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벌이

by 송창록

밥벌이도 힘들지만, 벌어놓은 밥을 넘기기도 그에 못지 않게 힘들다. 술이 덜 깬 아침에, 골은 깨어지고 속은 뒤집히는데, 다시 거리로 나아가기 위해 김 나는 밥을 마주하고 있으면 밥의 슬픔은 절정을 이룬다. 이것을 넘겨야 다시 이것을 벌 수가 있는데, 숙이 쓰려서 이것을 넘길 수가 없다. 이것을 벌기 위하여 이것을 넘길 수가 없도록 몸을 부려야 한다면 대체 나는 왜 이것을 이토록 필사적으로 벌어야 하는가. 그러나 우리들의 목표는 끝끝내 밥벌이가 아니다. <라면을 끓이며, 김훈>


남한산성, 칼의 노래의 소설가 김훈 선생의 산문집입니다. 먼저 읽은 분들이 하는 말이 산문집이라기보다는 넋두리이고 일상에 대한 독한 상념이랍니다. 밥벌이의 지겨움. 평생 밥을 먹기 위해 평생 밥을 벌러 다녀야 하는 운명에 대한 비애. 밥을 벌기 위해 밥을 먹지 못하는 몸의 상태를 만들어야 하는 운명에 대한 비애.


부모가 밥 먹여주는 단계를 지나고 나면, 스스로 밥을 먹기 위해 밥을 벌어야 합니다. 더구나 부모처럼 자신이 부모가 되면 자식에게 밥을 먹이기 위해 더 많은 밥을 벌어야 합니다. 부모로부터 자식으로, 다시 그 자식으로부터 자식으로, 끊임없이 물려주는 밥. 벌. 이. 작가가 말했듯이 ‘지겹다’고 할 만 합니다.
우리의 목표는 사실 밥벌이가 아니라고 합니다. 밥벌이를 하지 않을 도리는 없는데, 그렇다고 밥벌이만 해서야 되겠냐는 얘기입니다. 도대체 어쩌라구요, 선생님?

2016년 1월 18일 독서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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