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묻다

by 송창록

매일 아침 KBS 클래식 FM <출발 FM과 함께>에서 화제가 되었던 <문득 묻다> 코너가 5년 4개월의 대장정을 마칩니다. 청취자들에게 정말 뜬금없이 문득 물었던 <문득 묻다>가 총 세 권의 책으로 출간되어 있습니다. 세 번째 이야기는 최근에 출간되었는데 저도 구매합니다.


인간의 감각 중 시각은 전체 감각의 80% 이상을 차지합니다. 눈/귀/코/혀/몸/의식을 통해 들어온 모든 감각은 시각 이미지와 통합되어 재구성 과장을 거쳐 저장됩니다. 신맛이 레몬이라는 이미지에 통합되어 저장되는 그런 방식입니다. 시각이미지에 통합되지 않은 다른 감각 정보는 쉽게 휘발되어 사라집니다. 날 때부터 장님이어서 시각 이미지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감각은 다른 방식으로 저장된다고 합니다. 시각을 제외한 나머지 대표적인 감각에 통합된다고. 아마도 청각이 다음으로 강하지 않을까 추측합니다. 바람을 어떻게 기억할까요? 시각이 있는 사람은 나뭇잎이나 갈대가 흔들리는 이미지에 합성됩니다. 이미지가 먼저 발생한 후 소리가 발생합니다. 시각이 없는 사람은 대나무숲에서 댓잎이 비벼질 때 나는 소리로 기억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바람이 지나갈 때 피부에 난 솜털이 쓸리는 촉각도 발생합니다.


주의 깊게 듣는다는 것은 소리로 들어온 의미를 상상을 통해 시각 이미지를 포함한 여러 감각으로 전환하는 과정입니다. 아주 오래된 원시적인 의사소통의 수단이고 인류가 문자가 없이도 의미를 소리에 의지해 전승하던 능력입니다. 귀를 기울이지 못한다는 말은 감각을 상상하는 능력이 약하다는 말과 같습니다. 이미지나 그림 문자를 거쳐 지금의 기호 문자가 발전했습니다. 기호 문자로 글이 만들어지는 동안 시각을 포함한 감각을 상상하는 능력이 많이 약해졌나 봅니다. 글을 읽어도 무슨 의미인지 못 알아채는 까닭은 글자만 읽을 줄 알고 글과 글 사이의 빈 공간에 있는 의미를 상상으로 읽어내지 못하기 때문이겠습니다.


<어린 왕자>에 나온 ‘가장 소중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한 구절이 의미가 있습니다.

2016년 5월 3일 독서통신

작가의 이전글손님이 원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