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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서점

by 송창록

10년도 더 전에 평창의 시골길 옆에 작은 땅을 사두었지요. 집도 전세를 살면서 말입니다. 거기에 복합 문화 공간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서점, 영상실, 세미나룸, 카페테리아 그리고 작은 기념품샵을 두고 건물 옥상에는 돔을 지어 작은 천체 망원경을 올려두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근처 펜션지기들과 협업하여 복합 문화 공간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것을 계획했습니다. 다른 체험 활동 프로그램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을 초빙하여 시골 동네를 풀뿌리 복합 문화 공간 네트워크로 만드는 이미지였지요. 그 당시부터 돈을 버는 대로 추진했으면 지금쯤 이루어졌을 겁니다. 그런데 회사가 망하기 직전까지 가는 바람에 회사 살리기로 목표가 바뀌고 사연도 많고 해서 시작도 못했습니다. 아직도 늦진 않았습니다만, 이제는 하지 못할 것입니다.


이 비즈니스는 큐레이션, 공간 그리고 네트워킹을 요구합니다. 요즘 다양성과 복잡성이 어마어마하게 증가하여 소비자들은 무엇을 어떻게 선택할 지 갈등을 겪습니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제안하는 큐레이션은 그 자체가 Platform 비즈니스입니다. 큐레이션은 그것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필요로 합니다. 현실 세계이든 사이버 세계이든 말이지요.


온라인 서점인 아마존이 오프라인 서점을 시작했습니다. 오프라인 서점이 바로 큐레이션으로 플랫폼 비즈니스입니다. 서점은 책이 주인이 아니라 읽는다는 행위가 주인인 공간입니다. 사는 것은 결과이고, 서점에서는 읽는다는 행위를 경험하는 공간이 됩니다. 읽을 것은 큐레이션이 되어 있고, 서점에서 한 권을 읽으면 여러 권이 큐레이션에 의해 추천됩니다. 고객은 읽기의 경험을 통해 최종적으로 여러 권의 책을 구매합니다. 들고 가기 무거우니까 온라인으로 주문을 넣고 집에 가서 받는 것이지요. 아마존은 무섭고 두려운 회사입니다.


시골에 작은 땅을 사면서 한 비즈니스 모델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우리 사이트를 게이트웨이로 하여 온라인으로 책이나 영상물을 구입하면, 그로부터 발생한 이익을 온라인 서점과 셰어하여 나누는 것입니다. 고객이 책과 영상의 경험을 많이 하면 할수록 나도 좋고 온라인 서점도 좋아지는 것입니다. 이 때 생각한 아이디어가 지금 보니까 O2O 플랫폼 비즈니스라고 불립니다. 시대를 너무 앞서 나간 생각일까요. 아직도 완전히 현실화되지 않은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시골에다가 복합 문화 공간이 아니더라도 서점을 만드는 것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충북 괴산 산골마을에 “숲속작은책방”이라는 시골서점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도서관과 민박의 도킹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서점과 민박의 도킹입니다. Check-Out할 때 책을 한 권은 사가야 합니다. 내가 하지 못해도 누군가 나와 같은 생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은 정말 응원할 일입니다. “있어주어서 감사합니다.”


당시에 평창, 통영, 제주 애월 이렇게 세 군데에 내고자 했습니다. 비즈니스의 핵심은 세 가지입니다. 큐레이션, 공간 그리고 네트워킹.


2017년 5월 31일 독서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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