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함이 기억에 도움이 되는 이유

by 송창록

e-Book, 전자종이가 나와도 종이로 만든 책은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책은 불편한 도구인데, 불편할수록 잘 읽히고 잘 기억됩니다. 기억은 정보와 정보 사이의 비어있는 시간 동안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비어있는 시간 동안 뇌는 새로운 정보를 기존에 갖고 있던 정보와 연결합니다. 그 연결된 정보가 기억이 됩니다.


기억은 단지 필요한 정보만 기억하지 않습니다. 정보가 들어오는 과정에서 다른 입체적인 정보도 함께 들어옵니다. 비유하면, Bundle이고 홀로그램입니다. 어떤 영화를 떠올리면, 영화의 스토리보다도 영화를 같이 본 그녀의 옷맵시가 먼저 기억나는 경험과 같습니다. 풍경으로 기억된다고 합니다.


한강에서 일몰을 보는 날이면, 결혼 전 한강변 나루에서 각시와 같이 일몰을 보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각시가 입었던 옷의 촉감, 맵시, 색깔, 문양, 샌들이 떠오르고, 머리카락이 강바람에 흩날리며 스쳐간 새하얀 목뒤에서 흘러내린 예쁜 어깨선이 떠오릅니다. 이런 것을 연상이라고 합니다. 이 연상이 없으면 우리는 기억을 잘할 수가 없습니다. EBS 공부의 왕도를 보면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은 정보를 이미지에 붙여서 암기합니다. 의도적인 연결이 공부를 잘하는 마법인 것이지요.


비움과 쉼이 인간을 위대하게 합니다. 정보와 정보 사이에 비움을 두고 비움을 연상으로 채우는 것이 열쇠입니다. 불편함이 기억에 도움이 되는 까닭입니다. 이런 점에서 좀 불편하게 살면 좋습니다. 그렇다고 불편하게 살지 않아도 되는 데도 불구하고 굳이 불편하게 살 필요는 없습니다.

2016년 9월 8일 독서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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