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일수록
연재라는 것은 쉽지 않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원래 써둔 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에 들지 않아서, 이런 내용은 아닌거 같아서 등등 수정하기도 하지만 막상 글을 쓰기 시작한터라 이것저것 '이러면 안되겠다' '이래야 하겠다'하는 것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글을 쓰는 것이 좋고, 나름의 한이랄 것들을 직면할 수 있다는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그리고 이런 글 또한 읽어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우리는 왜 일을 해야 할까"라는 질문에 정답은 없을거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누가 물어보느냐에 따라서 답변이 달라질 수는 있을거라 생각합니다만, 저는 그렇습니다. 일단 잘 꾸며진 답변 하나를 포장해두고 그 뒤에 정말 현실적인 내용 한 스푼을 얹고 있습니다.
그럼 질문을 바꿔서 "그 일을 얼마나 해야할까"라는 질문을 던진다고 가정해 봤을때, 몇 달, 몇 년만 일하고 끝날래? 아니면 쭉 일할래라는 선택지를 준다면 누구라도 후자를 택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규직을 시켜준다는데 마다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습니다. 이직도 어렵다 취업도 어렵다 하는 시대에 '정규직'이라는 단어는 듣기만 해도 안정적입니다.
그러나 알고보니 그 정규직 자리가 누군가의 후회로 가득찬 자리였다면, 아니면 그 자리가 마치 거대한 하수조의 마지막 부근인것처럼 기껏 쌓인 업무의 뒷처리 담당이었다면? 떠올리자마자 욕지꺼리만 나오는 사람과 늘 항상 일해야 한다면? 그 뒤에는 어떤 선택들을 하고 살아갈 수 있을지 싶습니다.
마지막 질문으로 "어떻게 해야할까"라는 질문에 도달합니다. 그래도 이 생활을 계속하겠습니까라는 질문에 긍정한다면 또 하루를 살아가는 것이고, 그렇지 않는다고 하면 떠날 준비를 해야합니다. 그 와중에 다른 곳으로 가도 만족스러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우리 모두가 그런 허무한 안정감에 속아서 끝없는 불안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최종합격 이후의 삶이 어떨지도 모르면서 일단은 생활적인 부담감에서 벗어났다고 기뻐하고 또 다른 어려운 상황을 마주하자 이것보단 낫겠다면서 불평하는 삶은 진짜 우리 삶에서 안정과 평안이라는 것이 존재하는가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합니다.
"우리 나이 즈음 남들 다 팀장하고 있는데 그 사람은...답이 없어 답이."
돼지는 부글부글 끓고 있는 감자탕 앞에서 본인의 몫을 덜어가며 이야기한다. 뒷말을 흐리긴 했으나 나는 그 의도를 파악한다. 아예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알 수 없는 이에 대한 평가를 내릴 순 없다고 생각해서 조용히 맞장구 치는 척, 나는 고개를 젓는것도 끄덕이는 것도 아닌 상태로 감자탕을 응시한다. 누군가 탁자를 툭치고 지나간다. 부산한 곳이다. 미안합니다라고 지나간 자들을 흘긋 쳐다보니 회사원같다. 같은 입장이다보니 더 쳐다보지 않기로 한다. 국자를 탁자에 내려놓은 돼지는 그 반동으로 빨간 국물이 와이셔츠에 튀는지도 모른채 피곤한지 다른 손으로 얼굴을 부비며 말을 이어간다.
"결국 뭐 그렇게 뒤쳐질 사람은 뒤쳐지는거지. 그래 넌 요새 어때?"
"뭐 똑같지"
내뱉은 말이 생각보다 건조해서 나조차도 내심 놀라는 찰나에 돼지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말을 잇는다.
"저번에 그 이상하다던 사람은 어떻게 했어? 잘 해결한거야?"
"글쎄... 모르겠다."
이상한 사람이라고 이야기 해도 괜찮은걸까라고 생각해본다. 직장 내 이야기이지만 돼지에게는 이야기하지 말걸 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부서가 다른 돼지에게 한 이야기가 있다. 협조가 잘 안되는 팀원이 있다고, 돼지는 그런 팀원들을 다루는 법에 대해서 20분 넘게 강연을 펼쳤다. 나중에는 문자로는 안되겠는지 전화를 걸어서 신나게 이야기했다. 초반 기세가 중요하다. 기록을 남겨라. 녹취해라 등등 필요한 말을 해주었다고 생각한다.
