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

by 송창록

방귀의 생리학적 정의가 “내적 갈등의 외적 표현”입니다. 분노를 심리학적으로 정의하면 “내적 감정의 외적 표현”이겠습니다. 보통 “화낼 일도 아닌데 저 사람 왜 화내지?”할 때가 있지요. 대개 자신의 내적 감정을 직시하지 못하는 상태에 있는 경우입니다. 당하는 사람은 그냥 가만히 있는 것이 상책입니다. 그 사람이 나중에라도 자기 잘못을 깨달으면 그나마 일시적인 증상인 것이지만, 그걸 끝까지 못 깨달으면 감정조절장애가 있는 장애인입니다.


감정의 실체는 매우 복잡한 뇌 작용이라서 타인이 객관적으로 접근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엄마들이 아이랑 자주 다투는 이유도 바로 이 감정의 실체를 모르기 때문입니다. 아이는 분노를 표출하는데 이유를 말해주지는 않습니다. 사실 말해주지 않는 것이 아니라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말로 표현할 줄 모르는 것입니다. 뭔가가 분명 있는데 자기는 그것을 뭐라고 표현할 줄 모르는 것이지요. 엄마는 왜 그러냐고 다그치며 알고 싶은데 아이는 자기가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는 것이거든요. 어른도 감정을 설명하기 어려운데 아이가 오죽하겠습니까. 이럴 경우 심리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비전문가인 엄마는 알아낼 수가 없습니다.


우리 인간의 감정은 아주 미묘해서 자기 자신도 자신의 감정을 잘 모릅니다. 남자가 나이 40대가 넘어서 드라마를 보면 눈물이 주르륵 흘러 내립니다. 옆의 아내는 옛날에는 그렇게 잘 울더니 요즘은 눈물도 흘리지 않습니다. 이거 왜 그러냐고 따지고 묻을 필요도 없는 겁니다. 거의 대부분 남성호르몬과 여성호르몬의 비중이 변해서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남편은 남성호르몬의 감소하면서 여성호르몬의 비중이 증가하는 현상이고, 아내는 여성호르몬의 감소하면서 남성호르몬의 비중이 증가하는 현상입니다. 드라마를 보면서 궁시렁거리는 것을 젊을 때는 남편이 많이 하지만 나이가 들면 아내가 많이 합니다. 나이가 들면 목소리 톤도 여성이 높아지고 남성이 낮아집니다. 모두 호르몬의 작용입니다.


분노조절장애는 대부분 자기 스스로 자기 감정의 원인을 들여다 볼 수 없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이것을 적절한 상황에 치료하지 못하면, 감정을 느끼는 데 장애가 옵니다. 그 시기를 놓치면 뇌는 분노 기제로 모든 감정을 덮어버립니다. 지킬 박사가 “미스터 하이드”로 완전히 변하는 것이지요. 자신의 감정에 이입이 되지 않기 때문에 타인의 고통을 보고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냉혈한이 됩니다. 상대방의 감정에 비수를 꽂는 말도 서슴지 않게 됩니다.


말끝에 비수가 드러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다 그런 사람들입니다. 가련한 사람들입니다. 자신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니까요.

2017년 2월 22일 사람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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