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고전, '제시 리버모어의 회상'을 읽고
이 책을 읽어보기 전에는 투자하지 말라!
피셔인베스트먼트의 회장이자 <역발상 투자법>, PSR 등을 개발한 투자자 켄 피셔가 한 말이다. 켄 피셔는 <제시 리버모어의 회상> 책을 두고 내가 평생 읽어본 책 중 가장 좋아하는 책이며, 이 책을 먼저 읽어보기 전에는 어느 누구도 소중한 돈을 투자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도대체 어떤 책이길래!
<제시 리버모어의 회상>은 월스트리트의 전설적인 트레이더 '제시 리버모어'의 인생 회고록이다. 단기 투자를 위주로 하는 트레이더 중 오랫동안 살아남는 투자자를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워런 버핏, 피터 린치 모두 트레이더라기보다는 장기적으로 주식을 매매하는 가치투자자에 가깝다.
제시 리버모어는 트레이더 중에 가장 유명한 사람으로 손꼽힌다. 일단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들인 사람이기도 하고, 꽤 오랜 시간 트레이더로 활약한 전설적인 인물이기 때문이다. 20세기 초 월스트리트의 "큰 곰"(공매도를 통해 큰돈을 벌어서 BEAR, 큰 곰으로 불렸다)으로 불린 이 사람은 영화 같은 삶을 살다 떠났다.
5달러로 시작해 대공황 당시 대규모 공매도로 1억 달러(현재 가치로 하면 1.5조!!!)까지 벌었던 그는 63세에 권총 자살로 세상을 떠난다. 제시 리버모어로 할리우드에서 왜 아직 영화를 만들지 않았는지 궁금할 정도다. 이 책은 한 편의 영화 시나리오 같기도 하고, 소설 같기도 하다. 제시 리버모어가 회상하는 본인의 인생이 굉장히 드라마틱하기 때문이다. 그 회고록 사이에 주식시장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이 살아있다.
제시 리버모어는 지금으로부터 150년 정도 전 시대에 태어났다. 미국의 대공황 시기를 겪은 사람이기도 하다. 1877년 7월 26일 태어난 제시 리버모어는 초등학교를 중퇴하고 14살 때부터 증권회사의 시세판 담당자로 일한다.
증권 회사의 시세판을 쳐다보며 주가 테이프를 읽던 그는 나름의 규칙을 발견한다. 그때부터 주식투자를 하게 되는데, 15살 때 주식투자로 1000달러를 벌고 1907년 패닉 때 300만 달러, 1929년 주가 대폭락 때 1억 달러라는 수익을 올린다(!!!) 계속해서 수익을 냈던 것은 아니고,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로 인해 공식적으로 4번의 파산을 겪는다. 1934년 네 번째 파산 이후로는 재기하지 못했다.
제시 리버모어의 투자법 중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피라미드 투자법'이다. 이 피라미딩 전략만을 다룬 제시 리버모어의 또 다른 저서도 있다. (주식 매매하는 법 - 제시 리버모어) 지금 주식을 트레이딩 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종종 사용하는 기법이다. 피라미드 기법은 주식 매수를 피라미드 쌓듯이 분할매수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주식을 100주를 매수하기로 한다면, 네 단계에 걸쳐서 주식을 매수한다. 첫 번째 단계에 20%, 두 번째 단계에 20%, 세 번째 단계에 20%, 네 번째 단계에 40%씩 매수하는 방법이다. 이때 다음 단계로 넘어가려면 꼭 주가가 올라있어야 한다. 피라미드를 쌓을 때처럼, 주가가 올랐을 때만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주가가 오를 때만 분할매수를 하는 방법인 거다. 절대 주가가 하락할 때는 추가 매수하지 않고, 추가 매수는 항상 더 높은 가격에서만 이루어진다.
주식 시장에서 4번의 파산을 겪고, 파산을 겪은 뒤 다시 재기하는 3번의 경험을 겪은 사람의 회고록을 듣는 건 엄청나게 흥미로운 일이다. 요즘 시대의 사람이었다면 유튜브를 통해 대 스타가 될 수 있을 법하다. 제시 리버모어는 책을 통해 주식 투자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꼭 알아야 할 여러 꿀팁들을 알려준다. 큰돈을 벌기 위해서는 진득하게 앉아 있을 줄 알아야 한다던지, 전체 시장과 그 추세를 파악해야만 큰돈을 벌 수 있다는 그의 메시지는 지금 주식투자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도 꼭 필요한 조언이다.
투자 공부를 시작하고 첫 번째로 이 책을 읽었을 때에는 '이건 무슨 소설책 같네'라고 생각하며 후루룩 책을 읽고 넘겼었다. 확실히 벤자민 그레이엄의 증권분석 같은 투자의 고전과는 확실히 결이 다른 책이다(솔직히 말하자면 훨씬 잘 읽힌다). 소설 같은 그의 인생 일대기가 담겨있고, 그 사이에 사건마다 깨달은 깨우침들이 들어있다. 책을 읽다 보면 제시 리버모어가 옆에 앉아있고 그에게 이야기를 듣는 듯 한 느낌이 든다.
얼마 전 다시 이 책을 읽을 때에는 책 속에 밑줄 치고 기록해 놓고 싶을 만한 문장이 너무 많아서 책을 읽다 계속해서 메모장을 켰다. 얇지 않은 책이지만, 책 속에 지혜가 있다는 말이 이럴 때 쓰는 말이지 않나 싶다. 마지막으로 책을 읽으며 발췌한 문장들을 소개한다. 아래 발췌한 문장들이 마음에 드는 분들, 주식 투자를 시작하면서 고전을 읽어야겠다고 다짐한 분들은 <제시 리버모어의 회상> 책을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 초짜들은 아무것도 모르며, 그 자신을 포함해 모든 사람이 그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런데 그다음 호구, 그러니까 두 번째 단계의 호구는 자기가 상당히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도 그걸 알아주도록 만든다. 이 두 번째 단계의 호구는 공부도 했지만 시장 그 자체를 연구한 게 아니라 좀 더 높은 단계의 호구들이 내놓은 몇 가지 시장에 대한 언급을 읽어봤을 뿐이다.
* 패트리지 노인이 다른 고객들에게 "알다시피 지금은 강세장 아닌가"라고 한 말의 진정한 의미를 마침내 깨달았을 때 나는 트레이딩을 배워나가는 과정에서 확실히 진일보한 것 같았다. 그가 말하고자 했던 큰돈은 개별적인 주가 등락이 아니라 시장의 기본적인 주가 흐름을 알아야 벌 수 있다는 것이었다. 주가 테이프를 읽는 게 아니라 전체 시장과 그 추세를 파악해야 큰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다.
* 옳은 판단을 내리는 동시에 진득하게 앉아있는 사람은 드물다. 나는 이것이야말로 정말 가장 배우기 힘든 것 가운데 하나임을 알게 됐다. 그러나 주식투자는 이것을 확실히 이해한 다음에야 큰돈을 벌 수 있다.
* 강세장에서 해야 할 게임은 강세장이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생각이 확실해질 때까지 매수 후 보유(BUY AND HOLD)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비밀 정보에 귀 기울이거나 개별 종목에 영향을 미치는 특별한 요인에 신경 쓰지 말고 시장을 둘러싼 여건을 공부해야 한다.
+) 이 책을 읽고 나니 나는 두 번째 호구라는 생각이 든다. ㅋㅋㅋ 두 번째 호구의 주식시장 살아남기!
#제시리버모어
#트레이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