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유인나'처럼 살아볼까?

여자 둘이 투자하고 있습니다

by 토끼와 핫도그

"우리 아이유인나처럼 사는 게 어때?"


격주로 모이는 친구들끼리 미래의 주거에 대한 이야기하던 중이었다. 집값이 너무 비싸서 여자 한명 월급으로 감당하기엔 벅차다, 나중에 각자 돈이 어느 정도 모이면 큰 평수의 아파트 하나를 매수해서 함께 살자, 그럼 밥은 내가 하고 청소는 니가 해라,는 내용의 대화가 오가고 있었다. 그때 S가 '아이유인나'를 던졌다.


"한 집에 같이 사는 것도 좋지만 아이유, 유인나처럼 같은 아파트에 사는 거야. 그럼 서로 개인적인 공간을 지켜주면서, 밥 숟가락이 몇 개 있는지 챙길 수 있지."


아이유인나의 일화를 보면 친구끼리 한 아파트에 사는 장점을 물씬 느낄 수 있다. 아이유가 퇴근하면 유인나가 아이유네 집에 미리 놀러 와있거나, 깜짝 선물을 준비해서 문고리에 걸어둔 뒤 문자로 '똑똑' 남기는 등의 이벤트를 한다고. 이런 점들 외에도 함께 모여서 식사를 만들어 먹거나, 여러 명이 먹어야 하는 배달 음식을 시킬 수 있는 점도 좋아보였다. 확장된 개념의 기숙사 느낌이랄까.


아이유인나1.png 아이유인나 두분 항상 행복하세요! 출처 : 아이유 인스타그램


마음이 한껏 부풀었지만 문제는 역시 돈이었다. 아파트를 한 채씩 살 수 있는 재력이 있으면 어떤 집에 살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 몇 억씩 하는 집값이 떠오르자 대화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그럼 집값을 모을 때까지 한집에 모여서 살자, 우리 월급으로 집 사려면 30년은 족히 걸릴 거 같다, 30년 쉐어하우스 하는 건가, 집은 누구 명의로 하냐, 도돌이표처럼 말들이 이어졌다.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근처에서든, 한집에서든 살아보자! 결론을 내고 대화를 마쳤다.



여자들에게, 문제는 돈이다



친구들과 주거 이야기를 나눴을 무렵, 불투명한 미래 때문에 한참 우울해하고 있었다. 20대 중반부터 결혼을 안하겠다 마음 먹고 10년 넘게 잘 살아왔다. 매달 월급이 들어오고, 일 년에 여러 번 상여가 나오며, 회사에 정년까지 다닐 자신이 있었다. 혼자 벌어서 혼자 쓰는 삶이 꽤 만족스러웠다. 비슷한 성향의 친구들과 등산에 다니고, 수다 모임을 갖고, 음식을 해먹으며 행복했다. 그랬었는데,


어느 날부터 '내 집 마련'이란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자고 일어나면 아파트 가격이 몇 천만원씩 올랐다는 기사가 쏟아졌다. 오른 전세금이 내가 2년 동안 모은 돈보다 많았다. 소비 습관이 제대로 안잡혀 있던 때라 제대로 돈을 모으지 못했던 탓도 있었다. 전세집을 구하려고 대출 받아야 하는 금액이 점점 늘어나는 걸 보고만 있었다. 어떻게 빠져나가야 할지 모르는 출구가 보이지 않는 악순환이었다.


이사 자체도 심적 부담이었다. 전세집을 알아보러 돌아다니고, 대출 한도를 확인하러 은행에 방문하고, 이사 당일에 고생하는 모든 일들이 피곤했다. 이사비는 이사비대로 왕창 깨졌다. 전세 만기가 되서 또 이사를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에 우울감이 몰려왔다. 부모님은 얼른 좋은 남자와 결혼해서 아파트를 사고, 둘이 대출을 갚아야 돈 모을 수 있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평생 2년에 한번씩 이런 일을 겪어야하다니. 지구 내핵을 파고들 정도의 우울감이 훅 치고 들어왔다.


S가 구세주처럼 등장한 건 우울이 절정에 치달아있을 때였다. S는 밤이면 우울감에 눈물을 흘린다는 나를 끌고 도서관에 갔다. 거기서 평생 눈길 한번 안주던 재테크 관련 책 몇 권을 빌려서 본인이 읽더니 나에게 책 한권을 건네며 꼭 읽으라고 신신당부 했다. <여자들에게, 문제는 돈이다>라는 책이었다. 그 안에는 내가 고민하던 모든 내용에 대한 해결책이 나와 있었다. 열심히 일하는데 통장 잔고가 0원과 마이너스를 넘나드는 워킹푸어 상황을 어떤 식으로 해결하고, 어떻게 자산을 굴려가야 하는지 적혀 있었다. 유레카!


1년 반 전에 도서관에 간 일을 계기로 S와 나는 재테크 스터디 겸 공동 투자단을 결성해서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처음에는 책만 들입다 읽었다. 몇 달 정도 내공을 쌓은 다음부터 공부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조금씩 투자했다. 간단한 예금, 적금을 시작으로 펀드, ETF, 주식, ELS, 부동산까지 범위가 점차 넓어지는 중이다. 여러 곳에서 수익이 나기 시작하며 전체 자산이 불어나는게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돈 공부는 무궁무진하고, 자극적이며, 무진장 재밌다.


투자에서 한발 더 나아가 하나의 블로그를 함께 운영하며 공부하고 투자한 내용을 기록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블로그 자체가 하나의 좋은 투자 수단이었다. 혼자였다면 끈기 없는 내 성격상 진작에 그만뒀을 텐데 같이 하니까 서로가 멱살잡고 끌고 가는 모양새가 되었다. 내가 지치면 S가 열일하고, S가 지치면 내가 열일하는 방식으로 블로그가 꾸준히 운영됐다. 브런치도 S와 함께 도전한다. 블로그가 맨땅에 헤딩이었던 것처럼 브런치도 마찬가지다. 일단 하다 보면 새로운 길이 열릴 테니 두드려 본다!


처음 S가 '따로 또 같이' 주거 방식을 이야기했을 땐 각자 1주택을 마련하는게 실현 가능성이 낮고 요원해 보였다. 함께 투자하는 지금은 이루지 못할 미래가 없다고 믿는다. 둘이 투자하며 점차 지속 가능한 여성 공동체가 되어간다. 여자 둘이 투자하며 행복하다.


written by 토핫(핫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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