은 없다고 생각한다.

일에 대한 제안을 통해서 어느 정도 인정받았다는 생각,


그리고 여기에서 오는 만족감 때문에 정확한 판단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긴다. 오늘은  당시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지금은 아무리 친한 사이라고 해도 누군가의 권유에 쉽게 반응하거나 대답하는 편은 아니다. 당시엔 달콤한 권유 안심하던 때였다.  


결심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취업을 위해서 거제도에 내려갔다. 권유받은 일은 내게 익숙한 아니어서 기회라고 생각했다. 가족들조차 의아해한 현장직무, 조선소에 현장일을 하러 간다는 결정


지금 생각하면 나도 의아하다.



왜 거기서 뭘 하려고 그래?


나는 해군을 전역했다.

초기엔 상근 출근을 명령 받았다.

주변인들은 부러워했다.  주변에서 나름대로 편하게 (물론 상근을 편하다고 비하하는 것이 아니라, 종합적으로 근무지가 집에서 가깝다는 심리적으로 안정감 측면에서) 혹은 하고싶은 거도 할 수 있을거라며, 행운이라고 말했다.


인정한다. 그치만 너무 쉽게 가진 행운은 달갑지 않다.


그래서 한번쯤은 호기롭게 발로 차며 현역으로 입대하고자 했다. 미쳤다고 들었다. 그래도 괜찮았다. 당시만 해도 그런 무모함을 즐겼던 탓이었는지, 현재 힘들어야봐야 앞으로 내가 멍청한 선택을 하지 않겠지 라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론 나름 잘했다고 뿌듯해 할 수 있다. 좋은 친구를 만났고, 못했던 것을 이뤄내는 터닝포인트 같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선택을 해서 군생활을  2년간 꾸준히 했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직별에서 상사에게 욕도 먹어보고 좌절감을 느꼇돈 상황을 바꾸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도 해본다는 이 의미가 깊다.


한 달 내내 바닷물에 질척여져서 절여진 홋줄을 부여잡고 냄새와 싸우고, 바다의 물건을  위로 올린다든지, 배가 출항 중에 흔들리고 파도가 몰아쳐도 안전을 위해서 함교에서 짠물 맞아가며 견시를 봐야 한다든지,


어떻게든 몸의 고단함을 극복해갔고, 그에 대한 끝맺음을 했다는 것이 나에게 의미가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현장에서 일하는 뿌듯함을 동경했다.


더군다나 나에게 일을 제안한 사람은  당시에 나와 고락을 함께한 사람이므로 믿을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가 동경했던 류의  일들을 실제로 내가 잘할  있는지 궁금했다.



그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정말이지 박살   같은  일을 1개월도  이어가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기억이 남는다.


안전화 속의 용도를 모르겠는 철판은  시간 동안 나에게 엄청난 고통을 주었고, 도대체 이런 것을 신고 어떻게 근무를   있을지 아무리 생각한다고 해도, 일은 해야 했기에 입을 앙다물고 걷고  걸었다.


일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게 될 때, 같은 근무지에서 근무했던 사람들은 이미 멀치감치 멀어지고 있는데 아픈 발로 빨리 걸을 수가 없어서 멀찍이 형체만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그들을 뒤따라가면서 '거리감'을 느꼈다.


그 일에 대한 극복해야 할 일 한 가지를 만났을 때, 그 내용이 쉽게 감당이 되지 않더라도 '내가 원한 일이니까', '이 뒤에는 어떤 일이 있을까?' 하며 궁금하다면 얼마든지 다시 시도해 볼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 그러나 나는 집으로 돌아가는 선택을 한다. 얻어낸 물집만큼 그리고 타인의 '남자가...', '아직 어린놈이...'라는 불편한 시선을 의식한 만큼이다.



당시 조선소는 수많은 근로자가 자전거를 활용해서 출근을 했다. 그것 또한 진풍경이다. 사직의사를 표명하고 그 무리를 역행해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비가 내렸다. 그리고 내리는 비가 거세어져서 점점 패배한 사람의 구색이 갖춰져 가기 시작했다.


절망감을 느낀 건 아니다. 다만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이 일은 내가 행복해하지 않는구나'일뿐이다. 그래도 이거면 됐다고 생각한다. 거기서 뭘 하려고 했냐면 내가 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잣대를 들고 재보려고 했던 것뿐이다. 그리고 그 잣대는 여전히 유효해서 흥미롭고 기회가 있는 것을 가급적 잡고자 했다.


수많은 무리와 그 군중 사이를 역행하면서

지금 이 결정이 포기인 건지

나약해서 결정한 건지

계획은 적절했는지


뭐 다 좋고 의미 있는 생각이지만


일단 살고 봐야겠다. 이젠 미움받아도 괜찮다.



작가의 이전글 새로운 결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