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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퓨 May 27. 2022

전염병

요즘에 마을에 지독한 병이 돌고 있다. 몇 년간 변함없던 내 생활이 없었다면 쉽게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다.

아침에 부푼 가방에 퉁퉁한 텀블러를 챙겨 항상 가던 카페에 텀블러를 내밀며 차가운 커피를 시켰을  처음 느꼈다.

" 죄송해요. 이제 텀블러에 커피를 내드리지 못하게 됐습니다."

사소하게 비뚤어진 기분에 작업을 하는  마는  금방 나와 편의점에 가서 포도 구미젤리 하나를 계산하려는데 나를 보지도 않고는 계산을 해준다. 항상 기분 좋게 웃어줬는데 기분이 나쁘기에는 별일도 아니다. 지쳐서일까 감기 기운에 몸살이 오는  같다. 지끈거리는 머리와  뒤로 한기가 지나는  같다.  앞의 내과는 언제나 한적해서 간호사가 여유 있게  걱정해 주는 태도가 항상 좋았었다. 오늘은 사람이 많았고 그녀와 대화는 이름과 생일이 전부, 오래 기다려 맞은 주사는 따끔하고 욱신거렸다.

집에 와 잠이나 자려고 샤워를 하는데 알게 되었다. 동네를 메운 전염병을. 한동안은 나가지 못할 것 같다. 자리를 치우며 외출 없는 일상을 준비하고 혹시 모를 외출을 위해 마스크를 매만진다. 나도 이미 전염된 건 아닐까? 걱정스러운 마음에 핸드폰으로 부모님에게 안부 메시지를 남겨놓고 이불을 끝까지 덮어쓴다. 모두들 빨리 나으면 좋을 텐데 언제 외출할 수 있는 날이 올까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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