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과법

by 송창록

죽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빨리 가든 늦게 가든 우리는 반드시 죽습니다. 비록 지금 눈 앞에 닥친 문제는 아니지만 피할 수 있는 문제는 결코 아닙니다. 이런 류의 문제는 긴급하지는 않지만 중요한 문제라고 정의합니다. 중요하면서 긴급한 문제 다음으로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문제입니다.


중요하면서 긴급한 문제는 지금 당장 해야 하기 때문에 정규 조직이 하는 일상 업무가 됩니다. 긴급하지 않으면서 중요한 문제는 만약 하지 않으면 결정적인 위기를 초래하므로 혁신의 과제가 됩니다. 유비하면, 죽음은 개인에게 있어서 혁신의 과제인 것입니다. 삶의 관점에서 혁신이 없고 죽음의 관점에서는 혁신이 있다는 것이지요.


삶과 죽음의 문제는 모든 존재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온 곳이 있으면 가는 곳이 있고. 생겼으면 사라져야 하고. 들어왔으면 나가야 하는 것이고. 만났으면 헤어지는 것이고. 이러한 개념의 대립쌍은 본디 하나의 몸인데 개념적으로 나뉘어져 있는 것입니다. 태어나는 순간 미래는 결정되어 있는 것이지요. 죽는다고. 만나는 순간 미래는 결정되어 있는 것이지요. 헤어진다고.


그것을 안다고 해서 삶이 뭐 달라지냐구요? 달라집니다. 유행가는 유행가일 뿐이겠지만, 이치를 깨달은 사람에게는 법문이 됩니다. 자, 이제 선불교에서 자주 인용되는 화두 하나 풀어볼까요? “세존이 도솔천을 떠나지 아니하시고 이미 왕궁가에 내리시며, 모태 중에서 중생 제도하기를 마치셨다.” 이것이 무슨 뜻일까요? 불교의 선승만 화두를 깨치는 것이 아닙니다.


모든 것은 이미 지어져 있습니다. 중간에 변화가 생길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결과가 바뀌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 원인과 결과를 알고 살아가느냐 모르고 살아가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입니다. 알면 삶을 벗어난 것이고 모르면 삶에 매여있는 것이지요.

2017년 2월 6일 사람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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