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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끼와 핫도그 Jun 20. 2020

욜로족이 스크루지가 되기까지

2018년의 나를 설명하는 단어:

욜로족, 해외여행, 술꾼, 새벽 2시

2020년의 나를 설명하는 단어:

스크루지, 재테크, 부동산, 주식, 도서관


엄청난 변화다. 욜로족에서 스크루지가 되기까지 나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현재 직장인 5년 차, 방년 28세의 나는 얼마 전 1억 모으기를 달성했다. 원래부터 1억 모으기가 목표였던 것은 아니고, 본격 1억 모으기를 목표로 재테크를 하기 시작한 건 2019년 초부터였던 것 같다. 그전까지는 돈 모으기에는 털끝만큼도 관심이 없었고, 가장 큰 관심사는 '술 마시기'였다. 두 번째 관심사는 '해외여행'이었다. 두 가지 모두 여간 돈이 많이 들어가는 게 아니다.


그러던 내가 2019년부터 재테크에 관심을 갖고, 2020년 6월 지금은 나를 아는 사람들이 변화를 본다면 깜짝 놀랄 정도로 많은 것이 달라졌다. 변화의 단계는 이러하다.



1단계: 재테크에 관심 갖기 시작

첫 번째 단계가 사실 가장 어려웠다. 나는 자기 계발서, 경제, 비즈니스 관련 책들을 보면 두드러기가 나는 사람이었다. 그러던 내가 K와 함께 도서관에 가고, 도서관에서 '여자들에게, 문제는 돈이다'를 읽게 된 순간 모든 것이 달라졌다. 제목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책을 덮는 순간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직감이 들었다. 돈을 모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부터 도서관에 있는 모든 재테크 책들을 빌려 읽기 시작했다.


2단계: 욜로족의 환골탈태

2단계 '욜로족의 환골탈태'에서는 소비습관이 바뀌기 시작한다. 모든 재테크 기본 책들에서 다루는 첫 번째 내용이 바로 통장 쪼개기다. 통장 나누기는 통장을 소비/저축/투자/비상금 등으로 나누고 소비를 통제하는 거다. 취직하면서 월급 받던 국민은행 체크카드 통장 하나로 모든 일을 해결하던 내가 드디어 여러 통장을 뚫기 시작했다. 이 단계에서 자연스럽게 예금과 적금의 차이를 알게 되고, 고금리 적금을 찾아 헤매게 되었으며, 드디어 '푼돈'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짠 테크의 세계에 풍덩 빠져 헤엄치기 시작한 것이다! 택시 타는 것이 아깝다는 생각을 하고, 카페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로 먹으며, 친구들을 만나면 대체로 더치페이를 하게 된 것도 이때쯤이다.(그전에는 가끔 내가 쏠게! 를 외치기도 했다)


3단계: 투자의 세계에 덜덜 떨며 입문

세 번째 단계에 이르러서는 드디어, 투자의 세계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세상에는 예적금 말고 다양한 투자처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주식책을 읽다가 난생처음 보는 PER, PBR, BPS 영어들의 향연에 책을 읽다가 졸기 일수였다. 가장 접근하기 편했던 투자처는 P2P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가장 위험할 수도 있는 투자처임에도 불구하고 편리한 플랫폼과 소액으로 가능한 점에 이끌려 첫 투자를 시작했다. 하다 보니 익숙해졌고, 그러다 보니 또 다른 투자처들에도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내가 가장 먼저 사랑에 빠진 투자처는 바로 ETF다. ETF는 상장지수펀드로,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펀드다. 낮은 수수료, 개별주에 비해 높은 안정성에 이끌려 ETF 투자에 발을 담그게 되었다. 이때쯤에는 여러 증권사에 계좌도 트고, 높은 CMA 이율을 찾아 통장을 만들다가 발행어음에 가입하기도 했다. 조금씩 투자와 친해지는 단계다. 이때부터 학생 시절 이후 거들떠보지 않던 다이어리 쓰기를 다시 시작했다. 오로지 재테크 공부만을 위한 수첩이다. 매일 날짜를 쓰고, 그날의 환율/주가지수/금리 변동 및 주요 뉴스를 적는다. 그밖에 공부한 내용을 정리한다. 매일 기록하던 것이 쌓여 지금은 두 번째 수첩을 거의 다 쓰고, 세 번째 수첩을 새로 사야 한다.