해결이라고 하는 것은 어떻게 해야 해결일까를 되물어보고 싶은 마음을 억누른 나는 질문한 돼지의 머리를 한참 쳐다보면서 보여진 관심에 대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를 생각해본다. 모르겠다라고 대답하는 것을 돼지는 싫어한다. 돼지는 항상 명확한 내용을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했다. 문득 목에 매여진 넥타이의 장력이 과하다 생각해 넥타이를 잡아당긴다. 숨이 조금 쉬어진다. 돼지는 씩씩거리며 이야기했다.
"모르면 안돼. 그런 사람들은 꼭 나중에 문제를 만들어, 너도 힘들다고 이야기했던거처럼 그런 사람들은 그냥 싸우던지 본때를 보여주던지 해서 아예 건들지를 못하게 만들어야 해"
돼지가 말했다. 그 표정이 뭐든지 알고 있다는 눈으로 반짝인다. 그리고 이만큼 너에게 걱정을 해주고 있다는 태도와 자세는 오만하다고 생각할 정도다.
"힘들면 나한테 이야기해"
"그래 고맙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돼지는 자신이 덜어놓은 접시안의 감자의 살을 능숙하게 바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소리내며 먹기 시작했다. 쩝쩝
식욕이 없는 사람이 본다면 게걸스럽다 싶을 정도로, 그리고 빠르게 접시를 비워냈다.
"넌 불안하지 않아?"
급작스래 내가 물었다. 음식을 탐하던 돼지가 고개를 들어 무슨 그런말을 묻느냐는 듯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왜 불안해야 하는데?"
접시에 담긴 마지막 하나의 살까지 홀랑 입으로 집어넣고 씹으며 돼지가 나에게 말했다. 그 때문에 빨간 국물이 다시 튀어 이번엔 내 셔츠에까지 닿았다. 물들어 가는 셔츠를 잠시 보고는 내가 다시 말했다. 잠시나마 표정이 일그러지지 않았는지를 주의하며 다시 이야기했다.
"아니 그냥 우리가 다른 상황에 쳐해있잖아. 이젠 모두가 있던 곳에서 떠나왔고 서로의 삶을 살고 있고, 각자 문제가 있어도 그 문제에 대해서 정확하게 이야기해줄 수 없고 누구와도 이야기할 수 없다면 불안하지 않겠어?"
돼지는 생각보다 길게 이야기하는 나를 보고 코웃음 치듯이 이야기했다.
"그럴시간이 없어"
"시간이 없다고?"
"그래. 우리는 그럴 여유같은건 없어. 봐 나는 일을 단지 잘하고 싶을 뿐이야. 그와중에 이룩하고 있는 것들이 많고 나는 욕심을 가지고 있어. 너는 두려워하는거야"
"두렵지는 않았는데.."
나는 반문했다. 전혀 두려운 감정이나 이런건 느껴지지 않았다. 불안과 두려움은 같을 수 있지만 어쩌면 다를 수 있다. 주장에 납득하지 않고
"그렇다면 너는 화를 내고 있는거야"
돼지가 말했다. 슬슬 정말 돼지의 말에 화가나기 시작했다.
"화가 나진 않았어. 단지 너에게 물어본것 뿐이야"
"그럴지도, 그렇지만 내가 본 너는 그래."
"무슨.."
무슨 말이 하고 싶은건지를 묻고 싶었지만 다시 '미안합니다'를 이야기하고 테이블 옆으로 지나가는 사람들로 인해서 다시한번 테이블과 의자가 들썩인다. 자리를 비켜주기 위해서 돼지도 의자를 끌어당기는 통에 내 몫의 그릇위에 올려두었던 젓가락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진다.
돼지가 팔짱을 끼며 의자 뒤로 깊숙히 앉았다. 그런 태도에 불쑥 올라왔던 화가 가라앉기보다는 돼지와 내가 얼마나 된 인연인지를 계산하기 시작했다. 날이 저물대로 저물고 있었다.
시도는 여러번 해보겠습니다. 실제 있었던 이야기이기도 하고 아닌 이야기도 한 내용을 들어서 각색해보는게 좋겠다고 생각해봤습니다. 그럼 조금이나마 사실에 근접한 이야기를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