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기는 것은 통째로 외우는 것만 못하다

by 송창록

오케스트라의 연주자는 자신이 연주해야 할 악보를 암기합니다. 대개는 자신의 악보만 암기하여 지휘자의 지휘에 따라 연주하면 되겠지요. 만약 악보를 볼 수 없는 지독한 근시라면 어떻게 해야겠습니까? 당연히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 완벽하게 외워야 합니다. 내 것만요? 아니죠. 오케스트라는 다른 악기와의 조화도 있으니 어차피 악보를 보지 못한다면 다른 악기의 악보도 다 외워야 합니다. 전설적인 마에스트로 “아르투로 토스카니니”는 그렇게 악보를 통째로 외운 덕에 19살에 지휘자가 됩니다.


DRAM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오케스트라가 교항곡과 오페라를 연주하듯이 각 공정 Part들이 조화를 이루어야만 합니다. 자기가 담당하는 공정은 당연히 잘 알아야 합니다. 보다 나은 품질의 공정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른 공정도 잘 알아야 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전 공정 Step 통째로 외우기’는 그렇게 시작했습니다. 누구나 아는 단계를 너머 한 발 더 나아가는 도전입니다. 그 결과로 공정의 “토스카니니”로 불려도 좋을 만점자가 3명이나 탄생한 것은 정말 기쁜 일입니다.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고 합니다. 공자의 말입니다. 저는 여기에 하나를 덧붙입니다. ‘즐기는 것은 통째로 외우는 것만 못하다’고. 숲도 숲 나름이지요. 숲의 나무까지 다 외운 사람에게 숲이 숲으로만 보이겠습니까.


서희태 지휘자는 ‘베토벤 바이러스’라는 드라마에서 김명민이 연기한 ‘강마에’의 모델입니다. ‘강마에’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저를 보고 ‘송마에’라고 합니다. ㅎㅎ.

2016년 8월 15일 사람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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