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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가 필요하지 않은 뇌

by 송창록

긴 글과 두꺼운 책을 쉬지 않고 읽기란 정말 어렵습니다. 인내심이 필요하고 무엇보다도 시간이 필요합니다. 글을 읽는 활동은 뇌가 완전히 다르게 동작하는 활동입니다. 몰입하는 활동입니다. 추상을 통해 뇌가 꿈을 꾸듯 무언가를 구성합니다. 거의 뇌 전체가 활동합니다.


반면, 여행은 다릅니다. 우리는 시각적 정보를 한꺼번에 많이 받게 되면, 정보 처리에 버겁습니다. 낯선 곳에 여행을 가면 뇌는 익숙함이 없기 때문에 진짜로 지치도록 활동합니다. 이런 여행은 쉬러 가는 것이 아닙니다. 뇌의 입장에서는 고행길입니다. 뇌가 고행을 어떻게 처리할까요? 바로 들어온 정보를 Skip처리해버립니다. 여행지의 풍경과 이미지는 기억나는데, Detail은 거의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을 많이 경험합니다. 뇌는 판단하는 활동을 합니다. 나중에 다시 같은 장소로 여행을 가면 전과 다른 것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Detail은 익숙함에 기대야만 발현됩니다.


인간은 진화합니다. 진화의 결과로 문명을 만들었습니다. 이제는 인간이 만든 문명이 인간을 진화시키는 Trigger가 됩니다. 인간은 스스로가 만든 문명에 적응하여 진화하는 생명체입니다. 정말로 놀라운 단계에 들어섰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공부 잘 하는 뇌가 인류의 미래일까요? 아니지요. 인류의 미래는 공부가 필요하지 않는 뇌일 것입니다.

2017년 6월 5일 독서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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