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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피코코엄마 Mar 23. 2018

본편(3): 중성화를 꼭 해야만 하는 이유

코코 약 4개월, 중성화 전입니다. 수컷강아지처럼 배의 중간에 생식기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고양이 성별은 엉덩이 부분을 보고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토피를 입양했던 날, 차를 타고 오랜 시간 건너오고 새로운 집, 새로운 사람들에 겁을 너무 많이 먹어서 손을 많이 댈 수는 없었지만 저는 토피가 암컷 고양이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무지함에 대하여 변명을 해보자면, 토피는 워낙 작고 가녀리기도 했고, 눈빛이 예쁘기도 했고, 전 주인이 남매라고 주장했던 같이 있던 다른 새끼 고양이가 갈기도 있고 좀 더 늠름했었기 때문이었죠. 


그리고 강아지만 키웠던 분들은 좀 더 헷갈릴 수 있는데, 고양이는 수컷이라 해도 강아지들처럼 배 한가운데에 생식기가 나와있지 않았고 암컷 강아지들과 좀 더 많이 비슷하게 보입니다. 사진 속의 코코 배를 보면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말이죠. 


그런데 테크니션 분께서 보시자마자 털도 그렇고, 뒤를 보아도 분명히 수컷이라고 말씀하셨었죠. 토피는 4-5개월로 추정되었기 때문에, 의사 선생님께서 당일에 중성화에 대해서 언급하셨었습니다. 그리고 저희 부부는 중성화를 시킬 수 있는 개월 수와 무게가 되자마자 하겠다고 답했었고, 실제로 두 마리 모두 마취를 할 수 있는 무게가 되자마자 예약을 잡고, 중성화 수술을 했습니다. 


저희는 이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의견이 없이 바로 진행했는데, 그 이유는 제가 키웠었던 강아지 미미 때문이었습니다. 미미는 푸들이 섞인 암컷 강아지로, 제가 초등학교 4학년이던 1998년부터 2014년까지 함께 했습니다. 당시에는 강아지를 키우는 집들은 종종 있어도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어떤 사료가 좋은지, 세심하게 관리는 어떻게 해주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잘 몰랐었습니다 (요즘은 인터넷을 통해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어서 이제야 알게 되었는데, 저희가 놓쳤던 여러 부분들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저희의 부족함 대비 미미가 얼마나 건강하게 잘 지내주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아직도 미미를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 반, 감사한 마음 반이네요). 좋아하는 사료와 개껌, 간식 사서 주고, 종종 산책도 시켜주곤 했지만 중성화에 대한 중요성을 잘 몰랐었습니다. 중성화를 하지 않았으니 혹여나 언제 새끼를 한번 낳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 가끔 생각하기만 했었고, 가끔은 발정이 왔고, 생리를 할 때 기저귀를 채우고 벗고 도망가서 이불에 피를 묻히면 살짝 혼을 내는 몇 년이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실제 문제는 노령견이 되어가는 시점부터 발견되었습니다.

나름 정정하셨던 때의 미미 할머니... 이젠 미미 사진을 찾으려 페북에 가면 페이지를 오래오래 내려가야 합니다. 슬프네요.

