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거리

by 송창록

부모와 자식, 스승과 제자, 리더와 구성원, 선배와 후배, 또래 직장 동료, 또래 친구, 또래 이성 친구, 이성 연인, 동성 연인 그리고 집단과 개인. 사람을 만난다는 것, 그리고 그 사람과 사귄다는 것. 안 할 수는 없는데, 하다 보면 정말 어려운 것.


자신이 안전하다고 느끼는 안전거리가 사람마다 모두 다릅니다. 어떤 사람은 그 거리가 1미터이고 어떤 사람은 30센티미터입니다. 상대방에 따라도 그 안전거리가 달라집니다. 사람들은 자기가 생각하는 안전거리 바깥에서 인간관계가 형성되어야 편안함을 느낍니다. 안전거리의 차이로 인해 많은 커플들, 친구들, 사회에서 맺어진 관계들, 가족들이 오해와 불신과 두려움을 경험합니다.

이 차이를 받아들이려면 시행착오와 시간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남녀 사이에 연인 관계가 깊어지는 단계에서, 남자는 안전거리가 10cm(손끝이 터치되는 거리)이고 여자는 안전거리가 30cm(가방이 닿을 듯 말 듯 하는 거리)이면, 눈으로 보면 안전거리가 서로 0cm이겠지만, 몸으로 보면 이 차이는 극복하지 못할 거리입니다. 누가 기다려야 하고, 누가 변화를 일으켜야 할까요?


안전거리의 기준을 나의 기준으로 두고 배려한답시고 행동하면, 오히려 상대방에게 배려가 아니라 불가침의 영역을 침범한 거로 간주됩니다. 연인들은 이로 인해서 감정 싸움을 합니다. 서로의 안전거리는 소위 말하는 밀당(밀고 당기기)을 통해 확인이 되며, 이렇게 형성된 가이드라인은 관계가 성숙되기 전까지 지켜주는 것이 예의입니다. 그렇다고 “넌 도대체 왜 그 모양이야?”라고 하며 안전거리를 좁히라는 명령을 할 수는 없습니다. 만남이 있기 전에 자신도 상배방도 이미 개인으로서 완전한 한 인간이었습니다. 새로운 만남은 서로에게 Uncertainty입니다. 만남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결정은 Risk이구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시 구절처럼, 만남은 불확실성 투성이고 감정을 앓아 가면서 상호 허용되는 최소 수준의 안전거리로 수렴하는 과정입니다.


안전거리와 더불어 상대방의 모든 것을 다 알려고도 하지 말자는 겁니다. 사실 다 알 수도 없습니다. 비밀은 비밀인 채로 남겨두고 모르는 것은 모르는 채로 남겨둡니다. 그런데 이로 인해 새로운 갈등이 만들어집니다. 대개 남자가 불리한데, 남자는 이런 질문을 하지 않지만 여자는 한다는 차이점이 있지요. “어떻게 그걸 모를 수가 있지?” 그게 뭔지 모르는데, 그걸 모른다는 것을 내가 어떻게 알 수 있냐구요.

2016년 2월 15일 독서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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