4단계: '어? 이거 되는 것 같은데?' 투자 범주 넓히기

ETF 책을 4~5권 읽고 투자를 하다 보니 이제 방법은 익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분할매수를 시작해서 ETF를 이용한 투자는 현재 진행 중이다. 더 이상 투자가 남일 같이 느껴지지 않았고, 이때부터는 다양한 투자자산에 관심을 넓히기 시작했다. 이 단계에서는 읽었던 재테크 책이 100권을 넘어섰던 것 같다. 아주 초반에 비해서는 절대적인 지식의 양도 좀 늘어나 있던 단계다. 더 이상 주식책을 읽으며 '이게 뭔 소리야'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주식책을 읽으며 술술 이해가 되는 정도로는 업그레이드한 거다.(이 단계가 되기까지 노잼 주식책들을 읽어내기 위한 끝없는 사투의 시간들이 있었다) 졸면서도 주식 책을 읽어낸 내가 기특해서 개별주도 하나라도 안사고는 배길 수 없었다. 개별주도 투자를 시작했다. ELS 상품에도 투자를 시작했다. 코로나로 인해 주가지수가 최악을 찍었을 때, 그동안 공부했던 것을 바탕으로 앞으로는 주가지수가 상승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여러 ELS 상품에 가입할 수 있었다. 투자 포트폴리오가 점점 풍성해지게 된 거다.


4단계는 매 순간이 내가 가진 투자에 대한 편견을 깨나 가는 단계였다. 주식은 너무 위험할 것 같아 안 했던 것을 깨고 도전해보고, ELS는 도박같이 느껴져서 건드리지 않았던 두려움을 이기고 청약해봤다. 이 단계에서는 '부동산은 돈 있는 사람들만 하는 투자야'라고 생각했던 고정관념도 타파하고 경매/공매의 세계에 발을 담그기 시작했다.


5단계: '잘하고 싶다' 욕망의 단계

지금이 바로 5단계쯤 온 것 같다. 5단계는 바로 '욕망의 단계'다.

재테크 공부를 시작한 지 시간이 좀 지나니 작은 열매들이 열리기 시작했다. 1억 모으기를 달성했고, 다음 목표인 <3억 모으기>에 도전을 시작했다. 1년 동안 묶어놓았던 세금우대 예금이 쏠쏠한 이자와 함께 상환되는 첫 경험을 했다. 감동의 순간이었다. 운 좋게 상승장을 만나 투자했던 ETF들에서도 좋은 수익이 났다. 경매, 공매 공부를 열심히 하다 보니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기기 시작했다. 지금 내 상태는 바로 '잘하고 싶다'는 욕망으로 가득 찬 단계다. 지금까지 열심히 공부해 온 것에 나 자신이 기특하면서도 더 잘해나가고 싶다는 욕심이 자꾸 생긴다. 나의 욕심아, 나를 좋은 곳으로 데려다 주렴!




5단계까지 거치면서 욜로족이었던 내가 스크루지로 변했다. 엄마는 내게 "돈을 좀 써라"라고 말하기 시작했고, 오랜 기간 나와 K를 지켜본 트레이너 선생님은 요즘 우리가 "미쳐있는 것 같다" 고 하셨다. 껄껄. 무엇에? 재테크에. 매일 재테크 일기를 블로그에 하루도 빠짐없이 연재한지도 한 달 하고도 5일이 지나가고 있다. 엄청난 건 열정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거다.


K와 내가 2019년 초 했던 이야기가 떠오른다.

아버지와 신년 맞이 전화통화를 했던 K가 운전을 하며 이렇게 말했다.

"아빠가 평생 할 수 있는 공부를 찾으래. 뭐가 있을까?"

"글쎄, 뭐가 있을까? 유튜브를 해야 하나? 뭘 해야 하지?"


도서관에서 재테크 책을 빌려 읽으면서, 평생 할 공부를 찾았다. 다행히 지금까지는 계속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재테크 공부가 재밌다. 새로운 투자 분야를 배우고, 도전해보고, 성과가 나는 걸 지켜보는 게 즐겁다. 다음 6단계, 7단계는 어떤 모습일지 기대된다. 요즘의 나는 K와 함께 우리를 주인공으로 하는 RPG 게임을 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다. 만렙이 되는 그날까지, 토핫의 재테크 공부는 계속된다!


written by 토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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