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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한 행위가 자기의 격이 된다

by 송창록

이상하게도 끌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특별히 꼭 찍어 말할 수는 없는데, 바라만 보아도 앞에 있기만 해도 빠져드는 사람이 있습니다. 존경심도 아니고 사랑도 아니고 추종심도 아니고, 그냥 이끌림이라고 밖에는 말할 수 없는 그런 감정. 그런 분들은 격이 있는 사람입니다. 질은 속성입니다. 품질은 물건의 속성입니다. 격은 어울림입니다. 품격은 물건의 관계성입니다. 격은 물건 자체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물건으로부터 만들어지는 무엇입니다.


인격 또한 어울림입니다. 격이 있는 사람은 있어야 할 자리에 있고 없어야 할 자리에 없습니다. 격은 본래부터 타고난 것이기도 하지만 갈고 닦아야 잘 갖추어 집니다. 왕대는 왕대밭에서 나지 쑥대밭에서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왕대로 태어나도 갈고 닦지 않으면 왕대도 쑥대로 취급됩니다. 격에 맞는 삶이란 격을 갖추도록 자기 자신을 수행하는 삶입니다. 볍씨는 땅에 심어져야 벼가 되는 것이지 그대로 두면 영원히 볍씨일 뿐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격이 있습니다. 인격은 저마다 다르고 자기가 수행하는 만큼 갖추어 집니다. 꽃을 만지면 손에 꽃 향기가 남는 것이고, 시궁창을 만지면 손에 시궁창 냄새가 남습니다. 자기가 한 행위가 그대로 자기의 격이 됩니다. “복숭아와 배는 꽃과 열매가 있다. 그래서 오라 하지 않아도 다투어 사람들이 찾아온다. 그러니 그 아래 길이 생기지 않겠느냐?” 이것이 격입니다.

2017년 6월 30일 독서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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