미미가 7-8살이 되던 시점, 강아지의 배와 젖꼭지 부분에 동글동글한 것들이 잡히기 시작했습니다. 정기적으로 가는 동물병원에서 물어보니 유선종양이라고 했습니다. 암컷이면 좀 더 많이 발생하고, 악성이면 아마 수술을 해도 어찌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나이가 제법 들었기 때문에, 마취를 했다 깨지 못할 수도 있다고 했었습니다. 지금 되돌이켜 생각해보면 이때라도 수술을 먼저 진행했었어야 했는데... 몇 개월 지나다 보니 유선종양의 개수가 많이 늘어나지 않고, 사이즈 또한 줄었다 커졌다를 반복했기 때문에 그 기회를 놓쳐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로 4-5년이 지났던 2012년, 미미가 앉을 때마다 끈끈한 액체가 자꾸 묻어 나온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이 진행되고 있는지 잘 몰랐다가 발톱을 깎으러 방문했던 동물병원에서 자궁 축농증이 의심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나이가 12살이 넘은 상황이지만, 이렇게 묻어 나오는 것을 보니 난소에 농이 가득 찼고, 그대로 두면 2-3개월 안에 죽을 것 같다고 판단하셨습니다. 아무리 나이가 제법 있다고 해도 이렇게 그대로 죽는 것을 지켜볼 수는 없다고 판단한 저는, 제 독단으로 미미의 수술을 결정하여 진행했습니다. 다행히 수술은 잘 진행되었고 마취 또한 너무 늦지 않게 깰 수 있었지만, 자궁과 난소를 들어내고 난 다음에 배가 쉽게 붙지 않아서 3개월 정도 붕대를 감고 지내야 했습니다. 그리고 뒤늦은 수술이었지만, 마지막 기회를 잡은 덕분에 저희 가족은 1년 반 정도 미미와 더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의 교훈을 헛되이 하고 싶지 않아서 저는 토피와 코코를 둘 다 6개월이 되었을 때 수술을 잡고 진행했습니다. 수컷들은 상대적으로 수술도 빠르고, 회복도 그만큼 빨라서 좋았었습니다. 다만 에피소드가 한 가지 있었는데, 엄마의 마음에서 봐서 그런지 제 눈에는 토피가 너무 작고 어려서, 전날부터 금식과 금수를 시켜야 한다고 하니 너무 가련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병원으로 데려가서 "배고프면 어떡하지? 목마르면 어떡하지? 눈뜨면 뭐 먹고 싶지 않을까? 사료랑 물그릇 밥그릇 갖고 왔는데...." 등등 지금 생각해봐도 심한 호들갑을 떨었습니다. 그러자 병원에서 간호사님이 시크하게 제게 한 말씀하셨는데, "얘 남자 애니? 그럼 60초도 안 걸려.... 그만 좀 해"라고 하셨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참 유별났네요..... 코코 때는 아무런 걱정 없이 맡겼다가 데려왔었습니다. 

토피 4개월 ㅋㅋㅋㅋㅋㅋ 중성화를 3주 앞뒀던 시점인데, 제 눈에는 고양이라기보다는 거의 삐약이처럼 보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더 호들갑을 떨게 되었구요. 

마지막으로 몇 가지 고양이 중성화에 대한 팁을 적고서 이번 편을 마무리하려 합니다. 우선, 미국이라면 동물보호단체나 시에서 고양이 중성화를 $50-70 정도로 저렴하게 해주는 곳들이 있습니다. 일반 병원에서 진행하면 $2-300불에 마취 테스트를 진행하게 되면 $200 정도 추가로 내야 하는데, 중성화는 간단한 수술이므로 저렴하게 진행하겠다 싶으면 이런 곳들을 잘 알아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중성화를 한 다음에 수술부위를 핥으면 안 되겠지만 넥 카라를 굳이 씌우지는 않아도 된다고 합니다. 저희는 수술 당일 저녁에 퇴원을 했는데, 깔때기를 씌워놓으니 방향 감각을 더 못 잡아해서 빼주고, 핥으려 하는 것만 막았습니다. 그리고 마취가 완벽하게 풀리고 수술부위가 봉합되지 않으면 높은 곳에 뛰어오르는 것을 막아야 하니 캣타워를 미리 분해해 두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실제로 토피는 여러 번 캣타워에 박기도 하고, 뛰어오르려는 것을 몇 번이고 잡아서 내려보내야 했습니다.


지금까지 썼던 글들은 어찌 보면 모든 고양이의 주인들이 겪는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다음 편부터는 "아, 나도 고양이에 대해서 글을 써야겠다...."라고 마음먹게 했던 에피소드 겸 계기들을 적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 편은 현재 진행형인 고양이 구내염을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20180322

토피코코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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