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 vs. 욕망

by 송창록

“VOC는 VOC일 뿐 거기에는 답이 없다”는 명제에 대한 하나의 사례. 원하기는 하지만 좋아하지는 않는 것. 좋아하기는 하지만 원하지는 않은 것.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원하기도 하고 좋아하기도 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그런 경우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 둘은 다른 감정입니다. 아내가 람보르기니를 좋아한다고 람보르기니를 선물하면 그 다음에 무슨 소리가 나오는지 보지 않아도 비디오입니다. 좋아하는 것은 취향의 문제이고, 원하는 것은 욕망의 문제입니다.


욕망은 지금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갖고 싶어하는 갈망입니다. 부재라는 작용의 반작용으로 발생하는 심리입니다. 욕망은 관계에서 발생합니다. 관계가 바뀌면, 즉 부재가 실재로 바뀌면 욕망은 사라집니다. 욕망은 휘발성이 있습니다. 취향은 나 자신을 나 자신이게끔 하는 선택과 판단의 기준입니다. 이것은 굉장히 Rigid해서 휘발성이 없습니다. 취향이 좋고 나쁨을 결정합니다. 상대방의 취향에 걸맞는 것을 원하는 타이밍에 딱 들이대는 것. 이것이 연애의 기술입니다. 관찰하는 삶이 아니면, 절대 이르지 못하는 경지입니다.


중년 남자가 좋아하는 첫사랑의 이미지는 거의 같습니다. 긴머리, 원피스 그리고 청순한 아우라. 자신의 실제 첫사랑은 절대로 이렇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이미지로 수렴합니다. 한국 중년 남성의 뇌가 단체로 조작질을 통해 탄생시킨 이미지입니다. 한번 구축된 취향은 잘 바뀌지 않습니다.


2006년 드라마 “연애시대”에 교과서적인 첫사랑이 등장합니다. 정유경입니다. 저 장면에서 “헉!”하면서 가슴 내려앉은 남자들, 많습니다.


2017년 3월 29일 사람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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