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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생도라지

by 송창록

약이 되는 식물은 거름이 많은 곳에서 자라지 않습니다. 약도라지는 거름을 치면 잎만 많고 뿌리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습니다. 심지어 영양 과다로 괴사합니다. 생물은 환경이 편안하면 순해집니다. 급격한 환경 변화가 오면 바로 죽습니다.


뿌리 식물의 뿌리를 깊게 내리는 방법은 마른 땅에 심는 것입니다. 진주 장생도라지는 약효가 좋아서 불치병을 낳게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비싸긴 하지만 먹을 수만 있다면 꾸준히 장복하는 경우 효를 본다고 합니다. 장생도라지는 오직 거름이라곤 하나도 없는 황토 흙에서만 자라며, 그것도 매 3년 마다 옮겨 심기를 7번 하여 21년 이상이 되어야만 약성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사람을 장생 도라지에 비유한다면, 3년마다 척박한 곳으로 계속 자리를 옮기기를 7번 하여 21년이 지나야 대성한다는 의미입니다. 누가 감히 스스로 이렇게 하겠습니까? 한번 사는 삶에서 안락함만 추구하다가 센 바람 한 번에 뿌리째 뽑힐 것이냐, 아니면 척박한 곳으로 계속 자리를 옮겨서 어떤 바람이 오더라도 굳건한 뿌리를 내릴 것이냐, 모두 자기의 마음 하나에 달렸습니다.


불교에서는 생물이 존재하는 이 세계를 사바세계라고 합니다. 사바세계는 “고통”받는 세계라는 뜻입니다. 고통을 피해 안락함을 추구하는 사람을 중생이라고 하며, 안락을 거부하고 고통을 견디고 극복하는 사람을 보살이라고 합니다. 삶의 결말은 죽음의 순간에 판명됩니다. 다른 사람들은 전혀 알 수 없어요. 장례식장에서 상주와 하객들이 고인이 “이렇네” 또는 “저렇네” 해도, 오직 죽음의 순간에 자기 자신만이 자기가 어떻게 살았는지를 스스로 깨닫게 됩니다.


자기 인생은 자기가 개척하는 겁니다.

2017년 5월 4일 사람통신


첫 직장으로 입사해서 지금 자리가 7번째 자리이고 올해가 입사한지 22년째 되는 해입니다. 약성이 생긴 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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