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토끼와 핫도그 Jun 10. 2020

여자 둘이 투자하고 있습니다

지속 가능한 여성 공동체를 위하여

내 인생에 결혼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유는 구구절절 A4용지 5장 분량 정도 나오므로 생략한다. 한때는 백마 탄 왕자님도 꿈꿨었고, 연못에 동전을 던지며 멋진 남자를 만나게 해달라고 소원도 빌었다. 그러다가 방년 27세, 높은 확률로, 한동안, 내 인생에 결혼은 없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막연히 언젠간 적당한 결혼을 할 거라고 예측했을 때에는 결혼을 하면 집도 생기고 차도 생길 거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그게 가능한지는 모르지만 그냥 그럴 거라고. 하지만 정말이지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느낌이 들자,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잘 준비해야겠다는 위기감이 들기 시작했다. 부모님이 결혼한다고 돈을 지원해 주실 것 같지도 않고(결혼하라고 압박을 주지만 않으셔도 다행이다), 부동산에 신혼부부 특별공급 청약을 넣을 수도 없다. 집도 차도 내 힘으로 마련해야 하는 거다. 나에게 비혼은 그런 의미로 다가왔다.




다행히 나에게는 ‘늙어서 혼자 외로우면 어떡하지’를 고민하지 않게 해주는 든든한 짝꿍 K가 있다. K는 내가 비혼을 결심하기 전부터 자기는 결혼과 멀다고 말하는 신여성(?)이었다. K와 함께 집을, 차를, 마련해나가는 여정을 시작하기로 했다. 재테크 공부를 시작한 거다.


우리 둘은 원래 친해질 때부터 워낙 성향이 비슷했다. 직장에서 처음 만났을 때 “혹시 술 좋아해요?” 질문에 “네!”라고 대답하며 한신포차로 달려가 소맥을 말았다. 강렬한 첫 만남부터 급속도로 친해졌고, 자주 갖는 술자리에 필름이 끊긴 횟수가 많아질수록 우리는 절친이 되어있었다. 술 먹고 택시 타고 술 먹고 안주 값을 펑펑 쓰던 우리는 심지어 약간 현학적인 것도 닮아서, 자기 계발서/경제경영 책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게 4년 전쯤이다. 그랬던 우리가 술을 끊고, 자기 계발서/경제경영 분야의 책만 찾아 읽기 시작했다. 함께 '자기만의 방'을 만들기로 결의한 탓이다.

우리가 나이 먹으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자기만의 방, 그리고 돈


내가 읽었던 책 중에서 최근 가장 인상 깊었던 책이 있다. 바로 김하나, 황선우 작가의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다. 김하나, 황선우 작가가 둘이 함께 집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냈다. 두 분도 현재 미혼인 상태로, 고양이들과 함께 단란한 가정을 꾸리며 살아가고 있다. 책을 읽으며 새로운 형태의 가족도 얼마든지 지속이 가능하다는 희망을 봤다. 한국사회 특유의 부모, 아이로 이루어진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난 다양한 형태의 가족. 내가 꾸리고 싶은 가족은 바로 그런 가족이다. 여자 하나, 남자 하나 혼인으로 묶이지 않아도 '지속 가능한 여성 공동체'를 만들고 싶다.


'지속 가능한 여성 공동체'. 거창한 말이다. 가족으로 묶일 수 있는, 서로에게 안정감을 주는 공동체가 지속되기 위해서 필요한 건 무엇일까? 버지니아 울프는 <자기만의 방>에서 여자에게는 자기만의 방, 그리고 돈이 필수적이라고 이야기한다. 지속 가능한 여성공동체를 위해 필수적인 요소도 바로 공간, 그리고 돈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기만의 방을 얻기 위해서는 돈이 필수다. 치솟는 집값을 보고 있자니 저축만으로는 서울에 자기만의 방 하나 얻기가 쉽지 않을 듯싶었다. 그래서 우리는 투자하기로 했다.


K를 만나고 4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재테크 분야의 책을 닥치는 대로 찾아 읽고, 다양한 분야의 투자에 도전하고 있다. K와 나는 경제적 자유라는 목표를 향해 함께 걸어가기로 했다. 도전에 불이 붙은지는 1년 반 정도 되었다. 그 사이 많은 것들이 변했고, 우리의 변화를 글로 정리해나가고자 한다. 이 이야기의 끝에는 경제적 자유를 얻은 두 사람이 끝내주는 야경을 보며 와인잔을 마주치고 있기를!


written by 토핫(토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