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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혜 Oct 24. 2022

마음의 정리정돈

생각해보면 나의 고민들은 뭔가 뚜렷한 상황이나 일이 아니다.

나 스스로 괜찮다고 여겨오던 것들이 켜켜이 쌓여 ‘펑’하고 터진 게 아니라 ‘피식’하고 바람이 빠져버린 것처럼 자꾸 마음도 몸도 까무러진다.

나는 고민을 잘 들어주는 편이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내 고민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오랜 친구들도 나는 참 쉽게 쉽게 세상을 살아가는 것 같다고 얘기한다.


정말 그런 걸까?

나는 고민을 아주 오래 곱씹는 편이다.

나만의 정답이어야만 내 스스로 체득할 수 있기 때문에 수없이 들여다보고 나만의 해결책을 찾는 것이 습관처럼 되어버려 누군가에게 잘 털어놓지 않는다.

나누면 반이 된다지만 내 마음의 무게를 상대와 나누어 왠지 상대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하는 성격도 한몫했으리라.


최근에 만난 사람들과 아마도 어쩌면 처음으로 이런 고민들을 이야기했다.

다들 나의 고민들을 좀 의아해하는 것 같았다.

너무 잘 살고 있는 것 같은데, 너무 즐거워 보이는데, 그렇게 어렵게 해내고 있는 것 같지 않아 보이는데라며…


맞다. 나는 즐거웠던 것 같다.

과정에서의 고됨은 당연한 것이라 뿌리 깊이 박혀 있는 생각 때문에 넘어질 때도 ‘다시 털고 일어나면 되지 뭐’라는 마음으로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툭툭 털고 묵묵히 내 갈길을 걸어간 것 같다.


거창하게는 아니더라도 뭔가를 이루기를 소망했다.

어려서부터의 꿈, 막연한 동경, 상황이 여의치 않아 포기했던 것들.

그렇게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며 조금씩 여유가 생길 땐 그 여유를 만끽하지 못하고.

그 사이에 자꾸 새로운 계획을 밀어 넣는다.


그리고 하나를 해치우고 나면 또 하나를 밀어 넣는 식으로 내 삶이 꽉 차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성취감에 도취되어 이게 행복이라고 느꼈었다.

그런데 아니었나 보다.

나는 모든 것에 서서히 지쳐가고 있었다.


정리정돈을 할 때 가장 중요하고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바로,비워내기다.

비워야 무엇이 있는지 보이고, 소중한 것들을 가까이에 두고 필요할 때마다 잘 찾아 쓸 수 있다.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내고, 비워내는 것이 정리정돈의 시작이다.

다음으로 중요한 점은 공간 정리 시 물건의 양은 그 공간의 70~80%만 채우고, 20~30%는 빈 공간으로 남기는 것이다.

꽉 차게 정리해놓으면 보기에는 잘 정리된 공간인 것처럼 깔끔해 보이지만 새로운 물건을 샀을 때 정리해 넣을 공간이 없어진다.

그러면 부지불식간에 정리해놓은 물건과 새로 들여온 물건이 뒤엉켜 또다시 공간이 지저분 해지 진다.


조금 멈춰있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내 삶이 망가지는 건 아니다.

오히려 조금 비워냄으로써 더 맑고 좋은 에너지를 들일수 있는 공간의 여유를 가질 수 있음을 느낀다.

그렇게 살아가다 보면 예상치 못하게 들어오는 삶의 균열들을 맞이하는 자세 또한 조금은 여유로워지겠지.


아무 일정이 없는 여행을 다녀왔다.

그냥 먹고 파도 멍, 불멍을 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가지니 그저, 편안했다.

언제라도 마음만 먹으면 받을 수 있는 커다란 선물인, 자연의 정취도 느끼며, 쉼을 만끽하며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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