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일도 없었던 하루

by 송창록

이런 말이 있습니다. “성공은 개인의 역량에 달려 있지만, 실패는 조직의 역량에 달여 있다”고.


아무 일도 없었던 하루. 그런 하루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만 우리가 그렇게 인식할 뿐입니다. 사건과 사고가 없어서 특별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특별하지 않기 때문에 뇌가 기억하려고 애쓰지 않습니다. 뇌는 마치 아무 일이 없었던 것처럼 우리를 속입니다.

감각으로 자극되지 않은 하루. 그런 하루는 표면 의식이 지배하지 않고 무의식이 지배합니다. 무의식은 우리의 심장을 뛰게 하고 호흡하고 림프관을 순환시키며 밥을 삼키고 물을 넘기게 합니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목이 말라서 물을 먹었다고 “아, 오늘도 물을 먹었구나.”하고 그것을 기억하려 하지 않습니다.


조직도 우리의 몸처럼 아무 일도 없이 잘 돌아가려면 표면으로 올라오지 않고 무의식처럼 작동되는 시스템과 프로세스가 있습니다. 우리는 공기가 소중한 줄 모르듯이 이 시스템과 프로세스가 소중한 줄 모릅니다. 거기에도 사람이 할 일이 있고 기계가 할 일이 있고 인터락이 동작하고 순환이 있습니다. 마치 내 앞에 밥이 한 공기 놓이려면 미처 깨닫지 못한 수 많은 사람과 프로세스를 거치는데 우리가 매번 인지하지 않듯이.


우리가 일 잘하는 사람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항상성을 갖고 있는 몸이나 조직이나 프로세스가 예상하지 못한 요인으로 붕괴되었을 때 그것을 다시 재건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정작 이벤트가 없도록 일상을 일상이게끔 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일 잘한다고 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그들이 기억되거나 인지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무 일이 없는 일상이 얼마나 고마운 일입니까. 일상이 일상으로만 존재하는 한 우리는 그 일상의 반복으로 인하여 아무 일 없음에 감사함을 잃게 됩니다. (고)신해철이 “일상으로의 초대”를 부른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한 사람만 새로 들어와도 일상은 일상이 아니게 됩니다. 터뷸런스 후에 다시 새로운 일상이 찾아올 때까지는.


“평상심이 도”임을 아는 사람은 “세상이 왜 아무 문제없이 돌아가는가”를 질문합니다. “날마다 왜 사람은 태어나는가”를 질문하구요. 회사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 일 없음”을 만드는 사람들을 소중하게 여기고 감사해야 합니다.

2017년 3월 20일 사람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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