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연구, 그리고 안녕지수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대 행복연구센터의 센터장으로서 행복을 연구하는 최인철 입니다. 서울대 행복연구센터는 행복에 대한 과학적 탐구와 행복의 확산을 목적으로 2010년에 서울대학교 내에 설립되었습니다. 우리의 연구가 개인과 공동체의 ‘The better lives(더 나은 삶)’에 기여할 수 있도록 고민을 하며 나아가는 길에 카카오와 함께 행복을 측정하고 분석하는 '안녕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행복연구센터에서 진행하는 행복 연구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SNU 종단 연구 입니다. SNU 종단 연구는 2010년부터 서울대학교 재학생 500명을 50년 간 추적 조사하는 연구 프로젝트입니다. 20대의 대학생들이 70대의 노인이 될 때까지 그들의 삶에서 행복에 대한 사회적, 심리적, 신체적 기반을 알아보게 됩니다. 이를 통해 행복한 노화의 조건을 밝히고자 합니다.
행복연구센터에서 연구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나라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이 행복한 가치관과 생활 습관을 형성하고 이를 생활 속에서 실천하고 연습할 수 있도록 행복 교과서를 개발하여 각 학교에 보급하고 있습니다. 교과서만 있다고 교육이 바뀌는 것은 아니지요. 초, 중, 고등학교에서 행복 수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행복 수업 교사를 양성하는 연수를 매년 정기적으로 시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5년간 무려 8천여 명 교사가 함께 했습니다. 2010년 처음 행복 수업을 시작한 이래로, 현재까지 2,300여 개교에서 행복수업이 실시되었습니다.
이번에 서울대 행복연구센터는 카카오와 함께 '안녕지수'를 측정합니다. 인류는 인류에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측정해왔습니다. 또한 측정되기 시작한 것들은 인류에게 점점 더 중요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먹고사는 문제가 중요하기 때문에 우리는 생산과 소비, 고용과 분배에 관한 것들을 체계적으로 그리고 다양하게 측정해왔습니다. 인간의 지적 능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IQ라는 개념을 만들고 측정해왔습니다. 우리의 건강도 그렇습니다. 콜레스테롤 지수, 간 기능 지수, BMI 등은 이미 우리의 일상적인 용어가 되었습니다. 동시에 그렇게 측정된 경제적 지수들, IQ 점수, 그리고 건강 지수들은 미디어와 우리의 일상 대화에 자주 등장하면서 점점 더 중요해졌습니다.
따라서 무엇인가를 측정한다는 것은 지금 우리 사회가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을 반영한다는 의미이면서, 동시에 앞으로 더 중요하게 간주해야 할 것들을 발굴하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이번에 서울대 행복연구센터와 카카오가 측정하려고 하는 ‘안녕지수’는 바로 이 두 가지 의미에 잘 부합니다. 객관적인 삶의 조건도 중요하지만, 그런 삶의 조건에 반응하는 우리의 마음도 중요합니다. 객관적인 경제 상황이 중요하지만, 소비자가 체감하는 ‘체감 경기’가 중요하고, 물리적인 온도도 중요하지만 ‘체감 온도“가 중요한 것처럼 말이죠. 그러나 그간 우리는 그간 객관적인 삶의 여건들만을 집중적으로 측정해왔습니다. 삶에 대한 우리의 주관적인 반응들을 상대적으로 경시하였기 때문에 그것을 측정하려는 시도를 등한시한 것입니다. 이에 저희는 우리의 마음을, 우리의 안녕을 측정하고자 합니다.
많은 안녕(혹은 행복) 측정치들이 이미 존재하지만, 그것들은 중요한 한계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바로 실시간으로 측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세계 행복 지수는 자주 측정해봐야 일 년에 한 번 측정합니다. 그러다 보니 매일매일의 삶에 반응하는 우리 마음의 변화를 민감하게 알아낼 수가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조사에 동원되는 사람들의 수도 많지 않습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수의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자신의 마음을 보고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합니다. 카카오와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는 이 점에 공감하고 한국인의 안녕지수를 실시간으로 측정하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운 것입니다.
이번 '안녕 프로젝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학술적 의미와 정책적 함의는 무궁무진합니다. 우선, 주가지수처럼 매일매일의 안녕지수를 얻을 수 있습니다. 또한 우리의 안녕지수가 중요한 국가적 사건이나 날씨와 같은 외적인 변수들에 의해 어떻게 변하는지도 민감하게 알아낼 수 있습니다. 지역별, 연령별, 성별, 요일별, 시간대별 안녕지수의 차이도 알아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방대한 데이터가 축적됨으로 말미암아 우리 사회의 특징과 변동을 ‘안녕지수’라는 창문을 통해서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이런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것은 국가적으로 위대한 유산을 남기는 일이 될 것입니다.
안녕이라는 키워드를 이용하여 우리나라의 지도를 다시 그려보게 될 것입니다. 지역별 안녕 지도, 연령별 안녕 지도를 상상해 보십시오. 이런 지도들이 삶의 중요한 대화의 소재가 될수록 우리 사회는 우리 마음의 안녕에 더 귀 기울이게 될 것입니다. 행복과 안녕이 중요하다고 백번 말하는 것보다 지역별, 연령별, 시간대별 안녕 지도를 제시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설득이 될 것입니다.
카카오와 서울대 행복연구센터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모두가 안녕을 누리는 사회를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행복연구센터는 정확한 측정과 예리한 분석으로, 카카오는 방대한 자료 수집과 결과의 홍보를 통해, 우리 모두의 안녕을 이해하고 증진하는 멋진 일을 하고자 합니다. 여러분의 많은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글쓴이 : 최인철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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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여러분, 안녕하세요?"
02. 당신의 "행복"에 주목하는 이유
03. 당신의 "안녕"을 측정하는 방법 (발행 예정일 : 9월 27일)
04. 내가 "안녕"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들 (발행 예정일 : 10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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