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날을 잡고 청첩장을 주문하면서, 각시와 저는 황동규 시인의 “즐거운 편지” 중 아래 구절을 청첩장에 담기로 합니다.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다음 구절처럼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며, 어떤 순간에도 “눈꼴시려서 못 봐줄” 정도로 알콩달콩 살자고 약속합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 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어디쯤에선 사랑도 그칠 것입니다. 그 순간에는 첫 구절로 되돌림합니다.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누군가의 배경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랑. 그 사소함으로 불러줄 수 있는 사랑. 서로 그런 사랑을 합니다.
황동규 시인의 즐거운 편지를 (고)최진실과 박신양 주연의 영화 “편지”에서 (고)최진실이 낭독합니다. 이 영화는 1997년 11월 22일에 개봉했는데, 촬영지는 경강역, 광릉수목원, 아침고요수목원, 두물머리 등입니다. 개봉 당시 전 국민의 눈물을 쏙 빼놓았다는 화제의 영화입니다.
2017년 5월 30일 독서통신
https://youtu.be/ym4TWtAQop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