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소대나무

by 송창록

키를 한참이나 넘는 강물에 빠졌을 때 살아남는 방법이 있습니다. 평소에 생각해두지 않으면, 그 상황에서 절대로 떠올릴 수 없는 방법입니다. 순간적으로 숨을 참고 바닥으로 내려가 발로 바닥에 디딘 다음, 바닥을 박차고 위로 솓구쳐 오르는 것이지요. 물론 바닥이 뻘이면,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런 곳이라면 근처에도 가지 말아야지요. 바닥을 찍어 본 사람만이 삶의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더 내려갈 곳이 없으니, 어디에 있든 오르는 길 밖에 더 있겠습니까.


불교에서는 ‘부처’가 되기 위해서 ‘보살’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합니다. 보살은 육바라밀을 행위로서 실천합니다. 보시, 지계, 인욕, 정진, 선정, 반야의 순으로 되어 있습니다. 보살이 될 사람은 남으로부터 한 없는 시기, 질투, 치욕, 고통, 멸시를 받습니다. 그것들을 참고 또 참으면서 남을 이롭게 하기 위한 마음을 내는 사람만이 보살이 됩니다. 그것도 한 생이 아니라 수백 생 또는 수천 생을 그렇게 삽니다. 누구나 보살이 될 수는 있지만, 아무나 보살이 될 수 없습니다. 짧은 인간의 삶에 누구에게나 바닥을 찍어야 하는 한 시절이 있습니다. 그 시절을 겪어야 삶이 바로 섭니다. 지금 힘들고 고통스럽다면, 성장을 위해서 튼튼한 뿌리를 내리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하면 건강합니다.


중국에 서식하는 모소 대나무는 씨를 뿌린 지 4년이 지나도 불과 3㎝밖에 자라지 않습니다. 하지만 5년째 되는 날부터 하루에 무려 30㎝ 넘게 자랍니다. 6주 만에 15m 이상 자라 단시일에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빽빽하고 울창한 대나무 숲을 이룹니다. 6주 만에 대나무가 급성장한 내면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모소 대나무는 4년 동안 지상으론 3㎝밖에 올라오지 않았지만 땅속으로는 수백㎡나 되는 뿌리를 뻗칩니다. 모소 대나무는 그 동안 성장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땅속 깊게 건강한 뿌리를 내리며 증식하고 있었습니다. 그 힘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합니다.
인생도 그렇습니다.

2016년 8월 27일 독서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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