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눈에 보이는 것, 들리는 것, 느껴지는 것은 매우 좁은 영역입니다. 시각으로 얘기하면 우리는 가시광선의 파장만 우리 눈으로 볼 수 있습니다. 뭐 적외선과 자외선 영역도 볼 수 있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지요. 아직 저는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보통 우리의 인식은 우리의 몸으로 보이고, 들리고, 느껴지는 것만 존재한다고 즉각적으로 생각합니다.
실제로는 –무한대에서 +무한대까지 모두 존재합니다. 우리가 감각하지 못하는 영역은 도구를 통해서 감각할 수 있습니다. 인류가 만든 문명은 엄밀한 의미로 몸의 확장입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고 들리지 않는 것을 들리게 합니다. 전파 망원경은 우리의 눈으로 보지 못하는 우주의 모습을 볼 수 있게 합니다. 중력파 망원경은 중력 파동을 검출하여 우주를 감각할 수 있게 합니다. 모두 우리 몸의 확장입니다. 같은 비유로 인공지능(AI)도 지능을 담은 뇌, 즉 몸의 확장이 됩니다. 동작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동 수단인 자동차, 기차, 배, 비행기, Space Shuttle도 모두 몸의 확장입니다. 자르고 깎고 베고 뭉치고 다듬고 하는 조형 도구도 몸의 확장입니다. 이 모든 것이 몸의 확장입니다.
몸의 확장은 아무리 고도화되어도 형태의 변화에 불과하지 근본이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물질의 근본을 찾기 위해 더 작은 부분으로 쪼개고 쪼개도 발견되는 것은 양자화된 에너지인 입자입니다. 놀랍게도 입자의 크기보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더 큰 빈 공간이 거기에 있습니다. 우리 몸의 물질만을 모아서 그 부피대로 압축하면 작은 유리구슬 하나 밖에 되지 않습니다. 나머지는 모두 빈 공간입니다. 빈 공간이 물질의 외형을 갖고 “몸”이라고 행세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우리는 엄밀히 말해서 서로 닿을 수 없습니다. 가까이 다가감으로써 발생하는 전자기학적 또는 양자역학적 변위를 통해 신호를 서로 교환할 뿐입니다. 그것도 진공 상태에서요. 물질이 진공 상태에서 서로 닿지도 않고 다만 가까워진 것 뿐인데, 우리는 닿았다고 감각하는 것이지요. 인간의 몸은 우주의 원리에 따라 똑같이 동작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문명이 발달하고 우주에 대한 지식이 쌓여도 여전히 남아 있는 질문이 있습니다. “도대체 존재란 무엇인가?” “인간의 본질은 무엇인가?” “삶이란 무엇인가?” 이런 질문은 문명이 해결해주지 않습니다. 스스로 스승을 구하고 찾아가서 배워야 할 일입니다.
2016년 9월 26일 독서통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