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중독

by 송창록

공부보다는 관찰이 중요하다는 것을 어릴 적 개천에서 물고기와 더불어 살면서 깨달았습니다. 사시사철 개천에서 놀았던 저는 어떤 물고기가 언제 어떻게 생기고 자라고 사라지는지를 관찰을 통해 알아냈습니다. 물고기마다 좋아하는 은신처가 다르다는 것도 때에 따라 물고기의 행태가 바뀐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이 관찰로부터 얻은 정보에 따라 철 따라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달리 해야 한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물고기는 습성이라는 패턴을 갖고 있고 패턴을 이용하면 물고기를 쉽게 잡을 수 있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다만 물고기를 관찰해서 얻은 지혜일 뿐인데, 어른들은 그런 저를 “어신”이라고 불러 주었습니다. 한 어르신이 그러더군요. “물고기랑 대화하니?” 중학교 여름방학을 끝으로 더는 민물고기를 잡지 않았습니다.


공부는 관찰을 동반하지 않습니다. 암기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공부에는 성찰이 필요합니다. 성찰은 뇌의 되새김질입니다. 이것이 빠진 상태에서 암기만 하면 정보는 Data에 머물 뿐 가치로 전환되지 않습니다. 무언가를 외우고 있어야만 공부인줄 착각합니다. 그래서 공부는 중독됩니다.


관찰의 최초 결과물은 그저 Data입니다. Data의 축적과 연결을 통한 성찰은 맥락을 드러나게 하고, 맥락은 패턴을 거쳐 뇌에 인식됩니다. 패턴은 유추를 불러 일으키며 서로 다른 정보들을 연결하여 메타인지로 발전합니다. 메타인지가 고도화되면 추상이라는 독립적인 창조 이미지가 뇌에서 탄생합니다. 추상이 뇌를 통해 현실 세계에 물질화되면 그것이 바로 창작물이 됩니다.


서로 연결되지 않은 정보들은 섬과 같이 뇌의 바다에 둥둥 떠 있습니다. 그것을 연결하려면 성찰이 필요한데, 성찰하는 법을 배우지 못하거나 잃어버린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냥 외우는 공부는 이 성찰을 마비시킵니다. 삶의 전체성을 잃어버린 사람으로 자라버리는 것이지요. 저만 잘 살면 되는 겁니다. 남이야 고통을 받든 말든.


드라마 “피고인”에서 나온 대사입니다. “검사가 출세하는데 가장 중요한 게 뭔지 아나? 내가 검사라는 걸 잊어버리는 거야. 검사선서 기억하나? 나는 불의의 어둠을 걷어내는 용기있는 검사,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을 도와주는 따듯한 검사. 말은 좋지. 그런데 그런 검사가 될 필요는 없는 거야. 그런 건 타고난 놈들이나 하는 짓이지.”

2017년 4월 14일 독서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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