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전도사” 이지성의 책, “생각하는 인문학”이 후배님의 Book Clip으로 도착했습니다. 이지성의 인문학에 대한 태도는 종교적 구원과 비슷합니다. 고전에 대한 집착, 평범함을 벗어난 걸작에 대한 열망을 보면 때로는 좀 심하다 싶기도 합니다. 그래도 다음과 같은 Sentence는 인문학에 대한 좋은 표현입니다.
“인문학의 본질인 '생각'은 인문학의 목적인 '행복'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인문학의 우주는 책이 아닌 당신 내면에 있음을.”
인문학의 본질은 “생각”입니다. 조금 더 철학적으로 얘기하면 “비판적 사고”입니다. ’철학적 의미의 비판은, 사물을 분석하여 각각의 의미와 가치를 인정하고, 전체 의미와의 관계를 분명히 하며, 그 존재의 논리적 기초를 밝히는 일입니다. 말이 어렵습니다. 제 식으로 정의하면, 사물을 쪼개서 부분으로 보고 다시 사물을 둘러싼 전체로 가서 관계를 본 후 “이 놈이 어떤 놈이다”라는 것을 논리적으로 밝히는 것입니다. 어떤 사물을 부분으로만 보거나 전체로만 보고 판단하면 안되는데, 핵심은 논리적으로 밝혀야 합니다. 논리에는 수학적 논리와 언어적 논리가 있는데, 철학은 언어적 논리로 구성됩니다. 쉽게 말해 말빨이 서야 합니다. 논리는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해 동원됩니다. 그래서 인문학은 소통과 신뢰를 체화하기 위한 도구입니다.
점프개미의 얘기 중 “여왕개미라는 확신이 유전자조차 바꿔버리는 것이다”는 말은 잘못입니다. 유전자는 생각으로 바꿀 수 없는 영역입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인간은 모두 유전자가 다르겠지요. 벌 사회에서 유전자는 여왕벌이나 일벌이나 동일합니다. 모두가 일벌입니다. 일벌이 종족을 번식하고 군집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 일벌 중에서 여왕벌을 만들어냅니다. 일벌, 여왕벌은 비록 개체의 모양은 다를지라도 동일한 유전자를 갖고 있습니다. 일벌은 모두 암컷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여왕벌을 만들어낼까요? 건강기능식품에 빠삭한 사람들은 답을 압니다. 꿀을 먹으면 일벌이 되고, 로얄젤리를 먹으면 여왕벌이 됩니다. 어떤 것을 먹느냐가 몸을 결정합니다. 모두가 여왕벌이 되면, 벌 사회는 멸망합니다. 여왕벌은 종족 번식 외에는 어떠한 것도 하지 않습니다. 개미 사회도 이와 똑같이 동작합니다. 탁월한 다름은 모두 평범이 만들어 내는 작은 파동에 불과합니다. 평범이 바다라면 탁월한 다름은 그 위의 작은 파도입니다. 평범이 가장 위대합니다.
“조급한 일반화의 오류”라는게 있습니다. 소위 잘난 체하는 먹물들이 가장 경계할 논리적 오류입니다.
2015년 10월 13일 독서통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